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잘못 날아왔다 / 김성규 시집

밧줄을 쥔 사내가 나무 밑으로 걸어간다

감나무에 매달려 허공을 차는 개, 골목마다 도장을 찍던 발바닥이 뭉툭하게 말린다 그늘에 앉아 턱을 괜 아이는 도망치고 싶지 않다 울음이 빠져나올 수 없도록 다물어진 입속에서 이가 부딪친다 몸 여기저기 밀어올린 공포가 개를 얼린다 구멍이 없었다면 주둥이에서, 항문에서 흘러내리는 피도 얼었을 텐데, 자꾸만 얼어붙는 개를 녹이려 사내가 털을 그슬린다 시커멓게 얼어붙는 개, 가스불에도 녹지 않는 개, 땀을 뻘뻘 흘리는 사내의 어깨가 짐승의 뒷다리처럼 튼튼해 보인다

온몸의 얼음덩어리가 녹아 눈물로 범벅된 아이
아무도 지울 수 없는 발자국이 눈동자에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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