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찍고 돌아온 수북리 토박이, 카페 뜰팡의 인스타관리자 김한지씨
'달라진 옥천, 지역농산물이 주는 힘을 몸으로 느끼고 있어'

[옥천, 청년을 만나다] 이렇게 다시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렵게 간 대학(대전대 한문서예학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1년 만에 자퇴하고 호주로 홀홀단신으로 훌쩍 떠났을 때까지만 해도 고향 옥천에 다시 돌아올 거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나가보니까 알겠더라. 고향에 알게 모르게 길들여 진 자신을. 물 설고 낯설은 그 곳에서 고향이 더 간절히 그리워졌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몇년 전 만해도 호주 브리즈번과 맬번에서 워킹홀리데이로 1년 6개월 동안 ‘베이비시터’일을 하던 그가 이제 지역농산물 로컬음료카페의 직원이 된 것이다. 삶은 180도 완전히 달라졌다. 호주에서 얻은 것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살기 위해 익혀야 했던 ‘영어'와 ‘아이돌봄’은 수준급이다. 비자가 만료되어 돌아온 옥천은 그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었다. 돌아온 옥천은 달라져 있었다. 작은 영화관이 생겼고 곳곳에 아름다운 카페가 출몰해 그의 마실가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아버지는 작업실로 쓰던 작은 방을 월세 10만원에 세를 주었고 본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수북리에 자취 아닌 자취를 하며 독립성도 확보했다. ‘뜰팡’에서 신선한 친환경 지역농산물로 음료와 브런치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재료와 매뉴얼까지 공수받아 만드는 여느 카페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 때 그 때 제철 과일과 채소 등 들녘의 상황을 숙지해야 하고 그것을 어떻게 가공하여 맛난 음료와 브런치를 만들 것인가 지속적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가치가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몸으로 느끼고 있다. 커피가 없는 카페라는 것이 잘 될까 하는 의문이 초기부터 들었지만, ‘지역농산물’로 만들었다는 특화 전략은 이미 통한 듯 하다. 그런 것들이 그에게 더할나위없는 자부심이 됐다.

 김한지(26, 옥천읍 수북리)씨는 이름 그대로 제대로 된 '일경험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었다. “정규직이 아니지만, 계속 연장해 일정정도 일할 수 있어요. 일이 너무 맘에 들어요. 배우는 것도 참 많구요. 군 환경과에서 전기차 업무와 환경부담금고지서를 담당하는 청년일자리를 하다가 이번에 여기로 온 거거든요. 군청 일도 재미났지만, 뜰팡일이 조금 더 제 적성에 맞는 거 같아요. 저의 조그만 꿈도 나중에 저의 개인 카페를 내고 싶은 건데 여기서 많이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벌써 옥천살림협동조합과 뜰팡에서 일한 지 5개월 째이다. 

 "원래 커피를 좋아했는데 이곳에서는 로컬푸드만을 사용하여 커피를 제외한 다른 음료와 브런치를 만들고 있어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취지도 좋으니 기쁜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어요”.  인스타 홍보도 자처했다. ‘오케이 뜰팡’이란 아이디를 만들고 심심찮게 올리는 뜰팡소식이 입소문을 타 손님 몰이에 일익을 담당한다. 

 뜰팡 인스타그램 계정(@ok_ddeulpang_)에는 브런치 메뉴, 신메뉴, 카페 소식과 이벤트 등이 안내되고 있다. 8월 10일에는 옥천 직장인들로 구성된 ‘슈퍼스타 밴드’의 공연이 있기도 했다. “야외 테라스에서 공연을 했는데 반응이 괜찮았어요. 앞으로 정기적으로 문화 공연을 하면 단지 음료만 파는 카페가 아니라 문화공연도 볼 수 있는 카페로 격상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요."

 현재 뜰팡에서 일하며 가장 보람된 순간은 자신이 추천한 메뉴를 드시고 정말 맛있었다는 말을 들을 때이다. 가장 추천하는 메뉴로 한지씨는 복숭아 라떼와 더치베이비를 꼽았다. 복숭아 라떼를 추천하는 이유로는 잘 만들어진 청을 꼽았고, 더치베이비를 추천하는 이유로는 제철 과일 사용을 꼽았다. 덧붙여 사과 당근 주스처럼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음료도 있다고 했다. “원래 뜰팡 시그니처(대표) 메뉴로 고른 것이 딸기 라떼였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사과당근 주스를 많이 찾으면서 이게 대표 메뉴가 되었어요."

 일주일에 월, 목요일, 평일에 꿀 같은 휴일을 갖는다. 쉬는 날에 무엇을 하냐는 물음에 한지씨는 영화를 좋아해 향수 시네마에 자주 가고 옥천 내 개인 카페 탐방도 즐겨 한다고 답했다. 요즘 명소로 발견한 카페는 군서면 은행리에 마타리라는 카페와 군북면 소정리의 카페 프란스테이션이다. 마타리의 자두에이드와 프란스테이션의 대청호 뷰는 정말 맛나고 아름다웠단다. 구읍에 있는 커피타임과 그 사이에 있는 썸데이 공방에 가서 석고방향제 등 소품들을 만드는 취미도 있다. 특히 향수 시네마는 영화표가 6천원으로 저렴해서 애용한다고. 그러나 동시에 옥천에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옥천에 미술관이나 박물관, 소극장, 공연장 등의 문화시설이 갖춰져 있다면 청년들이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져 잘 떠나지 않을 것 같아요. 버스킹을 할 수 있는 광장이나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예쁜 게스트하우스도 정말 좋지요”

 그는 옥천에 계속 남고 싶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옥천을 뜨고 싶었죠. 하지만, 이제 옥천에 살고 싶어요. 옥천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본가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자취 아닌 자취를 하면서도 올 여름 에어컨을 틀었는데 비용이 얼마나 나올까 고민하는 청년이다. 정희재의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를 감명깊게 읽었던 그는 이제 김한지표 ‘농촌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란 책을 쓰고 있는 지도 모른다. 경쾌하게 다시 카페 매대로 들어간 그는 발빠르게 다음 메뉴를 준비하고 있었다. 뜰팡에 가면 참한 청년 김한지씨를 만날 수 있다. 뒤늦게 옥천과 지역농산물의 사랑에 흠뻑 빠진 청년이다.  

인터뷰 황민호, 기록 장수정, 작성 백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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