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 도농리 서강홍씨 인터뷰

서강흥(71, 안남면 도농리)씨의 아버지는 어려운 형편에도 한문을 독학했다. 사진은 서강흥씨가 아버지 서우범씨가 박종훈 전 성균관 관장에게 받은 '한문훈장'을 들고 있는 모습
서강흥(71, 안남면 도농리)씨의 아버지는 어려운 형편에도 한문을 독학했다. 사진은 서강흥씨가 아버지 서우범씨가 박종훈 전 성균관 관장에게 받은 '한문훈장'을 들고 있는 모습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4년이 지난 지금 문득 아버지를 다시 기억하고 싶어 신문사로 연락했다는 서강홍(71, 안남면 도농리)씨. 그 시절 국민학교 5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읽고 쓰는 법과 먹고 사는 법을 가르쳐 준 아버지에게 늦게나마 감사와 존경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고.  

지난달 17일 신문사로 ‘아버지가 한자 훈장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는 전화 한통이 왔다. 서강홍씨의 아버지 서우범씨(1920~2017)는 성균관 관장을 지낸 한국홍문원 박종훈 원장에게 한문 실력을 인정받은 실력자다. 현재의 성균관은 전국 항교와 서원의 책임자들이 참여하는 유림조직이다.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다니지 못한 아버지는 오롯이 독학으로 한문을 뗐어요”

서강홍씨는 아버지가 박종훈 원장에게 받은 한문이 빽빽하게 적힌 ‘한문훈장’을 한 자도 빠뜨리지 않고 읽어나갔다. 서강홍씨 역시 아버지에게 한문을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 

“10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혼자 살림을 꾸렸죠.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 초등학교까지 밖에 졸업을 못 했어요. 그래도 저 역시 아버지처럼 독학책으로 삼천 자를 쓰고 외워서 조금 알아요.”   

아버지는 서강홍씨에게 읽고 쓰는 법만이 아니라 먹고 사는 법도 가르쳤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농사일을 돕곤 했어요. 지금까지 이곳에 살면서 농사지어 아들, 딸을 키웠죠. 저와 아내(김순옥, 70)가 농사 지어 벌고 아버지가 살아계실 적에 동생과 함께 제 아이들을 다 봐줬어요” 

아버지의 대를 이어 농민으로 자란 서강홍씨는 60년 넘게 그래왔듯 안남에서 계속 농사를 짓다가 나이를 더 먹으면 편안하게 눈을 감고 싶다고 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벼농사랑 팥농사를 짓고 있어요. 7마지기 정도 됩니다. 왠만하면 약 안치고 먹는 쌀이 좋다고, 친환경 재배를 하고 있어요. 수확한 쌀은 배바우로 가는데 몇 번을 운반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고요. 농사일을 하다 보니 몸이 아픈데 그렇다고 남 주기는 아까워서 계속 해야죠. 집 앞을 바로 지나는 버스가 생겨서 아프면 읍내 병원을 다닐 수도 있고 살기는 더 편해졌어요. 여기서 그저 농사 짓다가 나이를 더 먹으면 편안히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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