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주민들의 시각과 미각 담당하는 ‘사진 찍는 농부’ 이원형씨
옥천 주민들의 시각과 미각 담당하는 ‘사진 찍는 농부’ 이원형씨
  • 박시은
  • 승인 2020.04.02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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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출신 '사진작가의 대부' 故조영상 작가의 제자
군서면 금산리에서 아로니아, 비트 등 농작물 재배
고객 비롯한 주변인들에게 사진과 영상 통해 기쁨 나눠
“옥천에 현대 시설 갖춘 전시 공간 생겼으면”

 

지난달 25일 초록담은영농조합법인에서 이원형씨를 만났다.
이원형씨가 촬영한 '옥천가을풍경'. 농업기술센터 소장실에 크게 걸려있는 사진이다. (사진제공:이원형씨)

사진은 사람들이 지나치는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힘이 있다. 그냥 지나치던 작은 풀꽃에 별빛처럼 빛나는 꽃잎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거나, 기억 한 장면을 되살려 마음 속 그리움을 달래준다. 이원형(61)씨는 고향인 옥천에서 사진으로, 농업으로 생명을 불어넣고 키워내고 있다. 본연의 색감과 선을 살리는 데에 집중한 그의 사진은 피사체가 가진 매력을 극대화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우리고장 농업인이라면 그의 사진을 한 번쯤 봤을 지도 모른다. 농업기술센터 소장실 안에 커다랗게 걸려있는 ‘옥천가을풍경’ 사진이 이원형씨가 찍은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 자신의 카메라를 갖게된 건 대학생 시절. 군서면 평곡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할아버지의 농사를 도와주면서 캐논 SLR(렌즈교환식 카메라)를 선물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이 찍은 사진을 보며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레 ‘직접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소원이 생겼다. 가격은 당시 40만원. 자장면이 300원대에 팔리던 시절임을 생각하면 상당히 고가다. 당시 ‘좀 넉넉한 사람’만 카메라를 만져볼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 기술을 배우게 된 건 2000년대 초. 원하는 느낌을 그대로 담지 못하는 것 같다는 한계에 부딪히면서다.

"2005년 한밭대학교 평생학습원 사진반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스승님이 옥천에서 유명하신 조영상 작가였어요. 조 선생님은 옥천에서 사진작가협회를 만들 때 함께하면서 많은 도움을 주셨고, 전국에서 사진으로 존경을 받고 있는 분이죠. 같은 동향이라 열심히 따랐고 많이 전수를 받았어요. 스승님께 배운 것들이 사진 찍는 데 도움이 많이 됐죠. 제 은사님이에요."

조영상 작가와 함께 방문했던 중국 신강자치구의 사진. (사진제공:이원형씨)
용암사 일출 사진. (사진제공:이원형씨)
장령산의 겨울 풍경. (사진제공:이원형씨)

조영상 작가와의 인연으로 한국사진작가협회 옥천지부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작가 생활에 첫발을 디뎠다. 주로 옥천의 풍경을 담는데 특히 고향인 군서면과 이어진 장령산 근처를 많이 찾았다. 풍경사진이 시간, 날씨 등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딱 맞아떨어지는 환경’을 찾아야했다. 보통 새해 첫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그는 단풍이 절정일 가을에 용암사를 찾았다. 알록달록한 단풍과 밝아오는 태양, 넓은 하늘이 더해져 부족한 것이 없다. 가을에 촬영한 용암사 일출사진, 농업기술센터에 걸려있는 옥천의 가을 전경 사진은 그가 아끼는 사진들이다. 새벽부터 일어나 마음에 드는 위치를 찾아다니면서 찍은 사진들이기 때문이다.

“군서면 금산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아로니아 작목반 전임 회장이고, 초록담은 영농조합법인 대표도 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농업기술센터에서 사진작가라는 걸 알고 사진을 한 점 부탁하더라고요. 그래서 옥천읍 전경 사진을 드렸죠. 가을 수확철 옥천읍은 황금들녘이 펼쳐진 모습이 그림 같아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어요.

최근 그는 인물사진에 빠졌다. 풍경사진에 비해 비교적 기후적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같은 사람을 찍어도 표정과 행동마다 다른 느낌의 작품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기꺼이 모델이 돼준 주민들을 위해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을 담으려고 한다.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카메라를 바꿔가면서 촬영을 하고 있다. SLR, DSLR, 똑딱이 카메라(일체형카메라) 등 다양한 방식과 기종의 카메라를 사용했다. 요즘은 소니에서 나온 미러리스를 사용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그지만 꾸준히 카메라 공부를 해서 만족스러운 순간을 더 많이 담고 싶은 그다.

“마음에 드는 순간에 셔터를 누르고, 결과를 확인할 때면 설렙니다. 작품이 제 마음에 들었을 때 희열과 행복을 느껴요.”

이원형씨가 만든 가족이야기 영상.
이원형씨가 재배하는 아로니아 사진. 청개구리가 우연히 찍혔다. (사진제공:이원형씨)

■ 다방면으로 능력 활용해 주변에 기쁨 선물
사진 찍는 기술은 개인 작품 외에도 쓰임새가 많았다. 재능 기부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추억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가 소속된 군서초등학교 동문회, 군서산악회 등에서 활동사진을 남길 뿐만 아니라 고향의 어르신들을 위해 장수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그다.

하물며 내 가족에게는 오죽하겠는가. 가족들의 사진을 찍고 모았다. 또 영상편집프로그램을 배워 가족들의 성장기가 담긴 영상을 몇 개 만들었다. 영상에는 그의 부모님 이야기, 아내 이야기, 자식 이야기가 담겨있다. 영상을 보여주며 “가족들한테 보여주니 정말 좋아했어요. 집에 usb로 영상을 볼 수 있는 기계가 있어요”하며 해맑게 웃는 그였다. 특히 아내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그는 아내가 있어서 그동안 사진 작업을 할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고.

초록담은영농조합법인 대표인만큼 농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객들의 신뢰감을 높일 수 있게끔 시각 자료를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아로니아, 비트 등 농작물과 농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사진을 영상으로 만들어 고객들에게 보냈다. 그의 노력이 고객들에게 닿은 걸까. 그의 아로니아는 인기 폭발이다. 네이버 쇼핑에 ‘생 아로니아’라고 검색하면 그의 상품이 랭킹 1위로 뜬다. 리뷰는 3천5백개가 넘고 평균 평점도 5점 만점에 4.7점이다. 물론 품질도 좋다. 그가 생산하는 식품들은 로컬푸드직매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고객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길 바라면서 만든 거예요. 요즘은 유튜브 시대잖아요. 그래서 영상도 배우는 거죠. 청개구리가 앉아있는 아로니아 나무 사진은 마침 사진을 찍는데 개구리가 아로니아 위에 앉아 있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냅다 찍었죠.”

■ “앞으로 전시 기회 많아졌으면”
그는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 군서초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총동문회 수석부회장을 맡은 그는 체육대회, 사진전시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출퇴근 하면서 군서면의 여러 풍경을 담아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그다.

한편으로는 이런 행사 외에는 사진을 전시할 수 있는 마땅한 기회가 없어서 아쉽기도 하다. 예총 대의원을 하고 있지만 지역 예술인에 대한 지원에 대해 따로 들은 것이 없다. 비교적 대도시인 대전에 거주지를 두면서 자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교가 된다.

“대전에는 전시실을 여러 개 갖고 있는데 옥천은 상대적으로 그 기회가 부족하죠. 옥천에도 예술 활동 하는 분 많은데 현대시설을 갖춘 전시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미술관이 생기면 옥천 예술가들에게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제공:이원형씨)
(사진제공:이원형씨)
(사진제공:이원형씨)
(사진제공:이원형씨)
(사진제공:이원형씨)
(사진제공:이원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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