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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범수
어머님이 드레싱 재봉틀로 재봉하는 것을 보고
조금씩 따라한 적이 있었는데, 늘 추억으로 떠오르곤 했다.
처형이 주었다는 리폼된 재봉틀을 볼때마다
그 어렵던 시절이 생각나서 언제가 한 번 해 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가슴을 적셨다.
봄 날 오후 한가한 시간에 낮잠을 1시간 자고 나니 무얼할지 막막하다.
재봉틀을 꺼내서 목욕탕 커텐의 가양 박음질로 연습을 마친후
잘 입지 않았던, 기장이 긴 기성복 바지를 꺼냈다.
그리고, 용감하게 가위로 썰둑썩둑 잘라낸 후에
서투른 솜씨로 재봉 박음질을 해 냈다.
왼쪽 바지가랭이 밑단을 박음질 할 때는 손으로 살살 돌려가면서 했는데
바느질이 너무 조심스러워서 약간 비뚤거리고 폭이 좁아져서 애를 먹었다.
오른쪽 바지 밑단 박음질을 할 때는
대담하게 전동스위치를 사용하여 빠른 속도로 진행했다.
이게 웬일인가?
빠르고 과감한 박음질이 오히려 반듯하고 보기좋게 박음질이 되었다.
너무 조심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가 반감하는 원칙이 여기서도 적용되었다.
어찌되었던 기장이 신장에 맞게 잘 줄여진 바지를 입어보면서
아주 오랫동안 즐겨 입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의 첫번째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 손으로 해 낸 결과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어버이날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는데
그 동안 잊고 있던 생전의 어머님 모습이
눈에 아른 거린다.
어머님, 보고 싶습니다.
둘째가 재봉하는 모습을 천상에서 보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