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구조사 차종욱씨와 구조견 오투
3일부터 3박4일간 대청호수난구조대와 합동훈련

“오투, 고(Go)!”

민간구조사 차종욱(54)씨의 신호를 받은 인명구조견 오투(4)가 대청호에 뛰어 든다. 오투는 물에 빠진 사람을 향해 20여m를 곧장 헤엄쳐 간 뒤 구명바를 건넨다.

지난 3일 차종욱씨와 오투가 (사)대청호수난구조대(대장 김태원, 이하 수난구조대)를 찾았다. 합동 수상구조훈련을 하기 위해서다. 차종욱씨와 오투는 3일부터 6일까지 수난구조대와 함께 대청호에서 수상 인명구조 훈련을 벌였다. 6일 옥천신문이 훈련현장을 찾았다. 훈련 상황임에도 이들의 눈빛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진지함이 느껴졌다.

오투는 국내서 유일하게 지상과 수상을 가리지 않고 구조활동을 펼칠 수 있는 구조견이다. 지난 5월 한강에서 실종자 시신을 발견하는 큰 공을 세워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스타 견공’이기도 하다. 차씨가 본인의 반려견 훈련사 경력을 살려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뒤 오투를 훈련시키고 전국 인명구조·수색 현장을 찾아다닌 지 올해로 4년. 차종욱씨는 ‘오투’라는 이름부터 생명을 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오투는 산소의 원소기호(O₂)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사람이 숨 쉬기 위해서 산소가 필요하듯, 저와 오투가 위기에 빠진 생명에게 산소 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습니다.” (차종욱씨)

오투
오투
깜대원
깜대원

■ “깜대원 보러 왔다가 수난구조대 열정에 반했죠”

오투와 대청호수난구조대가 연을 맺게 된 데에는 깜대원(7)의 역할이 컸다.
깜대원은 수난구조대 김태원 대장의 반려견이다. 김 대장이 유난히 자신을 잘 따르던 떠돌이개에게 이름을 적은 목걸이를 걸어주고 살뜰히 돌보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6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대원’이라는 칭호가 이름에 붙은 것에서 엿볼 수 있듯 깜대원은 어엿한 수난구조대원이기도 하다. 수난구조대가 활동을 시작한 것이 7년 전인 만큼 깜대원은 수난구조대의 역사를 함께한 터줏대감이다. 차종욱씨는 그런 깜대원이 등장한 기사를 우연히 접하고 대청호 수난구조대가 궁금해서 오투, 그리고 오투의 후배 구조견 써니(8개월)와 함께 옥천을 찾았다고 했다.

“저는 한국에 수상구조견이 오투 하나인 줄 알고 있었거든요. 근데 기사를 보니까 대청호수난구조대에 깜대원이 있다는 거예요. 궁금해서 김 대장님께 연락을 했죠. 깜대원 견종이 뭐냐고 여쭤보니 ‘발발이(믹스견)’이라는 겁니다. 보통 오투 같은 말리노이즈나 리트리버가 보통 수상구조견을 하는데 말이죠. 더 궁금해져서 한 달음에 서울에서 옥천까지 내려왔습니다. 와서 보니 깜대원도 멋진 구조견이더군요. 집중력과 끈기가 대단해요. 게다가 깜대원이 6년차니까 햇수로 따지면 오투보다 선배님이더라고요. (웃음) 대청호 수난구조대원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에도 반했죠. 그래서 본래 2박3일 일정으로 계획하고 내려온 걸 하루 더 함께하며 본격적으로 합동훈련을 하기로 했습니다.” (차종욱씨)

수상구조훈련 중인 오투와 김서현 이사
수상구조훈련 중인 오투와 김서현 이사

■ 현장서 구조견 일당백 해내… 국가가 구조견 육성 적극 나서야

6일 마지막 합동훈련에 나선 수난구조대와 오투. 3박4일간 호흡 맞춰본 이들은 어느새 한 팀이 되어 손발이 척척 맞았다. 

물에서 빠진 인명(이날은 수난구조대 김서현 이사가 요구조자 역할을 맡았다)을 발견한 오투가 “컹컹” 큰 소리로 짖으며 위치를 알린다. 이를 들은 김태원 대장이 구명정을 몰고 가까이 다가가면 차종욱씨의 지시에 맞춰 오투가 물에 빠진 인명을 구명정까지 끌고 온다. 구명정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대원들은 물 위로 사람을 들어 올린 뒤 재빨리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이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매끄럽게 이어졌다.

“짧은 기간 훈련을 함께했는데 벌써 수난구조대원들과 오투의 팀워크가 굉장합니다. 오투가 80kg이 넘게 나가는 저를 구명정까지 끌고 가는 모습을 보니 사람이 물속에 뛰어들기 어려운 환경일 때 오투와 같은 구조견을 투입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김서현 이사)

김서현 이사를 구한(?) 뒤 물위로 올라온 오투를 기특하다는 듯 쓰다듬은 차종욱씨는 인명구조 현장에서 구조견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개의 뛰어난 후각이 사람을 찾는데 큰 역할을 하고, 혹한기에 사람보다 더 오랫동안 추위를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국가가 구조견 육성에 적극 나서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람이 시각을 중심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것과 달리 개는 냄새로 세상을 바라봐요. 때문에 시야 확보가 안 되는 탁한 물 속, 수풀이 우거진 험한 산 속에서 구조견이 진가를 발휘하죠. 영하의 기온에도 물에 뛰어들 수 있는 털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우리 오투를 포함해 많은 구조견이 구조·수색 현장에서 활약하면서 소방에서도 구조견의 진가를 알아주기 시작했어요. 구조견 한 마리가 현장에 투입되기 까지 평균 2년의 시간, 2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때문에 민간이 구조견을 육성하기 쉽지 않죠. 국가가 나서서 전국 곳곳에 구조견을 배치해 줬으면 합니다.” (차종욱씨)

훈련 장소로 향하는 대청호 수난구조대원들
훈련 장소로 향하는 대청호 수난구조대원들

 

대청호 수난구조대가 지난 3일부터 3박4일 간 민간구조사 차종욱씨, 구조견 오투와 함께 수상구조훈련을 펼쳤다.
대청호 수난구조대가 지난 3일부터 3박4일 간 민간구조사 차종욱씨, 구조견 오투와 함께 수상구조훈련을 펼쳤다.

■ 수난구조대-차종욱씨·오투, 주기적 합동훈련 통해 안전한 대청호 함께 만들 것

이날 훈련을 마친 수난구조대와 차종욱씨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함께 훈련하며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전하기도 했다.

“우리 대청호수난구조대가 차종욱 구조사 그리고 오투와 좋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이번 한 번 만남에 그치지 않고 자주 만나 함께 인명구조 훈련을 진행할 겁니다. 오투가 우리 수난구조대 명예대원이 되는 셈이죠. 누구나 안심하고 대청호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태원 대장)

“3박4일 옥천에 머물며 멋진 자연환경, 인심 좋은 사람들, 맛 좋은 음식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앞으로도 철마다 옥천을 찾아 대청호수난구조대와 함께 수상구조훈련을 할 생각이에요. 대청호에서 위급한 일이 발생한다면 저와 오투를 찾아주세요! 열심히 보탬이 되겠습니다.” (차종욱씨)

※ 옥천신문 기사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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