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을

길 위의 집

정선주

화살처럼 날아간 길 저 녘에 닿아 있다.
꽃은 피고 지고 새들 노래하다 갈 뿐
아무도 머무르지 않아 비어 쓸쓸한 둥지

믿음은 길 위의 집과도 같은 것
세상 모든 길이 한데 모여 기도 할 때
사람은 하늘로 길을 낸다, 창문을 열어둔 채
  
누구나 가슴엔 한 두 개 쯤 길이 있다.
뜨거운 언어를 한 올 한 올 풀어내어
창 많은 사람일수록 밝은 달을 띄운다.

 

갈대 빛 기다림 

조은세

눈발처럼 속 깃 풀풀 날리는 새이고 싶어
접은 듯 날개모아 날렵하게 솟아 오른다
지난 일, 남루를 벗고 따라 오려 애써도.

감나무 가지 끝엔 까치밥 등을 밝혀
때 묻은 텃새 허기를 달래는 저녁
까마득 잊어 버렸을까 갈매 빛 굽은 등뼈.

젖은 안부 품에 안고 거리를 떠돌지만
펴지 못한 기다림 앉지 못해, 눕지도 못해
한줌 씨 뿌리고 나면 못 이긴 척 봄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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