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만든 다양한 차(茶)
일반 건조 아닌 덖음 수작업으로 만들어 '눈길'
14일 옥천푸드가공센터에 차려진 작은 찻집에서 임옥희씨를 만나다

14일 오후 1시30분 옥천푸드거점가공센터에서 임옥희(58, 군북면 추소리)씨를 만났다. 차 이야기를 시작한 그의 눈에서 열정이 보인다. 
14일 오후 1시30분 옥천푸드거점가공센터에서 임옥희(58, 군북면 추소리)씨를 만났다. 차 이야기를 시작한 그의 눈에서 열정이 보인다. 사진 편집은 문성준 편집기자(msg@okinews.com)가 했다.

[옥천을 살리는 옥천푸드] 차(茶)를 만드는 일에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차 맛을 좌우하는 꽃과 잎을 적정한 시기에 채취하는 건 물론, 이를 시들리고 덖는 과정(꽃·잎 등을 물이나 기름없이 볶아서 익히는 것)도 필요하다. 더군다나 꽃과 잎은 원재료가 가진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차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조금씩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그래서 수제차를 만드는 일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차를 사랑하는 마음과 차맛을 알리고 싶다는 어떠한 사명감 없이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14일 오후 1시30분 옥천푸드거점가공센터에서 만난 임옥희(58, 군북면 추소리)씨가 그랬다. 수제차를 만들기 위해 직접 농사를 짓고, 일반적인 건조가 아닌 덖음 수작업으로 차 한잎과 꽃 한송이에 숨을 불어 넣는다. 그렇게 탄생한 차들은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며 지인에게, 그리고 그 지인의 지인에게 소개된다. 지난 5월부터는 옥천로컬푸드직매장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현재 직매장에는 국화차, 쑥숙성차, 연잎숙성차가 진열돼 있어요. 국화차의 경우 감국과 금국을 블랜딩해서 내놓았죠. 감국은 약초로 쓰이는 국화인데, 효능이 좋아 맛과 향이 진해요. 그에 반해 금국은 꽃가루가 없는, 오롯이 꽃잎만으로 돼 있어요. 무조건 강한 맛을 내는 차가 아니라 조화로운 차가 맛있는 차이기 때문에 감국과 금국을 잘 배합해서 만들어요." (임옥희씨)

그가 직매장에 내놓은 국화차, 쑥숙성차, 연잎숙성차의 원료는 모두 직접 재배한 것이다. 추소리에서 100평 남짓한 밭에서는 국화(감국·금국)와 구절초를 재배하고, 성모병원 근처 산 밑에서는 연잎을 키운다. 규모만 500평이다. 

"10년 전 청주에서 친정엄마 집이 있는 옥천으로 이사를 왔어요. 잠시 생각도 정리할 겸 '머무르자'는 마음으로 왔는데 농사 지을 땅이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어제(13일)는 올해 첫 연잎을 수확했죠. 그다음은 감국, 구절초, 금국 차례가 돌아와요. 아침나절 꼬박 따고 나면 어느새 저녁이 오죠. 그럼 또 차를 만드는 작업을 해요.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겠어요."(임옥희씨)

옥천로컬푸드직매장에 진열된 각종 차들. 국화차 10g은 1만1천원, 20g은 2만1천원, 쑥숙성차 70g은 3만8천원, 연잎숙성차는 30g에 2만1천원이다. 직접 재배한 국화·쑥·연잎을 말리고, 굽는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임옥희씨는 직매장에 진열된 차 뿐 아니라 목련차, 찔레장미차 등을 가지고 왔다. 숙성된 정도에 따라 맛의 깊이도 다르다.

본래 차에 관심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이를 배우기 시작한 건 몸이 아프면서다. 건강이 악화되는 걸 느끼자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우연히 본 광고에서 원유전통예절문화협회를 알게 됐다. 무작정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차의 세계에 입문했다. 

"협회 분 중 한명이 저보고 별종이라는 얘기를 할 정도였어요. 지인 소개를 통해 협회를 알게 되면서 참여하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그렇게 시작한 협회 활동이었는데, 이제는 제 삶의 일부가 됐네요." (임옥희씨)

임옥희씨는 현재 대한꽃잎문화협회와 원유전통예절문화협회에 사범으로 활동하고 있다. 협회가 진행하는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나면 '사범'의 직위가 주어진다. 임옥희씨는 청주 등지를 다니면서 우리차를 알리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차 전시도 한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된 장소는 가공센터였다. 하지만 임옥희씨가 순식간에 평범했던 테이블을 작은 찻집으로 변화시켰다. 찻잔 아래로는 가공센터 주변에서 막 따온 감잎이 깔렸다. 직매장에서 사온 떡은 작게 잘려 다소곳한 자태를 뽐냈다. 강아지풀도 보자기 아래 깔려 분위기를 살렸다. 

"오늘 인터뷰가 있다고 해서 제가 전시했던 작품 몇점을 가져와 봤어요. 이왕이면 제가 만든 차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조금 꾸며봤습니다. 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과는 다양해요. 빵류이든, 떡류든지. 집에 있는 어떤 것이라도 한 입에 집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잘라서 놓으면 됩니다. 차라는 건 결국 눈으로 한 번, 향으로 한 번, 입으로 한 번 맛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임옥희씨)

그는 앞으로 직매장을 통해 목련차, 찔레장미차 등 다양한 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차라는 게 참 시간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오늘 가져온 목련차 같은 경우도 1년짜리, 2년짜리가 품고 있는 향이 차이가 나잖아요. 햇차를 선호하는 이들도 있지만, 저는 숙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차가 적어도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는 시간을 거쳐야 맛의 깊이가 생기는 것 같아요." (임옥희씨)

잠시잠깐 머무려고 들어 온 추소리지만, 벌써 10년째 머물며 지역사회에 녹아들고 있다. 새마을 부녀회 활동도 벌써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농기센터 교육을 받으며 알게 된 가공협동조합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옥천에 산지 얼마나 됐는지 헤아리다가 저도 모르게 화들짝 놀랐어요. 한 5년 정도 지난 줄 알았는데 벌써 10년 세월이더라고요. 앞으로도 열심히 농사 짓고 정성을 다해 차를 만들어야죠. 저는 차를 만드는 사람이니까요. 소소하고 보람있게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임옥희씨) 

가공센터 한편에 작은 찻집이 마련됐다. 임옥희씨가 직접 세팅한 것이다. 
가공센터 한편에 작은 찻집이 마련됐다. 임옥희씨가 직접 세팅한 것이다. 
뜨거운 물을 붓고 있는 임옥희씨의 모습.
뜨거운 물을 붓자 꽃이 피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임옥희씨의 모습.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임옥희씨의 모습.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임옥희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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