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CP 인증 이후 떡 카페 준비까지
변하지 않는 맛과 정성으로 옥천을 사로잡다
엄마의 가장 든든한 지원자, 두 아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전래동화와 옛 속담에서 떡은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 소재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에게 떡은 친숙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돌잔치, 혼례, 환갑연, 제례 같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식문화가 서구화되면서 젊은 세대는 떡보다는 빵과 케이크를 선호한다. 떡은 경사가 있거나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과 떡집보다 빵집을 찾는 게 쉬운 현실에서 빵은 떡을 빠르게 대체했다.
이러한 인식과 수요 변화에 맞춰 떡집에서는 떡으로 케이크를 만들고, 제품을 다양화하면서 떡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재탄생시켰다. 떡을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사 먹을 수 있게끔 한 것이다. 해마다 쌀 소비량이 줄고 있는 지금, 떡은 쌀 소비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떡은 밥을 대신해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양도 가득하다.
‘옥천떡집’도 이러한 변화를 수용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옥천떡집은 김진애 대표가 옥천에서 28년간 운영해 온 떡집이다. 김진애 대표는 전통 떡집이라는 ‘전통성’을 유지하면서 떡 카페라는 ‘새로움’을 가미하려고 한다.

■ 떡으로 품앗이하는 떡집 일가

‘옥천떡집’ 김진애(51) 대표는 옥천에서 8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큰언니는 옥천읍 금구천변에서 ‘하나떡방앗간’을, 남동생은 옥천읍 양수리에서 ‘떡나라’를, 그리고 여동생은 대전 산성동에서 ‘옥천떡집’을 운영하고 있다. 8남매 중 4명이 떡집을 하며 떡집 일가를 이루고 있다.

8남매의 부모가 떡집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4명의 자식들이 떡집을 하게 된 것은 남매의 깊은 우애 덕분이다. 8남매 중 큰언니가 가장 먼저 떡집을 시작했다. 그다음으로 김진애 대표가 큰언니의 떡집에서 일을 도와주다 떡집을 차리게 됐다. “언니가 인천에서 떡집을 하다가 옥천으로 내려왔어요. 엄청 오래됐죠. 저는 떡집을 하기 전에 다른 일은 안 했어요. 가정주부로 있다가 언니 집에서 일을 조금 도와주면서 제 떡집을 하게 됐죠.” 김씨는 또 남동생과 여동생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남동생과 여동생 모두 자신의 떡집을 차리기 전, 김씨의 떡집에서 일하며 배웠다. “제가 떡집을 처음 할 때 남동생이 우리 가게에서 일하다가 독립해 나갔어요. 그리고 여동생도 여기서 하다가 지금은 대전에서 떡집을 하고 있죠.” 

사람들은 8남매 중 4명이나 떡집을 하는 것에 놀라기도 하고 옥천에서 형제 3명이 각자의 가게를 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형제끼리 같은 업종을 하면 서로 경쟁하지 않나요?” 김씨는 이 질문에 오히려 같은 떡집을 운영하고 있기에 힘든 게 있으면 서로 도울 수 있다고 대답했다. “저희 남매들은 우애가 좋아서 경쟁이 없어요. 서로 도울 거 있으면 도와주고 뭔가를 물어보면 다 알려줘요. 서로 욕심내지 않아요. 갑자기 필요한 게 생기면 전화해서 가지러 가기도 하죠. 전에는 떡 용기가 부족해서 가지러 가기도 했어요.”

옥천떡집에서 만든 각종 다양한 떡들
옥천떡집에서 만든 각종 다양한 떡들
옥천떡집에서 만든 각종 다양한 떡들
옥천떡집에서 만든 각종 다양한 떡들
옥천떡집에서 만든 각종 다양한 떡들
HACCP인증설비로 설치된 떡 가공기계들
HACCP인증설비로 설치된 떡 가공기계들
모든 장비가 새롭게 설치됐다.
HACCP인증설비로 설치된 떡 가공기계들

■ 28년 전통 떡집, HACCP 인증으로 날개를 달다

김씨는 28년간 떡집을 운영해왔다. 오랜 기간 떡집을 운영해온 만큼 많은 단골손님을 뒀다. 김씨는 손님들이 옥천떡집을 찾는 첫 번째 이유로 ‘정성’을 꼽았다. “모든 떡을 만들 때 저희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들여요. 손님들이 떡을 주문해 가셔서 맛있게 드시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리고 한 번씩 ‘맛있게 먹었다’, ‘떡 잘했다’는 전화를 받으면 정말 기뻐요. 그래서 더욱더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김씨는 떡집의 또 다른 인기 비결로 ‘한결같음’을 꼽았다. “또 다른 비결은 언제나 같은 맛이에요. 저희는 설탕이나 소금 등 재료를 넣을 때 저울로 정확히 계량해서 떡을 만들어요. 그래야 맛에 변함이 없고 한결같거든요. 감에 의존하게 되면 어느 날은 적게, 어느 날은 많이 들어갈 때가 생기게 돼요.”

이렇게 옥천떡집에서 만들어지는 떡은 40가지가 넘는다. 그중 많이 나가는 건 20가지 정도다. 백설기, 꿀떡, 바람떡, 찰떡, 인절미, 캔디떡 등 다양한 떡이 있지만 가장 잘 팔리는 떡은 찰떡이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으시는 건 찰떡이에요. 저희가 장례식장에 납품하는데 상갓집에 오시는 분들이나 상주분들이 찰떡이 맛있다고 따로 주문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김씨는 기존의 떡 주문 판매에서 마트와 학교 급식 납품까지 사업 범위를 넓혔다. 마트나 학교, 기업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HACCP 인증이 필요하다. 그런데 HACCP 인증을 받기 위해선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인증을 받으려면 공간이 구분되어야 해요. 위생시설도 갖춰야 하고 설비도 스테인리스로 해야 해요. 나무는 안 되죠. 그리고 시설 설치 시 일정 동선을 만들어야 해서 까다로워요.” 이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옥천떡집은 옥천에서 ‘떡나라’와 함께 HACCP 인증을 받은 유일한 떡집이 되었다. 떡나라는 옥천 최초의 HACCP 인증 떡집이며 김씨의 동생 김응섭(41)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떡나라는 작년에 HACCP 인증을 받으며 옥천뿐만 아니라 영동, 무주, 보은, 금산까지 떡을 납품하는 어마어마한 사업체다. 김씨는 경험자인 동생의 도움을 받아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인증을 받기까지 힘들었지만 그래도 손님들에게 더 깨끗한 곳에서 믿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꼈다. “HACCP 인증 이후 가게가 더 깔끔해졌어요. 깨끗하고 위생적인 곳에서 떡이 만들어지니까 손님들도 안심할 수 있죠. 그리고 인증을 받으면 재료의 원산지 표기를 정확하게 해야 해요. 그런 점에서 손님들이 더 믿고 먹을 수 있어요.”

■ 네 아들의 성장이 담긴 떡집, 이젠 두 아들과 함께 운영하다

“큰애를 낳기 전부터 했으니 28년 정도 했어요.”, “아들을 여기서 낳았으니까 여기에 온 지 20년 정도 됐어요.” 김씨는 인터뷰 내내 아들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씨는 이 떡집을 하며 4형제를 낳아 길렀다. 즉 옥천떡집은 김진애 대표 그 자체이며 곧 아들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중 큰아들과 둘째 아들은 김씨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매일 새벽 4시30분이나 5시쯤 출근하는데 주문이 많으면 새벽 2시나 3시에 나오기도 한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고된 노동에 지칠법하지만 김씨는 두 아들이 있기에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아들 둘이랑 같이 일하고 있어요. 제가 힘이 없는데 저 대신 무거운 거 들어주고 많이 도와줘요. 너무 고맙죠.” 

김씨의 아들 이충길(28), 이충민(26)씨는 새벽부터 바쁜 엄마의 일을 조금씩 거들어주기 시작하면서 떡집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충길씨는 “부모님이 하시는 일이기도 하고 자주 도와주다 보니 적성에도 맞았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 온 후 바로 시작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충민씨는 그런 형을 따라 얼마 있지 않아 떡집 운영을 함께 했다.

김씨는 이런 두 아들 덕분에 HACCP 인증부터 떡 카페 준비까지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HACCP 인증을 받기까지 많이 망설였어요. 비용도 비용이고 절차도 까다로우니까요. 그런데 아들들이 ‘엄마, 공사해 주시면 저희가 한번 잘해볼게요.’ 하니까 투자를 결심하게 됐죠. 떡 카페 아이디어는 제가 냈어요. 아들 둘이 있으니까 제가 커피를 내리고 아들들이 떡을 만들면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HACCP 인증받을 겸 공사하면서 카페도 같이 구상하게 됐어요.” 하지만, 떡집에 지금 당장 카페가 들어서는 건 아니다. 김씨는 카페 운영에 신중히 다가가려고 한다. “카페를 같이 하려면 신경 쓸 게 많아요. 커피기계도 들여놓고 바도 설치해야 하니까요. 너무 서둘러서 하면 안 되니까 조금 더 신중히 준비하려고 해요.”

큰 도시로 나가기를 원하는 요즘 청년들과 달리 떡집을 선택한 이씨 형제는 떡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가득했다. “떡에 대해 연구하려고 사진을 많이 찾아봐요. 그리고 떡 개발도 하고 있죠. 젊은 세대도 즐겨 먹을 수 있는 떡을 만들기 위해서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옥천떡집은 카페를 시작하게 되면 떡을 소매로도 팔 예정이다. 커피 한 잔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떡도 만들고 겨울에는 따뜻한 가래떡을 뽑아서 손님들이 간단히 먹을 수 있게끔 할 계획이다. 더 많은 사람이 떡을 즐겨 먹을 수 있도록 변화를 꾀하는 떡집, 그리고 엄마와 두 아들이 새로운 꿈을 그려갈 떡집, 이곳의 긍정적이고 재밌는 변화를 지켜보는 건 어떨까. 

옥천떡집에서 만든 각종 다양한 떡들
옥천떡집에서 만든 각종 다양한 떡들
옥천떡집에서 만든 각종 다양한 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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