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전통문화체험관, 14일 절기체험행사 열어
신청한 수강생 10명, 화전과 화채 만들기 체험
주요 절기마다 계획 중 …다음 행사는 단오

14일 옥천전통문화체험관 대청마루에서 열린 삼짇날 절기 음식 체험행사에서 백효숙 강사가 식용 꽃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14일 옥천전통문화체험관 대청마루에서 열린 삼짇날 절기 음식 체험행사에서 백효숙 강사가 식용 꽃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14일 옥천전통문화체험관 대청마루에서 열린 삼짇날 절기 음식 체험행사에서 수강생들이 직접 만든 화전과 화채를 보여주고 있다.
14일 옥천전통문화체험관 대청마루에서 열린 삼짇날 절기 음식 체험행사에서 수강생들이 직접 만든 화전과 화채를 보여주고 있다.

“예로부터 짝수는 음이고 홀수는 양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날짜에 홀수가 들어가면 길일이라 했어요.”

식생활교육옥천네트워크에서 온 백효숙 강사가 10명의 신청자를 앞에 두고 설명을 시작했다. 조상들은 홀수가 반복되는 날을 특히 길한 날로 여겼다. 1월 1일은 설날, 3월 3일은 삼짇날, 5월 5일은 단오, 7월 7일은 칠석, 9월 9일은 중앙절이다. 그중 최고는 삼짇날이란다. 1과 2의 결합. 음과 양 첫째가는 숫자가 한데 섞인 것이 바로 음력 3월 3일 삼짇날이다. 옥천전통문화체험관(이하 체험관)은 14일 삼짇날을 맞아 ‘세시풍속 즐기기’ 절기 음식 체험행사를 열었다.

삼짇날은 살아있는 자들의 잔칫날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움직이고, 들판에 나가 꽃과 풀을 밟으며 봄을 즐기니 답청절(踏靑節)이라고도 부른다. 모두들 놀았다. 사내아이는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고 계집아이는 각시인형을 만들어 소꿉장난을 했다. 여성들은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리며 멱을 감았단다. 마을 어르신들은 술을 마시며 봄 풍취를 즐겼다. 두견주, 이화주, 소곡주… 향기롭고 달큰한 술을 곁들인 좋은날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지천으로 피어있는 진달래가 주재료가 됐다. 조상들은 봄의 풍취를 눈으로도 보고, 입으로도 맛봤다.

잔칫날을 떠올리며 자연스레 음식으로 주제가 옮겨갔다. “삼짇날에는 녹두 반죽을 면처럼 만들어 오미자 물에 넣어 먹던 화면, 진달래 반죽을 꿀물에 넣어먹던 수면, 그리고 ‘지지는 떡’ 화전을 주로 먹었다”는 백효숙 강사의 말과 함께 화전 만들기 체험이 시작됐다.

“색깔이 예뻐. 제사상에 올리려면 보통은 파 같은 것이나 넣어 먹지 꽃은 잘 안 넣었거든. 우리끼리 즐기려고 꽃을 넣는 거지.”

손녀를 따라 처음 와봤다는 이병옥(88, 대전 도마동) 할머니는 음식을 만드는 손녀를 바라보며 식탁 위의 봄을 즐겼다. 올해는 진달래 개화 시기가 삼짇날보다 보름 이상 빨라 사용할 수 없었다. 대신 색색의 식용 꽃들이 자리를 대신했다. 먹는 꽃이니만큼 한 번 씻어야 했지만 세게 씻다가는 꽃잎이 짓무르고 떨어진다.

헹군 꽃의 물기를 빼는 동안 반죽을 치대야 한다. 수강생들은 방앗간에서 쪄온 찹쌀가루를 체에 한 번 거르고 뜨거운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익반죽을 했다. “반죽은 10분에서 20분 정도 치댄다. 숙성을 시켜야 하는데 오늘은 그럴 수가 없다. 팔 아프면 교대로 하시면 된다”는 백효숙 강사의 말에 실습장인 대청마루가 시끌시끌해졌다. 예상치 못한 고된 시간이 잠시 이어졌다. 수강생들은 고난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부쩍 친해지는 시간이다.

치댄 반죽을 떼고는 동글게 빚어 납작하게 눌렀다. 찹쌀로 만든 만큼 들러붙을 위험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수강생들은 4~5cm 정도 되는 동글납작한 반죽을 놓는 쟁반에도, 그걸 만드는 손에도 기름을 바를 필요가 있다. 구울 때도 조심해야 했다. 부풀어 올라 옆 반죽이랑 닿기라도 하면 그대로 들러붙는다. 고운 외양만큼 손도 많이 간다.

14일 옥천전통문화체험관 대청마루에서 열린 삼짇날 절기 음식 체험행사에서 수강생들이 서로 도우며 찹쌀반죽을 치대고 있다.
14일 옥천전통문화체험관 대청마루에서 열린 삼짇날 절기 음식 체험행사에서 수강생들이 서로 도우며 찹쌀반죽을 치대고 있다.
14일 옥천전통문화체험관 대청마루에서 열린 삼짇날 절기 음식 체험행사에서 수강생들이 반죽을 작게 떼어 빚고 있다.
14일 옥천전통문화체험관 대청마루에서 열린 삼짇날 절기 음식 체험행사에서 수강생들이 반죽을 작게 떼어 빚고 있다.
14일 옥천전통문화체험관 대청마루에서 열린 삼짇날 절기 음식 체험행사에서 한 수강생이 화전을 부치고 있다.
14일 옥천전통문화체험관 대청마루에서 열린 삼짇날 절기 음식 체험행사에서 한 수강생이 화전을 부치고 있다.

“모양이 어찌 그리 예뻐. 처음에 한 거는 살짝 탔는데 점점 괜찮아지네.”

기름 냄새가 실습장에 퍼지고, 화전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한 수강생의 말대로 노릇하게 익어서는 모양이 나질 않는다. 투명하게, 보기 좋게 만들어야 하는 어려운 조리과정이지만 손에 익은 수강생들은 하나둘 능숙하게 떡을 지져냈다.

음식이 완성돼가니 카메라도 바빠졌다. 서로 친해진 수강생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이란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안상남(61, 옥천읍 가화리)씨는 “SNS에 한국문화를 보여주는 사진을 올리면 외국인 학생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 김 식혀낸 화전을 나누며 맛봤다. 쫄깃쫄깃한 식감과 설탕의 단맛으로 먹는 음식이다. 싹이 자그맣게 움트듯 은은하게 퍼지는 단맛. 봄의 맛이다.

“화전은 오미자 국물을 이용합니다. 전날 찬물에 담가 우리고 다음 날 걸러주면 됩니다. 뜨거운 물로 하면 떫은 맛까지 우러나니 주의하세요.”

수강생들은 화전에 이어 화채를 만들었다. 준비된 국물을 옆에 두고 고명을 준비했다. 배 과육을 틀로 찍어낸 뒤 얇게 썰어 잣과 함께 띄운다. 붉은색으로 곱게 물든 국물 위로, 희면서도 단맛이 있는 배꽃이 피었다.

수강생들이 만든 화전과 화채는 각자의 집으로 나눠 가져갔다. 안상희(54, 옥천읍 양수리)씨는 “새로운 주민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멀리서 걸어온 보람이 있다. 종종 와야겠다”고 말했다. 임금순(62, 옥천읍 교동리)씨는 “가까이 사는 만큼 체험관에 종종 오는데 저렴한 가격에 즐기고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체험관에서는 이외에도 삼짇날 행사로 꽃차 만들기, 봄꽃 무료배부 등의 행사를 열었다. 체험관에서 주관하는 세시풍속 즐기기 행사는 작년 동지 때 처음으로 기획됐지만, 코로나로 행사가 취소됐고 올해 정월대보름에 시작됐다. 행사 1회 당 대략 50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체험관은 앞으로 단오, 칠석, 중앙절 등 주요 절기마다 세시풍속 즐기기 행사를 연다. 체험비는 5천원에서 2만원 수준으로, 주민 복지 차원에서 재료비보다 낮은 금액을 받는다. 신청은 체험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730-3419(옥천전통문화체험관)로 문의하면 된다.

14일 옥천전통문화체험관 대청마루에서 열린 삼짇날 절기 음식 체험행사에서 수강생들이 직접 만든 화전을 보여주고 있다.
14일 옥천전통문화체험관 대청마루에서 열린 삼짇날 절기 음식 체험행사에서 수강생들이 직접 만든 화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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