지난 11월25일부터 공설시장 인근에 노래교실 연 김초순 씨
실버반 주부반 야간반 개인레슨 등 겨울학기 절찬 모집 중
노래 실력을 키우면서 웃음과 행복을 드리고 싶어

김초순노래교실을 운영하는 김초순 씨
김초순노래교실을 운영하는 김초순 씨

자고로 무대에 오르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 공연하기 전까지 내 모습을 철저히 감춘다. 딱 한 번, 오로지 딱 한 번 보여준다. 미용실 가서 머리를 화려하게 하고, 살이 훤히 보이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풀 메이크업으로 얼굴을 단장한다. 노래가 됐든, 춤이 됐든, 잘하고 못하고는 둘째 문제다. 실수해도 관객들은 잘 모른다. 관객들에게 ‘멋있다’ ‘나도 저거 하고 싶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무대는 아무나 올라갈 수 없다.

저녁에 공연하면 아침 일찍 와야 리허설을 몇 번이라도 더 한다. 지방 공연은 음향 장비를 챙겨 전날 미리 와서 숙박하는 일이 태반이다. 백조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강물을 떠다닌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강 아래에서 발을 얼마나 휘젓고 다니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 어쩌면 딴따라의 숙명일지 모른다. 딴따라면 뭐 어떤가. 보여주고 싶은 끼가 내 안에 차고 넘치는데··· 발산한 끼를 남들이 즐겁게 봐줄 때 그 희열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시니어모델 활동 당시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
시니어모델 활동 당시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

■ 시니어모델, 인생의 전환점

중학교 선생님이 예고에 가라고 했을 때 갔어야 했다. 지금도 살아계신 선생님은 ‘내가 예고에 보냈어야 했는데 안 보내서 후회된다’고 하신다. 아빠가 딴따라 학교라고 보내주지 않았다. 후회는 없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했다. 어딜 가든 환경 적응을 금방 하는 성격이니 예쁨 받으며 직장 생활했다. 어디 노래자랑 대회 같은 게 열리면 참가해서 곧잘 상도 탔다. 꿈마저 다 내려놓진 않았다. 결혼하고 애 낳고 하다 보니 그런 취미들이 다 묻히긴 했지만··· 그러다 아이들이 다 크면서 내 시간이 생겼다. 55살 때부터 모델 학원에 다니며 시니어 모델을 시작한 게 계기였다.

2019년 2월19일 정월대보름, 내게 특별한 날이다. 세계한류홍보대사를 뽑는 한복미인대회에서 대상을 탔다. 한복을 입고 무대 위에서 드레스 워킹을 하며 짧게 스피치를 했다. 30초 안에 시선을 사로잡아야 했다. 무대 양옆에 있는 심사위원들 뇌리에 남을만한 PR을 완벽하게 소화해야 했다. ‘예쁘게 봐주세요’ 이런 평범한 언변으로는 무대를 장악할 수 없다. 무대 매너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무대 중앙에서 손과 팔을 활짝 펴고 턴을 한 번 했다. 무대는 내 편이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김초순 씨가 한국가창학회 주최로 금강휴게소에서 버스킹 공연을 진행했다.
김초순 씨가 한국가창학회 주최로 금강휴게소에서 버스킹 공연을 진행했다.
김초순 씨가 한국가창학회 주최로 금강휴게소에서 버스킹 공연을 진행했다.
김초순 씨가 한국가창학회 주최로 금강휴게소에서 버스킹 공연을 진행했다.
김초순 씨가 한국가창학회 주최로 금강휴게소에서 버스킹 공연을 진행했다.
김초순 씨가 한국가창학회 주최로 금강휴게소에서 버스킹 공연을 진행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참가번호 O번 충북 옥천에서 출전한 김초순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서울에서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 활동한 결과물을 오늘 이 자리에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올해 환갑입니다. 제 환갑 기념으로 제 인생에 추억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주시고, 또 이 자리를 만들어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오늘 함께 출전한 선수들이 파이팅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설시장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김초순노래교실 간판.
공설시장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김초순노래교실 간판.
공설시장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김초순노래교실 간판.
공설시장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김초순노래교실 간판.

■ 내 이름을 걸고 시작한 노래교실

나 김초순(63, 읍 죽향리)은 무대 체질이다. 고향 익산에서 큰 사업을 하다 IMF로 사업을 정리한 적이 있지만 다시 일어섰다. ‘이미자 딸’이라는 별명이 어디 가겠나. 옥천에 온 지는 15년도 더 됐다. 중부대에 다니며 대전서 홀로 원룸생활을 하던 딸이 눈에 밟혔다. 겸사겸사 옥천에 와서 살림을 합쳤다. 딸이 졸업하면 익산에 돌아가려고 했지만 인생사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모델 활동을 하다가 건국대학교 노래지도과를 전공해 노래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공연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선수다. KBS 시니어토크쇼 <황금연못> 고정패널로 4~5개월 출연한 이력이 있다. 그래도 배움이란 끝이 없다. 지난 7월부터는 이호섭 작곡가가 아프리카TV에서 운영하는 ‘가요대학’ 1기 수강생으로 참여해 작사·작곡을 배운다.

옥천을 대표하는 연예인답게 옥천 지역을 알리는 노래를 만들 생각이다. 그러다 주위를 잠시 둘러봤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사람들과 같이 나눌 수는 없을까. 공연도 좋지만 웃음과 행복을 얻어갈 수 있는 노래교실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지난해 1월8일 당시 이매진 카페를 대관해서 내 이름을 걸고 노래교실을 운영했다.

노래강사 하는 날은 싹 차려입고 나온다. 그래야 보는 사람들의 눈이 즐겁다. 그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왔다. 공간이 꽉 차서 계단까지 밀려서 들어오지 못할 정도였다. 수강생은 첫 주에 40명, 그다음 주에는 60명, 다다음 주에는 70명··· 계속 늘어났다. 당시 장소를 대관해서 쓰다 보니 주부반만 운영했다. 이제는 내 가게에서 실버반, 주부반, 야간반, 여기에 개인레슨도 같이 하려고 한다. 

실버반, 주부반, 야간반은 3개월 회비 3만원을 받는다. 개인레슨은 시간을 상담해서 주1회 월 20만원을 받는다. 돈을 벌려는 생각보다는 지역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월 2만원, 30만원 받을 걸 조금 더 저렴하게 해드렸다.

화려한 조명 아래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무대 대관도 가능하다.
화려한 조명 아래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무대 대관도 가능하다.

■ 음정 박자를 알고 부르면 실력이 쑥쑥

이론을 알아야 노래를 잘한다. 배워보니 그렇다. 콩나물대가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박자, 음정, 가사가 조화를 이뤄야 하나의 노래가 완성된다. 4분의 4박자라고 하면 한 마디에 네 박자를 넣어야 한다. 바이브레이션도 넣어야 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 각각 어울리는 쓰임새가 있다. 아무 때나 넣는 게 아니다. 

옛날 생각해서 노래강사들이 음담패설이나 하면서 노래를 가르친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그러나 김초순노래교실은 다를 것이다. 조금 더 수준 있는 노래교실을 만들 거다. 물론 회원들을 즐겁게 하려면 농을 안 칠 수 없다. 그래도 수준 있는 농을 치고 싶다. 궁극적으로 ‘노래교실 와서 배웠더니 노래가 달라졌더라’ 하는 소리를 듣고 싶다. 마이크 잡는 법이나 악보 보는 방법 등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알리고 싶다.

지난 11월 어느 토요일, 한국가창학회 9기 회원들과 함께 금강휴게소에서 버스킹 공연을 했다. 즐겁게 공연도 하면서 관객들에게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받았다. “오늘 날씨도 추운데 여러분들 이 자리에 함께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우리 다 같이 함성과 박수~!!” ‘박수’ 할 때 끝 음을 올려 흥을 돋게 한다. 미묘하지만 중요한 지점이다. 립 서비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제가 여러분들을 위해 노래를 한 곡 부를 텐데 박수 한 번 크게 주세요~!!” 관객들이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내주면 공연은 더 빛이 난다.

공연하는 중간중간 안내한다. “저 뒤에 보시면 불우이웃돕기 함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무대가 즐겁고 재밌다면 단돈 천원이든, 2천원이든 다 같이 동참해줬으면 고맙겠습니다.” 성금을 넣고 갈 때 답례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 분위기가 산다. “저기 어린 꼬마들이 불우이웃돕기 함에 성금을 함께 해줬습니다. 부모님들이 자녀를 바르게 키우는 진정한 교육의 현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초순 씨가 옥천예울림에서 활동했던 사진.
김초순 씨가 옥천예울림에서 활동했던 사진.

■ 노래는 온몸으로 부르는 것

무대는 정말이지 하늘이다. 인식이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무대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머리도 갖추고, 화장도 하고, 의상도 갖추는 나만 되바라진 모습처럼 비칠지 모른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다.

‘요란뻐쩍찌근하게 나왔네’ 소리를 듣더라도 신비로운 존재로 보여야 진정한 딴따라라 할 수 있다. 그저 노래만 잘 부르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내 소개를 멋지게 하고, 귀에 쏙쏙 담길 멘트를 날리면서 관객들에게 기대감을 선사해야 한다. 보는 재미, 듣는 재미, 함께하는 재미. 심심할 틈이 없어야 관객들은 떠나지 않는다.

그동안 노래강사라 하면 배우려 하지 않았다. 노래하는 게 좋아서 하는 곳들이 많았다. 쉽게 말해서 콩나물대가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박자 음정도 하나하나 알아야 노래가 더 재미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소리만 듣고 배우면 음정이 뒤죽박죽이다. 김초순노래교실에서 배우면 노래 실력이 달라진다. 믿어보시라. 

“노래교실에 와서 즐겁게 노래도 부르고 스트레스를 풀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지루한 일상에 환기도 되고,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가실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다음 주에 또 와야지, 이런 기대치를 줘야겠죠. 그러려면 저부터 멋있게 공연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무대에 서서 하는 게 멋있다 느껴질 정도로요. 그런 것들이 회원들에게 하나의 힐링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주소 : 옥천 재래시장 입구 지하 1층 김초순노래교실

전화 : 010-8801-7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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