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개강좌 처음으로 개설
함께하는 프로그램 확대 통해 지역과 교류하는 복지관 될 것
'노인과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주민으로 살아갔으면'

 특정 대상만 모아서 하는 복지는 그 자체로 한계를 가진다. 끊임없이 지역사회와 소통하지 못한 복지는 고립될 수 있다. ‘고립’과 ‘단절’은 서로에게 편견을 가중시키며 자칫 지역공동체를 갈등과 분열로 몰고 갈 개연성이 크다. 언제부터인가 옥천노인장애인복지관은 이런 문제점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을 노인, 장애인으로만 한정 짓지 않고 지역사회로 넓혀 섞이게 하는 것. 그 안에서 어울림과 조화를 찾는 방법이 서로에게 필요한 복지를 제공해 줄 거라는 믿음이 생긴 듯했다. 7월31일 옥천노인장애인복지관이 대상을 일반 주민까지 확대해 연 ‘원데이클래스’는 이런 작은 변화의 조짐이다.

 7월31일 오후,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이하 복지관)에서 원데이클래스가 열렸다. 주제는 ‘마음을 엮는 시간―마크라메(매듭공예) 만들기.’ 어,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노인도, 장애인도 아닌 사람들이 섞여 앉아있다.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장애인 평생학습사업 담당자인 전소정 사회복지사.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장애인 평생학습사업 담당자인 전소정 사회복지사.

 장애인 평생교육사업 담당자인 전소정 사회복지사는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개강좌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비장애인 분들께 복지관이나 장애인에 대한 인식전환의 계기가 됐으면 해요. 복지관 이용자인 노인과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같은 동네주민으로, 지나가다 마주치면 한번쯤 인사도 나누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게 가장 원하는 바죠.”

사진 왼쪽이 원진희(35, 옥천읍 가화리)씨. 본인의 것도 제쳐두고 원정강의를 나왔다.

 첫만남의 어색한 분위기는 서로서로 도와가며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원진희(35, 옥천읍 가화리)씨는 매듭법을 빠르게 터득하고 이곳저곳 원정강의를 다니고 있었다. 그러느라 정작 자신의 것은 진도가 뒤처지지만 아랑곳 않는다. 꽃집에서 전단지를 보고 이번 강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마크라메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이 와닿았어요. 장애인 분들에 대한 생각이 변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장애인이라고 해서 딱히 다른 점도 잘 모르겠네요. 누가 장애인이고 누가 비장애인인지도 모르겠어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쁜 원진희씨.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쁜 원진희씨.

 평소 복지관을 자주 이용한다는 현은남(43, 옥천읍 문정리)씨는 “서로 도와가며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끼리는 돕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데, 비장애인 분들과 같이 하니까 훨씬 수월하고, 도와주기도 용이하죠.”

현은남(43, 옥천읍 문정리)씨가 '브이'자 손을 하고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
현은남(43, 옥천읍 문정리)씨가 '브이'자 손을 하고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
원데이클래스 참가자들.
원데이클래스 참가자들.
이곳저곳에서 모두가 서로를 돕는다.
이곳저곳에서 모두가 서로를 돕는다.

 복지관 허주희 사무국장은 “앞으로 복지관이 지역사회와 더 많은 교류를 할 수 있길 바란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앞으로 점점 더 확대되어 주민들도 복지관을 자주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복지관 오재훈 관장은 “복지를 바라보는 관점이 치료나 개인역량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정 대상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함께 이용하는 것이 장애인식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고 일단 자주 만나야 서로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의 친구가 되는 프로그램인 펭귄마을 프로젝트등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라메 수업 참여자.
마크라메 수업 참여자.

 오후 1시 반부터 4시 반까지 총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의 수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넘어서 서로의 '마음을 엮는' 시간이 되었다. 8월7일의 2회차 수업에서도 만날 우리의 이웃들이 지금보다도 더 쫀쫀한 매듭을 엮어내길 바란다.

마크라메 수업 참여자들.
완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완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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