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개업하는 수제요리 배달전문점
25년 경력의 이태리 레스토랑 쉐프 백복남씨
매운돼지갈비찜과 불막창으로 옥천인의 입맛을 사로잡길 기대해

삼양리에 있는 ‘더 쉐프’ 가게 전경.

수제요리를 배달한다고요? 수제요리 배달전문점 ‘더 쉐프’라고 적힌 새하얀 간판은 이 가게는 어떤 요리를 파는 곳인가 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우연히 가게 앞에 있는 사장이자 쉐프인 백복남 씨를 만나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심플하고 깔끔한 가게의 외관처럼 내부도 깔끔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테이블 하나를 제외하고는 가게 전체가 주방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취재 당시 처음 보는 가게인 것 같은데 언제 개업했나요?”하는 질문에 백씨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아직 개업하지 않은 곳이에요. 27일에 가게를 오픈해요.” 백씨의 이야기를 듣고 가게를 둘러보니 가게 안에 있는 화구와 냉장고, 요리 집기들은 모두 새것이었다. 백복남 씨의 고향은 수원, 서울에 있는 이태리 레스토랑 ‘아이모나디아’에서 25년간 근무했다. ‘아이모나디아’는 이태리 밀라노 두오모 성당 근처에 위치한 ‘미슐랭쓰리스타’ 레스토랑으로, 한국에서는 서초점을 본점으로 서울에 여러 체인점을 두고 있다.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가던 그가 모든 것을 뒤로하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옥천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요리를 사랑하는 쉐프의 새로운 도전

인터넷에 ‘백복남’을 검색해보면 ‘행복을 요리하는 남자’라는 글이 눈에 띈다. 그 옆에 나와 있는 그의 약력을 살펴보면 놀랍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백복남(49)씨는 2004년 이태리 레스토랑 아이모나디아에 입사했다. 2006년도에 관동대학교 호텔 조리학과로 편입한 뒤 2008년도에 졸업했다. 2007년에는 스페인으로 보름 동안 와이너리 연수도 다녀왔다. 그리고 2008년 북경에 레스토랑을 오픈하게 되면서 2개월간 근무하다 서울로 복귀했다. “아이모나디아에서 25년 정도 근무했어요. 그러다가 이번에 제 가게를 차렸죠. 언택트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홀 장사는 위험할 것 같아서 배달전문점을 하게 됐어요.” 그는 원래 대전에서 가게를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대전은 경쟁도 심하고 백씨가 가진 자본금으로는 어려움이 있었다. “아는 후배가 옥천에서 한번 해보라고 권유하더라고요. 옥천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제가 가진 자본금도 여유가 있었어요. 그래서 가게를 얻어서 인테리어도 했죠.”

그동안 이태리 음식을 요리해 왔지만 그가 ‘더 쉐프’에서 하는 요리는 한식이다. “처음 요리를 시작할 때 한식을 했었어요. 아이모나디아에 입사하면서 양식을 하게 된 거죠. 이태리 음식을 해왔지만 제가 가게를 하기에는 이태리 음식이 잘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한식을 하려고 해요.” ‘더 쉐프’에서는 매운돼지갈비찜과 불막창을 판매할 예정이다. ‘더 쉐프’라는 이름만 들었을 때는 어떤 요리를 파는지 떠올리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백씨는 이런 점이 다른 식당과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가게가 음식 이름을 간판에 넣어요. 그런데 저는 요리사니까 다양한 음식을 할 수 있어요. 음식에 대한 반응이 없으면 새로운 메뉴를 만들 수도 있고 시즌 메뉴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간판에 음식 이름을 안 넣었어요. 요리사가 매일 똑같은 요리만 하면 지겹잖아요. 옥천 특산물로도 시즌 메뉴로 만들 거예요.”

‘더 쉐프’ 주방 전경.

■ 옥천인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가게

백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더 쉐프’는 사업가보다는 요리사 ‘백복남’으로서의 가치와 철학이 담겨 있는 곳임을 알 수 있다. 

‘더 쉐프’에서는 메뉴를 최대 3가지까지만 선보일 예정이다. “제가 혼자 하니까 메뉴를 무한정 늘릴 수 없어요. 메뉴가 많으면 그만큼 신경을 못 쓰게 돼요. 일단 2가지 메뉴로 시작해서 반응을 보고 시즌 메뉴도 만들어 볼 거예요.”
백씨는 인테리어를 할 때 주방에 가장 큰 신경을 썼다. “주방은 제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에요. 그런데 머물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일하고 싶은 공간으로, 일하기 편한 공간으로 꾸몄어요.” 주방을 살펴보면 일렬로 놓여있는 향신료와 크기별로 정리된 주방 도구들이 보인다. 그리고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면 요리하는 백씨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제가 불쇼를 하고 요리를 하는 모습은 버스에서도 다 보여요. 그리고 요리할 땐 조리복도 갖춰 입고 마스크와 모자도 쓸 거예요. 그러면 고객들은 ‘저 사람은 저렇게 깨끗한 곳에서 요리하고 있구나.’ 알 수 있잖아요.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주면서 동시에 저도 홍보할 수 있는 거죠.”
취재 당시 백씨는 조만간 지인들을 불러서 두 가지 메뉴를 테스트해 보려고 했다. 메뉴 구성을 보고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지 확인해보려는 것이다. 일련의 점검을 거치고 현재는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와 같은 배달 플랫폼을 통해 2인분 기준 매운돼지갈비찜은 24,000원에, 불막창은 25,000원에 선보이고 있다. 물론 가게에 직접 방문하여 요리를 사갈 수 있다. 포장해 가면 전 메뉴 2,000원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더 쉐프’는 27일 오픈을 통해 정식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옥천에 온 지 이제 한 달 넘은 백씨는 옥천 주민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려 한다. 가게가 곧 자신이라는 백씨는 ‘더 쉐프’가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행복을 요리하는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요리에 대한 사랑과 진심이 느껴지는 이곳이 옥천인들이 맛있는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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