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째 한살림 근무 베테랑, 남부권역 권영규 사무국장
유기농부 고령화와 대를 잇는 농부 부족해 유기농업 단절 우려

“옥천에서 제 인생의 이모작을 준비해보려고 해요.” 작년 옥천으로 와서 직접 포도 농사를 지으며 농촌현장으로 스며든 권영규(46) 한살림 사무국장. 옥천, 보은, 영동을 아우르는 한살림 충북 남부권역협의회의 사무국장이자 초보 농부이기도 하다.

그가 20여년을 생활하던 서울을 떠나 옥천으로 내려온 이유를 듣기 위해 그의 사무실을 찾아가 보았다.

한살림 사무실에 들어서자 넓고 분리된 공간들이 눈에 띄었다. 업무 공간이라기보다는 집 같은 느낌이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원래 집으로 만들어진 공간을 사무실로 꾸몄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사무실은 귀농인 임시 숙소로도 쓰인다고.

“한살림은 귀농귀촌인과 농촌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요. 이 사무실은 옥천에 거주할 곳이 마땅하지 않은 귀농인들이 잠깐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도 쓰고 있어요.”

현재에도 귀농인이 사무실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귀농인은 일찍부터 밖으로 나가 작물들을 관리하고 있어 아쉽게도 만나볼 수는 없었다. 이들이 속한 옥천 공동체는 주로 포도, 복숭아, 채소를 재배하는 농가로 이루어져 있다. 정식 회원은 열 네 농가 정도지만 예비 회원까지 하면 이십 농가에 달한다고. 옥천에는 옥천 공동체, 배바우 공동체, 안내 공동체의 세 공동체가 있고, 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 게 충북 남부권역협의회다.  

서울에 있던 한살림 지부에서 17년 가까이 근무했던 그가 충북 지역을 찾게 된 데엔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젊은 귀농인으로서 하나의 역할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 답했다.

“추구하는 건 농업 살림인데, 농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고 있어요. 농촌 환경이 고령화되면서 지속성을 위협 받고 있기도 하고요. 특히 한살림 생산자들은 지속적으로 농약과 비료를 투여하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건강한 땅을 관리해왔거든요. 이 분들이 돌아가시면 사실 이를 잇는 농부가 없어요. 그러면 다시 관행농으로 돌아가기 십상이거든요. 이런 땅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파견되었다 생각합니다. 맨날 물류나 소비자 입장에서 한살림을 지켜보다가 현장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 저 스스로 농사를 짓고 싶었습니다. 한살림의 소중한 가치를 잇고 싶었습니다”

오랜 기간 농업에 관한 일을 하다 보니 농업 현장을 가까이서 보게 됐고, 대가 끊겨 가는 농촌 환경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껴왔다는 것. 그는 땅을 살리는 운동 역시 같은 맥락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땅을 지켜오던 노인이 돌아가시고 나면 이를 이어갈 후임이 없다.

그렇다고 바로 농업을 시작할 순 없으니 농사를 배우며 공동체와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포도밭 일꾼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며 농사를 배우고 있다. 

권영규 씨가 재배하는 작물은 하우스 포도인 만큼 더 손이 가는 작업이 많다. 열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하루 만에 몇 달 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벌써 두 필지를 태운 이웃도 있다고. 한번 포도가 타게 되면 내년 농사까지 영향을 주다 보니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요즘 하우스 포도는 날이 더우면 자동으로 하우스 문이 열려요. 온도를 조절하려고. 그게 고장나 버리면 곤란하죠. 열기가 빠져나가질 못하니까, 한 순간에 다 타버리기도 해요.”

그는 포도를 관리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 농장을 방문하는 건 물론, 수시로 포도들을 챙긴다. 시설 재배의 특성 상 관리를 잘 해주면 더 쉽지만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실 그에게는 조금 더 큰 포부가 있다. 옥천 내에 하나의 마을을 만들어 함께 농사 짓고, 생활하며 더불어 살아갈 공동체를 만드는 것. 스스로 생각한 현재 사회에 대한 대안의 일환이기도 하다.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한살림의 이념과도 통한다.

“귀농 자체만을 가지고 한다기보다는 옥천에 한살림 마을을 하나 만들고 싶어요. 마을이 아니라 결사체라고 해야할까요? 같이 모여서 공동체를 되살리고 마을을 만들어 가치나 이념을 중심축에 두고 생활할 수 있으면 어떨까 싶어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묻자 그는 전문 포도 농사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옥천을 통틀어서 전문가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한살림 내에서의 전문가는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의 귀농이 성공하기를, 그래서 그의 풀어헤쳐 놓은 꼬리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따라오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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