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주덕고, 폐교 1년 앞두고 책 펴내’

(사진제공: 주덕고등학교(왼쪽), 충북도)
(사진제공: 주덕고등학교(왼쪽), 충북도)

2022년 2월 제35회 졸업식을 끝으로 폐교 예정인 충주 주덕고등학교(교장 이평호)에서 책을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21일 충청북도교육청(교육감 김병우)에 따르면 주덕고등학교는 폐교를 앞두고 뜻깊은 마무리를 고민하던 차에 전·현직 교사, 학생, 졸업생, 학부모 등 교육 공동체가 힘을 모아 자신의 꿈과 추억을 담은 책을 펴냈다.

주덕고 도서편집동아리 ‘부크크’ 회원 4명과 이경희 교사(교무부장)는 제목 공모전 등을 개최해 학생과 교사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23편 경쟁작을 뚫고 당선된 도서 제목 ‘들어오니 주덕, 알고보니 주덕, 그럼에도 주덕’은 입학할 당시의 절망감과 학교생활에서 느끼는 새로움과 꿈, 폐교를 앞둔 아쉬움과 그리움을 담아냈다.

지난 9월부터 기획한 도서편집 작업은 동아리 회원들이 교내외 풍경을 사진으로 찍고 원고를 모으면서 시작됐다. ‘부크크’는 편집 작업 중 글 내용이 너무 솔직해 남들이 흉보지 않겠냐는 우려에도 ‘우리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쓰자’는 의견을 모아 거의 수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덕고등학교 이경희 교사는 도내에 많은 학교가 인구수 절감 등을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통폐합이 이뤄지고 있지만 기록을 통해 학교 발자취를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경희 교사는 “그동안 지역에서 소외되고 말썽도 많이 부리던 학교였지만 최근 몇 년간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아이들도 자리 잡고 진로·진학이 원활히 되었는데 지난해 폐교가 결정됐다”며 “(폐교는) 고향이 사라진다는 의미와 같다. 안타까운 마음을 공유하는 자리를 고민해오다가 가장 오래 남는 게 언어라고 생각해 책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편찬된 도서에는 짧은 시화 ‘방문을 열면 그의 빈자리가 느껴진다’부터 학교생활의 크고 작은 이야기, 온갖 말썽꾸러기들을 변함없는 애정과 격려로 감싸주던 교사들의 일기까지 담겨있다. 졸업생들의 글 6편은 자신을 변화시켜준 주덕고 교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있고, 전직 교사들이 보내온 원고에는 운동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선생님에게 대들던 학생에 관한 연민, 변화를 지켜보는 뿌듯함이 담겨있다.

이번 도서 편찬에 참여한 제1회 졸업생 권현순 씨는 보도자료를 통해 “학교 다닐 때 내가 받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나도 무언가 후배들을 위해 해주고 싶었다, 형편이 되면 장학금이라도 주고 싶었는데 이제 그럴 기회가 없어졌다”며 “그래도 이 한 권의 책이 있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내 청춘을 고스란히 들여다보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도서는 총 200부가 인쇄돼 도내 중등학교와 교육청에 배부될 예정이다. 한편, 주덕고는 지난 17일 도서 편찬을 기념해 학생 27명, 교직원 12명이 모여 책 출간을 기념하는 특별한 도서 축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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