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터마을 친구들, 옥천에 다시 모였습니다'
'안터마을 친구들, 옥천에 다시 모였습니다'
  • 오정빈 기자
  • 승인 2019.06.11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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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안터마을 친구들 모임
6일 안터마을 친구들이 뭉쳤다. 왼쪽 앞에서부터 반시계방향으로. 홍순하(경기도 여주시), 유재순(인천 계양구), 조규흠(인천부평구), 황기화(인천 부평구), 최순란(인천 계양구), 조복순(서울 금천구), 조영현(옥천읍 동안리), 조영은(대전 중구), 여인식, 전영갑(경기도 수원시), 최연근(동이면 석탄1리), 조영구(동이면 석탄2리)

6일 오전 10시부터 옥천역 앞이 유난히 시끌시끌하다. 50여년 전 안터마을 친구들이 옥천을 다시 찾아왔기 때문. 옥천에서 계속 살고 있는 친구들이 서울, 인천, 경기도, 대전 등지에서 온 친구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몇번이나 이렇게 모였나 물으니 친구들은 고개를 갸우뚱 한다. 여자친구끼리 모임은 결혼 전부터 있었고 숫기 없는 남자친구들을 하나 둘 불러내 지금 모임을 만든 게 2004년이다. 1년에 한번씩도 아니고 두 번씩 모일 때도 있으니 몇 번 모였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어느새 이 모임이 안터마을, 고향 그 자체가 됐다.

옥천역 앞에서 우연히 만난 동네 오빠 조규완씨. 조규완씨는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올해로 나이 64세(혹은 그 근방)에 있는 친구들이다. 이렇게 다 모인 지 15년도 더 됐지만 아직 할 말이 많다. 손자손녀 돌보는 근황 이야기부터 어렸을 적 닭서리하던 이야기, 농사 지어 직접 국수 해먹었던 이야기까지, 이야기 보따리가 술술 풀린다.

"그 잔치국수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우리 마을에 국수 공장이 하나 있었는데, 집에서 밀을 직접 빻아서 공장에 가져가면 면을 쫙쫙 뽑아줬단 말이죠. 어쩜 그렇게 구수하게 뽑아냈는지, 지금은 그 맛이 안 나요." 

조규흠씨가 기자에게 열심히 설명하자 홍순하씨가 옆에서 '그치, 그치' 하고 추임새를 넣는다. 

"근데 난 아직도 섭섭한 게 있어요. 난 밀껍데기가 들어가서 색이 누르끼리한 국수밖에 못 먹어봤어요. 우리 아버지가 동장이어서 집에 손님들이 참 많이 왔거든. 손님들에게 뽀얀 흰 국수를 내주구 우리들은 까끌하고 누르끼리한 국수를 줬어, 우리 엄마가." 

지금이야 손님들이 식사를 하거나 식사 시간을 피해 방문하지만, 그 시절에는 밥 먹을 시간 즈음 되면 꼭 손님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는 게 예의고 이웃간 정이었다. 

민화투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민화투도 참 많이 했죠. 화투로 짝맞추기 게임을 하는 거예요. 겨울에 밖에는 눈 내리구 춥구 하면 방에서 할 일이 없어서 민화투를 참 많이 했어요. 고구마를 내기로 걸었지. 고구마를 눈 위에 던져놓고 민화투 한 게임을 하고, 이긴 사람이 그 고구마를 갖는 거예요. 깡깡 언 고구마를 과도로 살살 벗겨 먹으면 달디 달았거든요." 

황기화씨 이야기에 홍순하씨가 깔깔 웃는다. 그런데 기화가 자기가 지면 얼마나 성질을 냈는지 모른다고, 다들 기억나냐는 순하씨 말에 친구들이 웃음이 터진다. 

안터마을 친구들은 간식으로 다슬기를 먹고 청성면 청마농장에서 빠가매운탕과 닭백숙을 먹었다. 점심 이후에는 조영구씨 배를 타고 석탄리에서 안내면 장개리까지 뱃놀이를 갈 예정이란다. 날씨도 맑은데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 해 더욱 즐거운 오후다. 

청마농장에서. 빠가매운탕과 닭백숙을 먹는 모습.
자치기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조영현씨. 자치기는 대각선으로 홈을 파서 나무 막대를 세워두고 다른 나무 막대기로 쳐서 날리는 게임이다. 상대팀은 그 나무 막대기를 잡아야 하는데 잡으려다 머리에 맞아서 이마에 피를 본 친구도 있었다고. 
옥천역에서.
청마농장 강변에서 포즈를 잡은 안터마을 친구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괄호 안은 옛날 안터마을 친구들이 살던 골목 이름이다. 유재순(솔모랭이), 홍순하(웃말), 조용구(웃말), 최연근(웃말), 조규흠(솔모랭이), 조영구(아랫말), 조영현(솔모랭이), 최순란(아랫말), 조복순(솔모랭이), 황기화(아깔래), 조영은(웃말), 조성현(아랫말), 전영갑(아깔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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