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전화해 '이번 달 월세 내지 않아도 된다' 월세 200만원 포기
10여년 동안 월세 올리지 않아, 세입자들 '정말 고마운 사람'

착한 건물주 전형표씨
착한 건물주 전형표씨

코로나 19때문에 지역 경기가 잔뜩 얼어붙은 상황에서 옥천에서도 맘씨 좋은 '착한 건물주'가 등장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장야주공아파트 앞 웰빙삼결삽 등 다섯 업소가 세들어 사는 건물주인 전형표(64, 옥천읍 가화리)씨이다. 그는 다섯 업소가 내야하는 월세 200만원을 이번에 받지 않았다.  

과감히 전화 버튼을 누르면서 일일이 통화했다. 코로나19때문에 지역경기가 말이 아니라는 상황을 체감하는 상황에서, 세입자와 자영업자의 마음이 어떠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입장에서 그냥 묵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무려 세입자가 5가구였다. 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인지라 코로나19로 거리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고정비 지출이 그대로 나갈 것임이 자명했다.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고정비 지출은 생계에 심각한 타격이 올 거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이번달 월세는 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천금같은 말이 전해짐과 동시에 많은 감정이 교차했을 것이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그 말에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그래도 '온정있는 세상이구나', '혼자가 아니었구나'라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나마 큰 시름을 덜었던 것이다. 그는 갑작스레 등장한 착한 건물주가 아니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란 말이다. 지난번 메르스 사태가 있었을 때도 그는 월세를 받지 않았다. 지금처럼 '착한 건물주'란 용어가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주목받지 않았었던 때도 남 모르게 선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새로 건물에 입주한 자영업자에게는 한달 월세를 받지 않았다. 첫 달은 새 업을 시작하기 위해 여러가지 준비하려면 제대로 된 장사를 하지 못할 거란 가슴 깊은 배려였다. 일회성, 즉흥적으로 마음이 동했던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런 마음이 찰랑찰랑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15년 전에 이 건물을 샀어요. 국제종합기계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노후 보장 차원으로 건물을 샀죠. 그 때 참 좋았습니다. 하나둘 입주하는 것 보고 흐뭇했어요. 장사가 안 되면 신경 쓰이고 건물에 하자가 있으면 바로 고쳐주려고 했지요.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 하면 용량을 높여줬구요. 이래저래 신경은 많이 썼어요."

아마도 세입자와 건물주가 함께 공생하는 공동운명체란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다섯가구에 일일히 전화하고서 그가 스스로 반납한 월세는 200만원이다. "눈에 빤히 보이잖아요. 사람들이 도통 지나가질 않는데 장사가 될 것 같지 않은데 월세를 그냥 받는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고정비는 그냥 지출이 될텐데 저 사람들 어쩌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월세를 받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지요."

장야주공아파트 앞 웰빙삼결삽과 치킨세상 등 다섯 자영업자들은 한 달 월세를 면제받았다. "매월 200만원의 수입인데 저한테도 큰 돈이지요. 그렇지만 그 분들의 생계가 먼저 그려지더라구요." 그는 월세도 10여 년 넘게 올리지 않았다. 이 쯤되면 건물주 나름의 철학을 갖춘 셈이다. '갑질'이 아닌 함께 살아야 한다는 파트너쉽과 공생의 철학을 오랫동안 실천해 온 셈이다. 전형표씨는 군북면 석호리 진걸 출신으로 군북초등학교 31회 졸업생이다. 그는 옥천 토박이로 현재 옥천 전씨 봉상대부공파 종친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다양한 건물주들이 함께 조금이나마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우리는 혼자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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