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전리 김용흔씨, 30년 넘게 청산닭집 운영해
"청성 능월리까지 배달, 찾아주는 주민들께 감사"

30년 넘게 청산닭집을 운영하는 김용흔씨. 김용흔씨는 정성과 마음을 담아 치킨을 만들고 배달한다. 사진은 김용흔씨가 가게 앞에서 촬영하는 모습.
인터뷰를 하는 김용흔씨

[읍면소식-청산면] 농촌에 사는 이들은 음식이 배달되지 않아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먼 곳에서 배달을 시킬 경우 배달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지전리에 위치한 청산닭집은 달랐다. 청산닭집은 면 소재지 뿐만 아니라 청산면 법화리, 청성면 능월리까지, 우리지역 곳곳을 찾아 주민들에게 정성스럽게 만든 치킨을 배달한다. 단거리 배달을 통해 얻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지역 주민들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산닭집을 기억하고, 찾아주는 주민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청산닭집의 주인장 김용흔(67, 청산면 지전리)씨는 청산 토박이다. 교평리에서 태어나 청산초등학교, 청산중학교를 졸업했다. 17살이라는 어린나이에 그는 서울의 한 전기전문실업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전기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20대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보냈다. 이후 지인이 운영하던 전파사를 인수하면서 고향에 다시 돌아왔다.
 1979년 '청산전파사'라는 번듯한 가게를 차렸지만 그는 외부로 출장을 나갈 때가 많았다. 주민들이 텔레비전, 라디오 등 집안에서 쓰던 전자제품을 고쳐주기 위해서였다. 바지런하게 지역을 돌며 일을 하던 그는 1984년 청산닭집을 차렸다. 아내와 함께 전파사와 닭집, 두 가게를 운영하면서 부지런히 일해왔다. 가게를 하면서 대전에 아들과 딸을 유학보내기도 했다. 부부의 노력 덕분에 아들은 소방관으로, 딸은 영양사라는 번듯한 직장을 얻었다. 2014년 시대가 변하면서 전파사가 문을 닫았고 현재는 치킨집만 운영하고 있다.
 김용흔씨가 청산닭집을 개업했을때만 해도 청산에 7~8곳의 치킨집이 있었다. 지금은 3곳 정도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농번기에 접어들면서 새참으로 치킨을 시키는 이들이 늘었다. 배달비도 받지 않지만 김용흔씨는 주문이 들어오면 아무리 먼 곳이라고 하더라도 배달을 나간다.
 "주민들이 먹고싶어서 치킨을 시키는 건데 안 갈수는 없잖아요. 한 마리라도 배달을 갑니다. 어떤 마을은 주민들이 같이 세네마리를 한번에 시키시기도 해요. 기름값 생각하면 능월리, 법화리 등지까지 배달은 못하죠. 하지만 저희집을 기억해주시고 찾아주시니까 가는 거예요. 치킨을 맛있게 드시는 주민들께 감사하죠."
 청산면의 터줏대감인 김용흔씨. 애착이 큰 만큼 지역 발전이 더딘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도 드러냈다. 인구가 줄어들고 불경기에 접어들면서 장사도 잘 되지 않는 상황. 김용흔씨는 청산이 발전해 주민들이 행복해지길 바랐다.
 "요즘은 IMF때보다 장사가 더 안돼요. 인구가 줄고 경기도 워낙 안 좋기 때문이죠. 청산에 학생들도 적어지다 보니 공부여건도 잘 안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은 없어요. 다만 지역이 발전해 주민들이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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