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학생수 12명 안내중학교 3학년 황지수 학생
폐교, 안됐으면 좋겠어요.
옥천에 계속 살고 싶은 이유는 “편해서”

12주년 생일 잔치를 막 마친 작은 도서관이 있다. 그리고 이 도서관이 좋아 안남에 사는 것이 좋다는 학생이 있다. 안내중학교 3학년,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황지수 학생이다. 방학이 되어 지금은 방과 후 학교를 진행하고 있는 학생 12명의 안내중학교. 초록색 물결이 일고 있는 화단 사이사이 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화단을 지나 황지수 학생을 만났다.

수줍음 많은 지수 학생은 안내중학교의 학생회장이다. 어떻게 학생회장이 되었는지, 무슨 공약으로 어필했는지 물어보니 그냥 학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더니 된 거란다. 초등학교 6년 동안 장구를 치고 이제 꽹과리를 치는 상쇠가 되어 사물놀이에서 멋진 연주를 선보여 놓고도 잘하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없어요.” 라는 걸 보면 지수 학생은 우리와는 달리 자기자랑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머뭇거림 없이 인터뷰에 답하는 황지수 학생
인터뷰에 답하는 황지수 학생

현재 안내중학교의 학생은 총 12명이다. “3학년은 재형이, 형근이, 기홍이, 선우 그리고 저 이렇게 5명 있어요.“ 여자는 혼자라는 말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네, 라고 대답한 지수 학생은 여자 친구들이 많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에도 “그렇긴 한데 다들 여기로 안 와서요. 그리고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지내다보니 남녀 구분이 별로 없어요. 다 친구죠.” 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학교가 작아서 다들 가족같이 지내는 게 좋아요. 선생님도 선생님이 아니라 엄마아빠 같아요.”

그럼 여기 사는 건 어떨까. 불편한 점은 없을까. “배바우 도서관이 있어서 좋아요. 도서관에서는 핸드폰도 보고 책도 보고, 뭐 딱히 안해요. 그냥 거기 있으면 편해요.” 학교에 안 가는 날은 거의 도서관에 간다는 지수 학생은 도서관에 가는 버스 시간도 꿰고 있다. “아침 아홉시 반에 가서 집에 올 때는 사서 선생님이 집까지 태워주세요." 읍내는 부모님이 ‘싸돌아다니지 말라고’ 못 나가게 해서 못 나간단다.

 

지수 학생이 좋아하는 배바우 도서관의 다락. 아늑한 공간이 인상적이다.
지수 학생이 좋아하는 배바우 도서관의 다락. 아늑한 공간이 인상적이다.

지수 학생은 군의회에 가서 ‘등교 택시’를 제안한 적이 있다. “버스 시간이 안 맞아서 저는 아빠 차 타고 학교로 오면 10분 정도 걸리는데 애들은 지수리에서 버스 타고 오면 일곱시 반이면 벌써 학교에 와요. 수업이 8시 반에 시작하니까 한 시간 동안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야 되요. 집에 갈 때도 버스 시간이 한 시간 간격이라 수업은 네시 사십분에 끝나는데 버스 시간은 다섯 시 이십분이거든요. 그래서 밖에 있다가 부모님이 데리러 오면 가고 안 데리러 오면 40분 동안 기다려야 해요.“ 보통은 밖에서 놀면서 기다리는데 비라도 오는 날에는 할 게 없다고. 그래서 실내체육관이 필요하다는 학생들의 주장은 폐교대상학교로 안내중이 오르내리면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군의회에서 말하는 게 떨렸을 텐데, 라고 하니 옥천고 언니오빠들이랑 같이 있어서 괜찮았다는 씩씩한 지수 학생. 뭇 어른들처럼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니 곧장 "간호사 아니면 보육교사요." 라고 대답한다. 간호사나 보육교사가 잘 맞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조심스럽게 “글쎄요, 그럴 것 같아요.“ 라는 지수 학생에게 왜 간호사, 그리고 보육교사냐고 물어보았다. “엄마랑 작은 엄마가 둘다 간호사여서 방학 때는 병원에 엄청 많이 있었어요. 제가 아파서일 때는 거의 없었고 그냥 엄마가 있으니까 갔어요. 그래서 저도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보육교사는 아이들을 좋아해서요. 같이 있는 게 좋아서.”

지수 학생과 헤어져 나오는 길에 대단할 것 없던 한 마디 한 마디가 계속 떠오른다.

폐교가 되면 어떨 것 같아?   “그냥 안됐으면 좋겠어요. “

왜 계속 옥천에 살고 싶어?   “그냥요, 편하니까요. ”

꼭 거창한 이유 없이도 마음이 그렇게 바라는 일들이 있다. 폐교가 되면 이렇고 저렇고를 따지기 전에 지수 학생에게 폐교는 그냥 안됐으면 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이 지역에 정착해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 라고 하지 않아도 그냥 ‘편해서’ 지역에 계속 거주할 수도 있는 법이다. 때론 거대 담론까지 가기 전에 우리 마음이 결정하는 것들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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