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례 할머니(왼쪽)과 옥천군 노인장애인복지관 정미자 생활지원사. 

[읍면소식-안내면] 더위가 슬금슬금 찾아오는 한낮이다. 코로나19로 경로당 문은 아직도 닫혀 있고 거리가 고요한 와중에 안내면 현리 미닫이형 한 대문이 절반 정도 열려 있다. 여기서 말소리가 들린다. 옥천군 노인장애인복지관 정미자(60,읍 죽향리) 생활지원사와 양금례(87,안내면 현리) 할머니다. 정미자 생활지원사가 양금례 할머니에게 '항상 휴대폰을 꼭 챙기고 다니셔야 한다'고 단단히 이야기 중이다.

얼마 전 정미자 생활지원사는 저녁시간 양금례 할머니에게 전화를 했는데 계속 전화를 안 받으셨단다. 무슨 일이 생기신 건 아닌가, 속이 타서 근처에 사는 김선호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양금례 어머니 댁에 한 번 가봐주실 수 있으세요?" 

김선호 할머니는 집 뒤란에 다른 일을 보고 있던 양금례 할머니를 발견했다. 곧장 정미자 생활지원사에게 사실을 알려줬다. 이 전화를 받고서야 안심이 됐다. 

"정말 김선호 할머니도 전화 안 받으셨으면 어쩔 뻔하셨어요?" 휴대폰은 꼭 챙겨주시라,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한다.

정미자 생활지원사는 일주일에 한 번 어르신들을 찾아뵙는다. 안내면에서는 도이리와 현리에서 어르신 10분, 또 옥천읍에서 3분 등 지역 65세 독거어르신들을 찾아간다. 잘 계시는지 보고 말동무도 하고 필요한 심부름을 하기도 한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전화도 드린다. 그리고 아무래도 요새는 더 신경을 쓴다.

"슬슬 날도 더워지는데 아직도 경로당이 문을 안 열었어요. 경로당 아니면 면 단위는 달리 갈 데도 없고, 다들 따로 집에만 계셔야 하니까요. 경로당이 문을 안 닫았을 때는 어르신들이 같이 먹고 자고 안부도 서로 확인하시고 하셔서 걱정이 좀 덜했는데 이제는 그게 안 되니까요. 전화를 안 받으시면 잠도 잘 안 와요.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그래도 지금이라도 면에 가봐야 하나 하구요. 그때도 김선호 할머니가 전화를 받아서 다행이었죠." (정미자 생활지원사)

'뭘 그렇게 걱정을 하냐' 이야기하면서도 양금례 할머니도 문득 걱정이 드는 부분이 있다. 아직까지는 괜찮았지만 곧 다가올 폭염도 괜찮을까.

"작년 여름이 끝날 즈음에 경로당에 에어컨이 들어왔어요. 올 여름은 시원하게 잘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경로당에 갈 수 있을지... 걱정은 되지요. 못 나간다고 하면 혼자 많이 힘들 거 같아요." (양금례 할머니)

안내면 시니어클럽 거리질서(쓰레기 줍기)활동을 하기 위해 나가는 양금례 할머니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