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암리에서 7년째 써니도예공방을 운영하는 송은선 씨
한국도예고 거쳐 경희대 도예과 전공···도자기 경력 15년
마음이 차분해지고 집중력도 높여주는 도예의 매력

언뜻 보면 현대인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많아 보인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목청껏 노래를 부르거나, PC방에서 게임을 하거나, 영화관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이외에 또 어떤 게 있을까? 놀 거리나 장소가 딱 떠오르지 않는다. 이마저도 코로나 확산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여가시간을 풍요롭게 채워줄 특별한 취미는 없을까? 1분 1초도 아까워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대사회에서 편하게 쉬어가며 시간을 보낼 공간이 있으면 참 좋겠다.
그렇다면 우리고장에 있는 도예공방 한 곳을 추천한다. 말랑한 흙이 도자기로 변하는 과정을 보면 우리네 인생을 닮았다. 흙을 빚을 때만큼은 ‘빨리빨리’ 정신은 내려놔야 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작은 손 움직임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딴생각을 하다 손을 놔버리면 모양은 여지없이 흐트러진다. 자연건조하고, 굽고, 유약을 바르고, 다시 굽고... 원하는 형태의 도자기를 만들기까지 기나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가마를 열었을 때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도자기는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빛깔을 낸다. 마암리에서 7년째 ‘써니도예공방’을 운영하는 송은선(31) 씨를 만나 도예의 예측할 수 없는 매력을 들어봤다.

자신의 별명인 ‘써니’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다가가고 싶은 송은선 도예가.

■ 모교에서 교생실습, 그리고 옥천으로

“제 이름이 은선이라서 어렸을 때 별명이 ‘써니’였거든요. 그래서 편하고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어서 공방 이름을 이렇게 지었죠. 도자기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했는데요. 적성에 안 맞거나 힘들었던 적은 없어요. 도자기는 자기 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결과물이잖아요. 원하는 형태나 크기로 자유롭게 만들 수 있으니까 희소성도 있고요. 소성(열로 점토를 굳히는 과정)하고 나서 느낌이 또 달라요. 거기에 색을 입히면 또 다른 매력을 느끼거든요. 여기에 흥미를 느낀 분들이 공방에 찾아오고 계세요.”

옥천이 고향인 은선 씨는 초등학교 CA활동 때 처음 도자기를 접하면서 도예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전문적으로 도예를 배워보고 싶다는 결심이 서고 옥천여중을 졸업한 뒤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한국도예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처음에는 이 진로가 맞는지 고민이 많았지만 적성에 맞다는 걸 깨닫고 경희대 도예학과에 들어가 배움을 이어갔다. 그렇게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도예 경력을 쌓은 게 어느덧 15년이다. 한 분야를 오랜 시간 지켜온 그의 집념이 남달라 보였다.

“대학교 다닐 때 교생실습을 하러 모교인 옥천여중에 왔어요. 공방을 열기 전에 저 송은선이라는 사람을 알리고 싶었거든요. 또 현장에서 배울 게 많아서 그때 학생들과 나눴던 시간은 저에게 소중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수도권에만 있어서 부모님과 떨어진 시간이 길었고 안정감을 찾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서울 생활은 뭔가 빡빡하고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제 고향 옥천에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마음이 섰죠.”

공방에는 배 모양의 도기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도자기에 그림무늬나 장식을 그려 포인트를 넣어줄 수 있다. 손재주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한다.
공방에는 배 모양의 도기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도자기에 그림무늬나 장식을 그려 포인트를 넣어줄 수 있다. 손재주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한다.
공방에는 배 모양의 도기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도자기에 그림무늬나 장식을 그려 포인트를 넣어줄 수 있다. 손재주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한다.
공방에는 배 모양의 도기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도자기에 그림무늬나 장식을 그려 포인트를 넣어줄 수 있다. 손재주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한다.

■ 흙으로 삶의 여유를 빚어보는 시간

은선 씨는 도자기나 인테리어 용품 등을 주문제작 하면서 일반인들이 취미로 도예를 즐길 수 있는 체험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일일 체험의 경우, 교육생들이 원하는 도자기 형태나 색을 직접 골라 흙으로 틀을 잡아놓으면 초보자들이 하기 어려운 공정부터는 은선 씨가 돕고 있다. 보통 식기나 인테리어 용품, 반려동물 밥그릇을 만들기도 한다고. 도자기 공정은 넉넉하게 한 달을 잡아야 한다. 물레나 손으로 틀을 잡으면 건조하는 데만 일주일 이상 걸리고 초벌, 재벌까지 두 번 굽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완성된 도자기를 챙겨갈 때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도자기는 얼마나 정성을 들이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져요. 대충대충 하면 흙이 다 알거든요. 건조하는 과정에서 다 갈라지거나 초벌, 재벌 과정에서 깨지기도 해요. 그래서 처음 흙으로 틀을 잡을 때 세심하게 잡아줘야 해요. 보통 손으로 만드는 작업, 물레로 돌리는 작업 두 가지가 있어요. 깔끔하게 작업하길 원하시는 분들은 물레를 쓰는데 자연스러운 형태를 원하시는 분들은 직접 손으로 하시죠. 아무래도 집중을 해야 하니까 만들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고 하세요. 조금 더 차분해지고요. 도자기는 빨리한다고 해서 잘 만들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빨리해야한다는 생각을 조금은 가라앉히고 자기만의 시간을 찾고 싶으신 분들이 오세요.”

공방 안에 화분, 도자기인형, 연필꽂이 등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용품들이 진열돼 있다.
공방에는 배 모양의 도기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도자기에 그림무늬나 장식을 그려 포인트를 넣어줄 수 있다. 손재주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한다.
공방에는 배 모양의 도기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도자기에 그림무늬나 장식을 그려 포인트를 넣어줄 수 있다. 손재주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한다.
공방 안에 화분, 도자기인형, 연필꽂이 등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용품들이 진열돼 있다.

■ 장애·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도예공방 꿈꿔

말랑말랑한 흙을 만지고 노는 것이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은선 씨. 도예로 얻은 성취감을 나누고자 그는 지금도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창원대학교 대학원에서 특수학과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도예를 즐길 수 있도록 앞으로 활동 폭을 넓혀갈 계획이다. 그는 도자기를 만드는 데 적정한 연령대는 따로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혹시 도예 분야에 롤 모델이 있는지 물었다.

“군북면 소정리에서 ‘옥천요’를 이어가고 있는 이숙인 선생님이 계세요. 선생님은 전통가마로 도자기를 굽고 계시거든요. 전통가마는 말 그대로 장작을 넣어서 불을 때는 방법인데 똑같은 색을 칠하더라도 다른 발색으로 나와요. 엄청난 기술력이 필요하죠. 가마에서 멀리 못 떠나고 계속 집중하고 있어야 해요. 저는 전기가마나 가스가마를 이용하거든요. 온도를 설정해놓고 유약이 녹는 점이나 유약발생률을 고려하고 기계로 체크하면 되지만 전통가마는 그렇지 않아요.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들어요.”

공방 안에 화분, 도자기인형, 연필꽂이 등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용품들이 진열돼 있다.

■ “흙의 촉감은 직접 느껴봐야 알아요”

회원제로 운영하는 써니도예공방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완성도 높은 도자기를 만들 수 있게 기초부터 기법을 전수하고 있다. 아동복지센터, 전통문화체험관, 학교, 기관 등에 찾아가 출강수업도 병행하고 있다. 은선 씨는 도예를 이론으로만 배우면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에 흙의 재질이나 촉감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공정에 필요한 도구를 직접 챙겨서 실습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백자토, 청자토, 분청토 등 흙마다 나오는 색이 다 다르고 높은 온도에서도 버텨줘야 해서 도자기 흙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에서 물건을 공수한다고.

“도자기 만드는 모습을 보면 교육생들의 성향이 어느 정도 보여요. 기분이 좋을 때랑 그렇지 않을 때 나오는 도자기가 다르거든요. 색깔을 결정할 때도 기분이 좋으면 밝은 색, 그렇지 않으면 어두운 계통을 고르시죠. 임산부나 태교하는 분들도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서 공방 수업을 들으러 오세요. 젊은 분들은 커플끼리 추억을 남기려고 오시는데요. 보고 있으면 그 모습이 예뻐 보이고 그래요.”

주로 실내 작업하는 시간이 많은 은선 씨는 쉬는 날에 집에 머무르기보다 여행을 다니는 편이라고 한다. 너른 바다나 확 트인 공간에 다녀오면서 기분 전환도 하고 어떨 땐 예술적인 영감을 받기도 한다고. 젊은 청춘을 보내고 있는 은선 씨가 앞으로 빚어낼 개성있는 도자기들이 벌써 기대가 된다.

“도자기는 어떻게 정성을 들이느냐가 중요하거든요. 물론 손재주가 있는 분들은 금방 터득하지만 조금만 인내하는 과정을 거치면 누구나 할 수 있거든요. 도자기를 만드는 작업이 결코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될 거예요. 도예공방을 연 지 이제 7년째인데요. 앞으로도 꾸준하게 하고 싶고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쉬어가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심리적인 안정을 찾고 싶으신 분들은 한번 도예공방을 방문해보시는 걸 추천해 드려요.”

써니도예공방은 송은선 씨의 개인 작업실이자 도예교육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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