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소식-청성면]
청성면 사무소에서도 19번 국도를 타고 10여분을 차로 달리면 있는 동네 귀곡리. 높디높은 하늘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새, 그리고 그 곳엔 인심 좋은 집사가 있다. 청성면 귀곡리에 살고 있는 육동일(73), 전덕출(65) 부부다. 정년퇴임 후 고향인 귀곡리에 자리 잡고 산지도 어느덧 11년이 되가는 이 부부는 고양이 짹순(10)이를 키우고 있는 일명 ‘고양이의 집사’다.
“고양이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고 하잖아요. 딱 맞는 것 같아요. 개들은 항상 주인바라기인데, 고양이는 자기 마음 내킬 때 와서 쓰다듬어 달라고 하고. 그러다가 휙 가버리고. 그러다가 좀만 있으면 골골거리면서 걸어오고. 자꾸 변덕을 부리니깐, 오히려 제가 더 애가 탈 때가 있다니까요.”
오늘도 전덕출씨는 마당을 차지한 길고양이와의 전쟁중이다. 깔끔한 성격의 전덕출씨는 고양이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는 자리를 하루에도 몇 번씩 물청소를 해낸다. "노랭이, 저기 쪽으로 가서 있어. 여기 치워야돼." 혼자서 목소리를 높여보지만, 노랭이는 들은척도 안한다. 오히려 배를 보이며 골골(기분이 좋을 때 나는 소리)송을 불러댄다. 고양이 매력에 빠진 사람은 어쩔 수 없다. 약자다. 청소를 한다고 잡고 있던 수도 호스를 내려놓고 자리로 돌아간다.
취재를 하던 중 어느새 검정색, 노란색 털이 예쁘게 섞여 있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전덕출씨 옆에 스르륵 자리를 잡고 앉는다. 방금까지 고양이 냄새 난다고 했던 이가 맞을까. 두 눈에는 애정이 뚝뚝 떨어진다.
“얘가 깜순이예요. 어디 사진 좀 찍어봐요. (가까이 다가가자 도망을 쳤다) 조심히 와야지, 가까이 오면 도망가요. (고양이가 멀리서 쳐다보고 있다) 아이구 예뻐라. 제 핸드폰에도 고양이 사진 밖에 없어요.” 사진에 담겨 있는 고양이들의 얼굴이 다양하다. 노래서 노순이, 이미 노순이가 있어서 노랭이, 두 눈에 깜장 털이 있어서 썬그라스..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부부는 이제 짹순이뿐 아니라 동네 고양이들의 식사와 쉴 곳을 제공하는 일까지 나섰다. 집 옆 창고 두 동에는 각각 고양이 한 가족이 자리를 잡았고, 또 다른 고양이 가족은 인근 빈 축사에 모셔다 놓고 아침저녁으로 방문해 밥과 물을 챙겨준다. 정기고객만 부부의 집을 찾는 것이 아니다. 부부의 마당은 일명 고양이 카페기 때문이다. 볕이 좋은 날에는 수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모여 각자 마당에 자리를 잡고 일광욕에 나선다.
약 20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의 식사를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어디 여행 한 번 편하게 못 간다는 부부지만 늘 걱정이 남는다. 모든 주민이 고양이를 좋아할 수는 없는 법. 더군다나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다나 보니 영역싸움이 일어나 동네가 시끄럽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고양이 용변 냄새가 지독하다는 이들도 있다. 개체수가 앞으로 더 많아진다면 이런 이야기는 그저 갈등에 멈추지 않을 수 있는 법. 때론 길고양이 갈등으로 농약을 놔 한 마을의 고양이가 몰살당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요즘은 혹여 몰라 밥을 항상 1.5배씩 놔둔다. 배고파서 약이 묻은 밥을 먹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저희 부부 말고도 길고양이 예뻐해서 사료 준비해놓고 주는 집이 꽤 많아요. 그러다보니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고 또 낳으니깐 고양이가 너무 많아졌어요. 시끄럽고 밥 주는데도 한계가 있고요. 안 좋아하는 주민 마음도 이해가요. 그런 갈등들이 마을마다 조금씩 있는 것 같아요. 점점 길고양이 좋아하는 주민들이 눈치 보면서 밥 주고 다녀요.”
부부는 이런 갈등이 생명을 몰살시키는 방향, 주민 간의 목소리가 커지는 일로 끝나기보단 정책적인 보조가 있어야 ‘진정한 공존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새끼라도 안낳게 하는게 답인 것 같아요. 중성화수술 시켜주려고 저희도 알아봤는데 20만원이 넘더라고요. 저희가 먹을 건 어떻게 해주겠는데, 수술은 너무 부담되요. 그래서 군에서 중성화는 해줬으면 좋겠어요. 고양이 약 놓는 주민이라고 맘이 편하겠어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잖아요. 그럴 수 있게 뒷받침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