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전문학습공동체 일환으로 온라인 조별활동 공개수업
학생들 채팅으로 소통하고, 공통의 과제 풀어나가는 활동 ‘뜻 깊어’
사실상 휴대폰으로 온라인수업 어렵다는 피드백도 나와, 지원 ‘절실’

지난달 17일 옥천여중에서는 '가상공간을 활용한 조별활동'에 대한 공개수업이 열렸다. 3학년 4반 학생들과 안정호 교사의 모습이다.
지난달 17일 옥천여중에서는 '가상공간을 활용한 조별활동'에 대한 공개수업이 열렸다. 3학년 4반 학생들과 안정호 교사의 모습이다.
지난달 17일 옥천여중에서는 '가상공간을 활용한 조별활동'에 대한 공개수업이 열렸다. 3학년 4반 학생들과 안정호 교사의 모습이다.
지난달 17일 옥천여중에서는 '가상공간을 활용한 조별활동'에 대한 공개수업이 열렸다. 3학년 4반 학생들과 안정호 교사의 모습이다.

코로나19가 강타한 학교 풍경은 평소와 완전히 다르다. 학생들은 시험대형으로 앉아 있고, 비말이 튈 수 있어 수업시간에 진행되던 모둠수업은 전면 취소됐다. 행복씨앗학교로 학생들의 수업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방학 내내 조별수업을 연구해온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낮아지는 수업참여도, 지루함이 커져가는 학교. 교사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온라인 조별수업이다.

지난달 17일 옥천여중 3학년 4반 기술가정 시간, ‘온라인 조별수업’ 현장을 찾았다. 평소라면 서로에게 몸을 기대고 침을 튀겨가며 조별로 의견을 나눌 학생들이 멀찍이 떨어져 앉아있다. 웅성거림이 가득할 교실에는 적막한 숨소리만 들린다. 움직이는 건 휴대폰 화면을 응시하는 학생들의 빠른 눈동자와 손동작뿐이다.

오늘의 수업을 진행하는 안정호 교사에게 이유를 물으니 ‘학생들이 교실에 있지만, 사실 없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컴퓨터 화면을 보여준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학생들은 ‘불평등 해소’, ‘교육의 증진’ ‘성평등 보장’, ‘빈곤감소’ 등 다양한 소주제를 만들어 조별 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다. 적막한 교실, ‘온라인 공간’속 학생들의 대화는 벌써 수십 페이지를 넘어갔다.

화면을 켜두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원노트에 조별과제 내용을 적어본다. 원노트는 조원들과 함께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다. 
이 수업은 집에서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어디서고 온라인 조별수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학생들은 조별 대화방에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함께 원노트를 보는 조원들이 과제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적고 있다. 말보다, 문자가 편한 학생들이다. 

학생들이 활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옥천여중 온라인 수업프로그램인 ‘팀즈’다. 학생들은 원하는 ‘가상의 조별 방’으로 접속한다. 각 방에서는 조원끼리 대화도 나눌 수 있고 영상도 볼 수 있다. 모여진 아이디어들은 또한 과제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연결된 ‘원 노트’(프로그램으로 오프라인의 전지와 같은 형태)에 모인다.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찾아서 바로 ‘복사, 붙여넣기’ 형태로 올린다. 완성된 원 노트는 공유 버튼을 누르면 다른 조와도 화면을 함께 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발표도 진행한다.

적응을 잘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온라인 조별수업은 첫 경험이라 우왕좌왕하는 모습들도 엿보인다. 학생들이 작은 휴대폰을 붙잡고 과제를 하려니 눈도 껌뻑껌뻑, 손도 수차례 털어낸다. 수업시간 교실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니 학생들이 멀티창을 켜놓고 카톡방에 올리는 글도 보인다. ‘카메라 켜라고 말하시는 건가. 마이크가 안 켜지는데. 입이 안 떨어진다, 선생님도 당황하신 것 같은데, 터치가 안 되는데, 보조배터리 없어? 밧데리 7%..수업 끝나기 전에 꺼지면 어떻게 하지..’

우여곡절 끝에 발표까지 잘 마무리 되고나자 공개수업을 지켜보던 교사들의 박수갈채가 터져 나온다. 안정호 교사는 “아직 처음이라 미숙한 부분이 있었지만 학생들이 생각보다 잘 따라와 줬다”며 “요즘 학생들은 카톡으로 대화하는 게 편안하다고 말하는 세대라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낯설지만 ‘필요한’ 시도, 온라인기기 제공으로 수업환경 개선해야

공개수업을 마치고, 전문학습공동체 시간이 되자 참관한 동료교사들의 피드백이 이어진다. 박빛나 교사는 “공간만 바뀌었지 마치 교실에서 수업하는 것 같았다. 특히 교사가 중간 완성된 과제에 피드백을 해주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며 “또한 학생들이 과제를 수행해 나가면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대화방을 통해 하나씩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고 말했다.

교사 전문적학습공동체 강사로 초청된 수곡중 한영욱 교사는 “이전에는 무조건 학교에 ‘어떤’ 옷차림으로 와서 앉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젠 어디에 있어도 연결되어 있다면, 함께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또한 교실에 다 같이 앉아있다고 해서 모두 ‘잘’ 이해하는 건 아니라는 점, 그래서 학생 개인별 피드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온라인수업 기기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피드백도 나왔다. 휴대폰으로 조별활동을 진행하기에는 화면이 작기 때문. 작은 글자가 보이지 않고, 의견을 작성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따른다. 김도영 학생(3학년)은 “휴대폰 화면이 작아서 친구들이 올려놓은 과제를 보려면 눈이 아프다. 타자도 계속 쳐야 하기 때문에 키보드가 있으면 훨씬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옥천여중 이용흥 부장교사도 “좋은 수업환경을 제공해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현재 대부분 학생들이 휴대폰으로 온라인수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패드가 교과서처럼 제공된다면 학생들이 온라인수업에 더 편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천여중 이용흥 부장교사가 그간 온라인수업 진행에 있어 '정보부장'으로서 공로를 인정받아 동료교사들로부터 꽃다발을 전달받았다. 
이거 제대로 되는 것 맞아?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살피는 학생도 나온다. 학생도, 교사도 낯선 시도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는 법. 
적막한 교실에서 빠르게 손이 움직인다. 
안정호 교사는 학생들이 조별로 작성한 원노트를 꼼꼼히 읽고 피드백을 남긴다. 학생들의 고민은 한층 깊어진다. 
'교사도 서로를 보고 배운다' 옥천여중 교사 전문학습공동체가 열려 안정호 교사의 공개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함께 나누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신 안정호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박수가 터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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