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면 칠방리 출신, 예산에서 32년 교직생활
예산 토박이 못지않은 소문난 ‘예산 전문가’
옥천, 연어처럼 언젠가 돌아갈 마음속 고향

 

그가 고향 옥천을 떠나 충남 예산에서 시작한 교사생활도 어느덧 32년째에 접어들었다. 예산 광시중학교 곽상규(60) 교장은 이 오랜 세월동안 예산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자타공인 ‘예산 박사’가 되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고향 옥천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예산 내 옥천출신 인사들과의 교류도 끊임없이 이어나가고 있다. 군서면 사양리 출신 예산 대흥고 김종윤 교장, 수북리 출신 예산교통 조강현 대표 등이 옥천 출신이다. 곽교장이 옥천신문을 10년 이상 꾸준히 구독한 까닭도 마찬가지다. 그는 매주 옥천신문 속에 담겨있는 옥천 곳곳의 소식과, 사람, 장소들을 스마트폰 속 메모장에 빠짐없이 적어놓는다. 곽상규 교장만의 ‘옥천 버킷리스트’인 셈이다. 

■ 작은 학교 곽시중, ‘예술꽃’ 피는 고급학교로 만들다

곽 교장은 이원면 칠방리 출신이다. 지금은 칠방리와 구룡리가 합쳐져 용방리라고 부르는 곳이다. 이원초등학교를 52회로, 이원중학교를 28회로 졸업했다. 겨울이면 형 누나들과 함께 거세게 몰아치는 북서풍을 맞으며 등교했다. 중학교 때 공부를 곧잘 해서 대전고등학교에 진학해 58회로 졸업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 유류파동이 터져 2년 정도 학원 강사를 한 후 사립학교 교사 모집시험에 합격해 예산으로 가게 됐다. 초임지인 예산 대흥면 대흥중·고등학에서 8년을 보내고 같은 재단 소속 광시면 광시중학교로 넘어와 이 곳에서만 24년 째 근무 중이다. 그러다보니 광시면 자란 아이들 중 곽 교장이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다.

곽 교장의 광시중학교는 작년 ‘예술꽃 씨앗학교’로 선정됐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전국의 초중고교 중 예술분야를 접하기가 어려운 작은 학교 학생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충남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광시중은 전교생이 관악기 연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 전교생이 17명밖에 되지 않아 학교 재단차원에서도 운영에 어려움이 많은 학교지만, 광시중학교 학생들은 1인 1악기를 연주하기도 힘든 요즘 학생 한 명당 2개 이상의 악기는 연주할 수 있는 고급학교가 됐다.

“대전에서 교수님이 오셔서 학생들에게 트럼펫 트럼본 호른 등 관악을 가르칩니다. 제가 오페라, 그 중에서도 베르디를 좋아해요. 그런데 어느 날 학교 교정을 걷고 있는데 음악이 흘러나오는 거에요. 베르디에 <아이다> 더라구요. 우리 애들이 그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들으니 감동이었지요. 어떤 CD, 음원보다 더 아름답게 들리더군요.”

■ ‘예산 전문가’된 영어교사, 옥천 사랑도 여전

곽 교장은 영어교사출신이지만 역사교사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로 역사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그래서인지 예산 토박이들보다 더 예산에 대해 관심 갖고 주변에 알리는 자타공인 ‘예산 홍보대사’다. 주변에서도 그를 보고 “어떻게 예산 사람보다 예산을 더 많이 알고 사랑하냐”고 말들을 한다고 한다. 예산이라는 지명이 생겨난 유래부터, 목조건축으로 유명한 ‘수덕사’, 백제가 마지막 투혼을 불사른 ‘임존성’, ‘오페르트 도굴사건’으로 유명한 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 묘’,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 생가 등. 그의 예산에 대한 관심은 고대사부터 근현대사까지 전 시대를 아우른다. 최근에는 동기동창들, 은사님들을 모시고 예산 관광을 하며 곽 교장이 완벽한 가이드를 해줘 동창회에서 ‘인기 쟁이’가 됐다고 한다. 학교와 가까운 광시면에 위치한 ‘황새공원’ 등을 소개하며 특유의 ‘황새 포즈’로 사진을 찍어주는 등 사진사를 자처하는 자신만의 가이드법이 그 비결이라고 한다.

곽 교장은 30년 넘게 산 예산을 사랑하는 만큼 나고 자랐던 고향 옥천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대단했다. 그래서인지 그가 설명하는 역사 이야기 속 곳곳에는 고향 옥천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이 묻어 있다. 특히 그가 존경하는 옥천 인물로 꼽은 사람은 중봉 조헌 선생이다. 그는 자신이 선산 곽씨면서도 조상인 곽재우 장군보다도 조헌 선생을 더 존경한다고 한다.

“제가 올 봄에 금산에 있는 칠백의총에 다녀왔어요. 그곳에 가면 조헌 의병장과 영규대가사 작전회의를 하는 모습이 담긴 기록화가 있는데, 거기에 써있더라고요. 송시열의 외할아버지 ‘곽자방’. 제가 선산 곽씨인데 그 분의 직계 후손이에요. 칠백의총이 금산에 있지만 그 곳에서 전사하신 조상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옥천 사람이에요. 그래서 옥천에서도 조헌 선생님 관광코스를 기획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정지용 시인하고 육영수 생가만 가지 말고 멀지 않은 곳 안남면 도농리에 조헌 선생 묘소도 있잖아요. 그런 우리 옥천의 조상들의 기록들을 견학할 수 있는 기념관 같은 것들이 더 필요하다고 봐요.”

곽 교장은 자신이 요즘 읽는 책을 소개하며 옥천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본의 도야마 시를 배경으로 한 <이토록 멋진 마을>이라는 책인데, 구도심을 슬럼화 시키고 아파트를 지어서 외곽으로 나가는 개발방식에서 벗어나 중심가를 재생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의 생각은 옥천 역시 아름다운 구읍을 재생해서 개발하는 방식으로 변두리 도시가 아닌 누구나 와서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내 고향 옥천, 연어처럼 언젠가는 돌아가야 하는 곳

그에게 고향 옥천은 언젠가는 돌아가야 하는 곳이다. 직장문제로 어쩔 수없이 예산에 정착해서 살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라도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고향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연어에 비유하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드러냈다.

“연어는 자기가 태어난 곳을 떠나 태평양으로 갑니다. 그 과정에서 많이 죽기도 해서 돌아오는 연어는 몇 마리 되지 않죠. 그런데도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저도 고향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현재는 예산으로 나왔잖아요. 물론 내가 연어가 아니어서 내가 그곳으로 돌아갈지 그곳에서 죽을지 알 수 없지만 저에게는 정신적으로 말할 수 없는 고향이에요. 연어처럼 그 곳으로 꼭 돌아가야 하는...

 

‘열정맨’ 곽상규 교장 가이드 따라 예산 한바퀴

‘열정맨’ 곽상규 교장 가이드 따라 예산 한바퀴

광시한우, 황새공원, 임존성 등 예산 곳곳의 명소 탐방

곽 교장의 열정 비결은 ‘고향에 대한 애정’

 

“예산 생활이 벌써 35년째니 고향인 옥천에서 산거 보다 훨씬 많이 살았네요. 예산 사람 다됐습니다. 예산 사람들도 어떻게 자기들보다 예산을 더 많이 아냐고 놀라요.” 

곽상규 교장은 소문난 예산 사랑꾼이다. 앉은 자리에서 예산 지명의 유래는 물론 전 시대를 아우르는 예산의 역사에 대해 줄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인터뷰를 마친 뒤 예산 가이드를 자처하는 곽 교장을 따라 예산 관광에 나섰다. 

곽 교장을 따라 광시면 광시리에 도착하자 진풍경이 펼쳐졌다. 면소재지인 광시리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광시한우거리’가 위용을 뽐내고 있는 것. 작은 시골 거리를 가득매운 30여개의 한우 전문 식당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한우 생산지임을 단 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약 30년 전부터 광시면 청정지역에서 기른 한우 암소를 판매하는 것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의 미식가들과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맛집 거리가 됐어요. 주말이면 관광버스들이 줄을 선다니까요.”

광시한우거리에서 2km정도 벗어나자 드넓은 논이 펼쳐졌다. 넓게 펼쳐진 황금들녘에 빠져 있을 즈음 곽 교장이 목소리가 흥분되기 시작했다.

“우리 예산 광시의 또 명물이 뭔 지 아십니까. 황새입니다 황새. 정말 의미 있는 새에요. 원래는 대한민국 텃새였는데 멸종됐다가 현재 여기 광시 황새공원에서 복원을 해서 개체수를 늘려나가고 있는 거에요.”

곽 교장의 말대로 천연기념물 199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황새는 예산 광시면에 조성된 ‘황새공원’을 중심으로 부활의 날개짓을 펴고 있다. 황새공원은 우리 옥천 주민들에게 낯선 단어이기도 하다. 90년대 후반 자연생태마을을 조성해 ‘황새마을’로 만들고 공원까지 유치하는 사업의 유력 후보지로 검토되던 곳 중 하나가 바로 동이면 석탄리 일대였기 때문이다. 

황새공원에 도착하자 곽 교장의 특별한 ‘황새 가이드’가 시작됐다. 황새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는 물론, 공원 곳곳에 세워놓은 황새 조형물 앞에서 특유의 ‘황새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주는 것. 곽 교장은 자신만의 가이드 비법으로 동기동창 사이에서 ‘인기 쟁이’가 됐다고 한다. 곽 교장을 따라 황새 둥지로 자리를 옮기자 김수경 황새공원 연구원의 자세한 설명이 뒤를 이었다.

“여기 황새공원에는 100여 마리가 사육장에 있고 전국에 방사한 6~70마리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황새는 습지성 조류로 어류, 양서류, 작은 포유류 등을 먹어서 농약이 살포된 논이나 습지 등에서는 살 수가 없어요. 그러다보니 황새마을이 조성되면서 황새 이외에도 각종 조류와 생태계가 복위되는 효과를 가져왔고, 광시면 농산물은 철저하게 유기농법으로 수확하는 무공해 농산물로 각광받고 있기도 합니다.” 

황새공원을 끝으로 마무리 되나 싶었던 예산 관광은 식을 줄 모르는 곽 교장의 열정에 끝을 모른 채 이어졌다.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발길을 바삐 옮기는 곽 교장을 따라 봉수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곽 교장만 알고 있는 관망지점에 도착하니 예당호를 품은 예산의 아름다운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여기 봉수산에는 그 유명한 임존성이 있습니다. 백제가 멸망하고 부흥운동을 하며 불꽃처럼 마지막 투혼을 불사른 곳이죠. 저는 시간 날 때마다 이곳 봉수산 임존성에 갑니다. 거기서 혼자 성주도 되고 병사도 되는 그런 상상에 빠지곤 하는 거죠.”

봉수산을 내려와 ‘의 좋은 형제 이야기’로 유명한 ‘예산 이성만 형제 효제비’를 거치고 나서야 마지막 관광지인 예당호로 향했다. 국내 최장 길이의 출렁다리가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예당호에서 곽 교장은 예산 향토음식 ‘어죽’을 대접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곽 교장에게 나지막하게 열정의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다. 돌아온 그의 대답은 ‘고향에 대한 애정’이었다. 

“32년 세월에 더해 중요한 것은 고향에 대한 애정이지요. 애정이 없으면 세월이 지나도 잘 모르는 겁니다. 나태주 시인이 그랬잖아요. 자세히 보면 보이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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