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을 위한 옥천만의 국악 만들어나갈 거예요'
'옥천을 위한 옥천만의 국악 만들어나갈 거예요'
  • 박시은
  • 승인 2020.05.07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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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국악협회 사무국장 김정미씨를 만나다
지역예술인 육성 위해 2013년 예송무용단 설립
지난달 8일 다원문화예술공동체연구소 예송에서 김정미씨를 만났다.

 지역에는 지역을 이해하는 예술이 필요하다.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면, 관객의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연출자의 의도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종 한국문화를 다룬 외국 콘텐츠를 보면 우리가 아는 것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김정미(44, 읍 양수리)씨는 옥천 주민들이 좋아하고, 이해할 수 있는 '옥천국악'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아한 몸짓과 강렬한 눈빛으로 관객들의 뇌리에 스며드는 그는 군민들에게 국악의 멋을 알리는 데에 1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고향인 대전을 비롯한 전국구에서 활동하다가 18년 전 옥천에 정착했다. 그의 부모님이 옥천으로 귀촌했기 때문. 상대적으로 대도시인 대전에 비해 기회가 많진 않지만 옥천만의 매력에 젖어들었다. 군내 공연마다 주민들을 찾아가니 옥천이 고향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군민들을 만났을지도 모른다.   

 한국무용의 길을 걸은 건 그의 나이 9살 때부터. 당시 고향인 대전에서 대흥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우연히 무용부가 있어 가입하면서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워지는 게 국악이라 힘든 것도 많았지만 왜인지 당연히 국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엔 재밌어서 했는데 그렇지 않은 날도 당연히 있었죠. 그때 무용을 제대로 배우려면 지금처럼 학원이 아니라 문화재 선생님들 밑으로 들어갔어요. 국악이라는 게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더라고요. 처음 배우면 다들 어, 쉬운데 하다가 3~4년 지나면 어렵다는 얘기를 해요. 저는 이미라 선생님 밑으로 들어가서 무용을 배웠는데 성격이 엄격하셔서 무서웠어요. 슬럼프도 겪고, 다른 방향을 생각해볼 수도 있었을 만도 한데…. 왜인지 당연히 이 길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제가 하는 일이 재밌고 좋아요."

 탄탄한 실력 덕분에 옥천국악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춤이면 춤, 연주면 연주까지. 무대에서 못하는 것이 없다. 기획과 연출도 직접 한다. 처음에는 한국무용만 배웠지만 배우다보니 분야를 넓히게 됐다고. 매년 한 번씩 열리는 국악한마당 무대에서 4년째 연출을 맡고 있다. 국악한마당이 열리면 예술문화회관 관객석이 꽉 차있어 자부심을 느낀단다. 특히 아리랑에 깃든 민족정신을 국악으로 풀어낸 2018년 '우리랑 아리랑' 공연과 심청전을 국악으로 재해석한 2019년 '황후심청'이 국악한마당 공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지난해 열린 국악한마당 '황후심청' 무대 위에서 예송무용단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김정미씨)
심청이를 연기하고 있 김정미씨. (사진제공:김정미씨)

 그는 공연에서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는 것보다도 주민들과 감정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객들을 분석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주민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도 주민들에게 감동을 전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에 따라 맞는 공연이 있다고 생각해요. 요양시설 같은 곳에서 봉사 공연을 한다고 하면 슬픈 것보다 밝고 유쾌한 내용의 공연이 훨씬 적합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지역에 적합한 예술이 있다고 생각해요. 수준 높은 공연을 그대로 지역에 가져와서 열면, 그게 지역주민들에게 정말 좋은 공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관객들은 예술을 전문적으로 보지 않아요. 아무리 수준이 높고 훌륭해도 관객들에게 지루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항상 주민 입장에서 예술을 만들어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그는 지역만의 예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작은 지역의 경우 지원뿐만 아니라 기반시설도 적어 지역예술인들이 활동을 이어나가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봉사나 지역문화를 알리는 것처럼 지역예술인들이 하는 역할이 있는데, 지역이 그런 부분을 간과한다면 그 역할을 맡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지자체는 지역예술이 성장할 수 있게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주로 충북도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 청주까지 다녀오는데, 지역 내에서 해결되면 좋을 것 같아요. 경쟁도 치열하고, 그 과정에서 선정되지 못한 예술인들도 절반 이상으로 굉장히 많으니까요. 예술전문 자문위원 같은 것도 생겼으면 좋겠네요."

 그는 2013년 예송무용단을 만들었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지역의 아이들이 한국무용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서다. 적은 금액의 회비만 납부하면 무용단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일주일에 2번, 그는 금구리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25명의 아이들과 함께 땀을 쏟고 있다.

 "아이들이 재밌게 무용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다른 학원에 비해 무용학원은 레슨비, 의상비가 많이 들어서 부모님들이 선뜻 보내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정말 필요한 비용 외에는 받지 않고 무용단을 운영하고 있어요. 추가 작품비용도 받지 않고요. 의상을 만들 때 느낌을 잘 표현하되 비싸지 않은 원단을 선택하거나 해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랑 같이 공연봉사를 1년에 20회 정도 하는데, 아이들이 정말 뿌듯해 해요. 저도 그걸 보니 좋고요. 지역예술을 꽃피울 수 있는 인재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올해 예송무용단은 충북문화재단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에 선정돼 기획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명성황후, 장녹수, 성춘향 등 세 여인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퓨전 국악공연을 기획하고 있다고. 그는 지역주민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지역예술인들이 공연하면 주민들이 많은 관심 갖고 보러오셨으면 해요. 주민들이 계속 관심 가져주시면 예술인들이 지역을 지킬 수 있을 거예요.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으니 즐거운 공연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해요. 우리 꿈나무들이 커가는 것도 보시고, 문화예술도 향유하셨으면 해요."
 

육영수 생가에서 살풀이 춤을 추고 있는 김정미씨. (사진제공:김정미씨)
'열두폭 치맛자락'에서 부채춤을 추고 있는 김정미씨. (사진제공:김정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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