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농민회·숭실대 농활대 농활 역사상 첫 만남
농민회 회원 적은 청산 상·하예곡리, 명티리도 들어가 ‘연대’
7박 8일 농민 정신 함께 나눈 농활 현장으로 들어가봤다
숭실대농활대가 옥천군농민회 농활 역사상 처음으로 옥천을 찾았다. 안남면(지수2리·연주1리·청정리), 안내면(방하목리·동대리), 청성면(산계1리·소서리), 청산면(상예곡리·하예곡리·명티리) 10개 마을로 말이다. 6년여간 서울대농활대와의 인연을 이어온 옥천이다. 하지만 올해는 충북도연맹 차원에서 대학생들의 다양한 지역 방문을 위해 농활 방문 지역을 새롭게 조정했다. 그간 음성군과 청주 등지로 많은 농활을 갔던 숭실대농활대지만 올해만큼은 옥천군농민회와 새로운 인연을 쌓는 기회가 마련됐다.
2일 농업기술센터 농업인교육관에서 열린 발대식을 시작으로 7박8일의 일정을 시작한 숭실대농활대. 이번 농활이 의미있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농민회 회원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청산면 3개 마을(상예곡리·하예곡리·명티리)에서도 농활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옥천군농민회는 이번 농활을 시작으로 청산·청성 지회가 아닌 독립된 청산지회가 될 수 있도록 청산면의 농민회 회원 확보에 힘쓸 예정이다.
숭실대학교 우제원(기독교학과 14) 총학생회장은 “숭실대의 경우 그간 청주나 음성군 등지로 농활을 많이 갔었다. 이번에 옥천군은 처음 방문하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왔다”며 “이번 농활은 농업을 알고, 농민들과 함께 연대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옥천군농민회 김형섭 회장은 “도연맹 차원에서 회의를 통해 다양한 지역의 농업 현장을 대학생들이 골고루 가봤으면 하는 뜻에서 변화를 줬다”며 "이번 농활이 의미를 더하는 이유는 숭실대와 옥천군농민회의 첫 만남이기도 하지만, 그간 농활이 이뤄지지 않았던 청산면에도 학생들이 들어간 데 있다. 앞으로도 청산면 농민회 회원 확보에 더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숭실이 좋아지는 시간 하예곡리가 좋아지는 시간’
올해 농활에는 250여명의 숭실대 학생들이 참가했다. 10개 마을에는 학생 25명이 각각 배치된 것. 그중 기자는 청산면 하예곡리를 찾았다. 5일 오전 찾은 하예곡리 마을회관에는 25명의 인문대학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노동의 고됨을 나누고 있었다.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청산산업단지 옆에 위치한 강철수씨네 감자 밭에서 일을 하고 돌아온 직후였다. 이날 하예곡리 농활대 학생들은 감자 캐기를 도왔다. 감자 밭이 생각보다는 작아보여서 힘이 덜 들 줄 알았는데, 고된 노동의 시간이었다.
홍창희(불어불문학과 18) 학생은 “감자 캐기 전에 깻모 옮겨 심기랑, 콩밭 돌 고르기 작업도 다. 오늘은 감자 캐기를 했는데 허리도 숙이고 무릎도 구부려야 하고 꽤 힘들었다”며 "하지만 역으로 이 작업을 맨날 하시는 농민 분들은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더 힘을 내서 이를 했던 것 같다. 조금이나마 농민 분들에게 우리의 활동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철수(63)씨는 “아무래도 학생들이 직접 와서 도와주고 그러니까 힘이 많이 된다”며 “그 전에도 일손 돕기 인력은 왔었는데 감자 심는 농민들이 너무 힘든 상황이니까 많이들 와서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예곡리 농활대는 마을 방문 첫 날 ‘우리가 지켜야 할 규칙’이라는 것도 만들었다. 문구 하나 하나가 눈에 띈다. ‘어르신들게 인사는 예의 바르게’, ‘일할 때 성실히 임하기’, ‘마을회관 깨끗이 쓰기’. 7박8일의 일정 동안 마을 주민들과 화합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세운 목표다. 연대의 출발이라고 할까.
주희연(철학과 17) 하예곡리 농대장은 “저희는 놀러 온 게 아니라 농업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시는 농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왔다”며 “며칠 전에는 마을회관에 하예곡리에 사는 어르신들을 직접 초대해서 저희가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소소하게 차린 밥상인데도 맛있게 드셔주시는 분들이 있어 뿌듯한 마음이었다. 이장님도 저희들이 불편하지 않게 항상 신경 써주시고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 중간 뒷풀이, 농민은 ‘농민수당’을! 학생은 ‘학원 자주화’를 외치다
5일 오후 12시부터 청성면과 청산면에서 농활을 진행한 학생들은 중간 뒷풀이 시간을 가졌다. 이른바 중풀이. 해단식 전에 농민회 회원들과 농활대 학생들이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중풀이에는 옥천군농민회 김형섭 회장과 전농충북도연맹 김남운 정책위원장이 함께했다. 농민회 회원들은 농민수당에 대해서, 숭실대농활대는 학원 자주화를 의제로 가져왔다.
농민수당은 비단 농민들만의 의제가 아니라는 것이 농민회의 생각이다. 농민수당을 농민의 당연한 권리며, 이를 일반 주민들에게 알려 공감대를 구성하는 것이 우선 목표다. 농민회는 농활이라는 연대활동을 통해 대학생들에게도 농민의 의제를 알렸다.
김남운 정책위원장은 “현재 충북도에서 농민수당을 위한 용역 준비를 예정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진행 정도가 느리다. 도 차원에서 이를 위해 준비해 나가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도내 농가들의 농가소득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며 “현재 충남의 경우 벼 안정기금을 일부 가져와 농민수당을 주고 있지만, 이는 충남의 방식일 뿐 충북도와는 결을 달리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민회 차원에서 농민수당을 말하고, 논하는 지속적인 과정을 통해 농민에 의해 주도된 농민수당임을 계속해서 알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숭실대 농활대는 교육공동행동의 일환으로 학습권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학생들의 기본 권리인 학습권을 보장하고, 건강한 대학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논의였다.
숭실대학교 우제원(기독교학과 14) 총학생회장은 “교내 투쟁의 일환으로 대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등 학생이 주체가 된 대학을 만들어 가자는 의미다”라며 “농민수당에 관해서는 오늘 자리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됐다. 생소한 이야기인만큼 더 공부를 통해 알아가야 할 것 같다. 이번 중풀이를 통해 농민은 학생의 의제를, 학생은 농민의 의제를 알아가는 공유를 통해 연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서울로 돌아가는 길, 옥천을 마음 속에 간직하다
8일 오후 12시 모든 일정을 마친 숭실대농활대와 옥천군농민회가 농업기술센터 농업인교육관에 모여 해단식을 개최했다. 서울로 돌아간다는 안도감과 옥천을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이 공존한 시간이었다. 옥천군농민회는 소소하게 마련한 선물을 전달하고, 숭실대농활대는 농민과의 연대 의식을 마음 속에 새겼다.
청성면 소서리에서 7박8일의 여정을 마무리한 신다인(글로벌통상학과 19) 학생은 “무엇보다 이번 농활을 통해서 ‘밥은 절대 남기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쌀 한톨을 만들기 위해서 농민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알았기 때문이다”라며 “처음 온 농활인데, 서울에서는 절대 경험해보지 못하는 것들을 옥천에서 하게 됐다. 값진 시간을 만들어준 소서리 주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말했다.
이날 해단식은 ‘농민가’로 마무리됐다. 농민가의 가사를 일부 공유하며, 길었던 숭실대농활대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투쟁, 투쟁, 투쟁, 투쟁, 투쟁.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배달의 농사형제 울부 짖던 날. 손가락 깨물며 맹세하면서 진리를 외치는 형제들 있다. 밝은 태양 솟아 오르는 우리 새역사 삼천리 방방골골 농민의 깃발이여. 찬란한 승리의 그날이 오길 춤추며 싸운 형제들 있다. 춤추며 싸우는 형제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