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piung8@hanmail.net (옥천읍 가화리)

 

뒤척이다가 기상 시간보다 일찍 깼다. 굳이 예매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빈자리가 많았다. 새벽이라 그런지 몹시 선선해서 바로 에어컨 객실로 가지 않았다. 예매할 때 에어컨 객실과 선풍기 객실이 있었는데 우린 에어컨 객실을 선택했다.

석재쌤 말로는 에어컨 객실이 냉동고 수준이라고 한다. 두 시간 정도 선풍기가 있는 객실에 있다가 에어컨 객실로 이동했다. 점심 때 잠깐 선풍기만 있는 객실을 살펴보러 갔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찜질방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그 찜질방에서 자는 사람도 있었다. 5시 정도 방콕에 도착했다. 

택시기사와 실랑이를 벌였다. 택시 기사들의 말은 ‘지금 방콕이 살벌하다. 총알이 날라 다닌다’ 왜 이리 겁을 줄까? 단순한 호객행위라고 생각했다. 방콕에 시위가 있는 줄 알았었지만 설마 그 정도까지 일까? 했는데 택시 기사들의 말이 옳았다. 우리들의 목적지 카오산 로드가 가까워지면서 도로 옆에 경찰차 몇 대가 엎어져 있었다. 바리케이이드가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카오산 로드는 무정부상태 다. 여행 오기 전에 읽은 카오산 로드에 관한 책은 무척이나 수수했는데 씨엠립에서 마주했던 관광지의 얼굴이었다. 여행자들이 도로를 향해 소파에 기대어 맥주를 기울이고 있거나 안마를 받고 있었다. 택시 기사들이 다가와서 은밀하게 속삭이고 갔다. 새벽 3시까지 카오산 로드는 숙소에 있는 여행자들을 불러내려고 소음을 줄이지 않았다.               
                                                           

2월 18일 화

 

어느 곳을 가느냐에 따라 여행의 컨셉이 정해진다. 시엠립의 앙코르 와트는 유적지가 중심이다. 오랫동안 머물렀던 필리핀은 음식보다는 코발트 빛 바다가 중심이다. 태국은 음식이 구심점이다. 이번 여행에는 쌀국수가 크게 작용했다. 여행 기간 내내 쌀국수를 찾아 다녔다. 쌀국수는 동남아시아의 상징이다. 파스타는 딱딱한 질감이라 부담스러운데 쌀국수는 이들의 심성마냥 부드럽다. 토핑을 자랑하는 피자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공들여 우려 낸 육수를 껴안고 앉아 있는 쌀국수는 소박하다. 강대국에 시달려 정체성이 지워진 필리핀의 음식에 비해 쌀국수는 흔들리지 않고 풀잎처럼 다시 일어나는 민족을 닮았다. 한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음식들이 있다. 인도와 네팔 지역의 카레와 난과 이탈리아의 파스타와 피자 그리고 터키의 케밥 등 자기 민족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우리나라는 김치와 된장? (최근 여행을 하면서 점점 더 한국 음식의 독특함과 건강함에 놀란다. 특히 발효식품) 

찬 성질을 가지고 있는 밀가루는 장을 부담스럽게 하는데 쌀국수의 따뜻한 성분은 몸을 편안하게 한다. 캄보디아에선 다양한 쌀국수를 먹을 수 없었지만 라오스에선 나름 새로운 쌀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쌀국수만 먹기에 부족하면 누룽지(카오콥)를 넣어서 먹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한국의 된장같은 양념을 찍어 먹을 수 있는 풋열매가 같이 나온다. 된장을 기본으로 하는 카오소이도 맛있었다. 

오아시스(가화리)/piung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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