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사랑방 겸하는 염색방 '물들이다'
중년의 사랑방 겸하는 염색방 '물들이다'
  • 조서연
  • 승인 2020.01.16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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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에 시작, 30년 경력 미용사 이삼결씨
남성 커트와 염색 주로 하는 염색방 '물들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염색약, 두피관리까지
한성저축은행 앞 골목, 한양세탁소 옆에 이삼결씨가 운영하는 염색방 '물들이다'가 자리잡았다.
한성저축은행 앞 골목, 한양세탁소 옆에 이삼결씨가 운영하는 염색방 '물들이다'가 자리잡았다.
'물들이다'를 운영하는 이삼결(55, 군북면 자모리)씨.
'물들이다'를 운영하는 이삼결(55, 군북면 자모리)씨.

[상가탐방] 미용? 21살에 시작했다. 그러니까 시작한 지는 34년 되었다. 중간에 5~6년 다른 일을 했으니 대략 30년 정도 경력인 셈이다. 네? 30년이요? 그렇지, 뭐. 단골 언니들은 ‘그래, 니 갈 길 잘 찾아왔네’ 하더라구.

 대학을 가려니 재수를 해야겠는데, 형편이 마땅치 않았다. ‘재수를 하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늙어서까지 평생토록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그렇게 일찍부터 미용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이삼결(55, 군북면 자모리)씨가 운영하는 염색방, ‘물들이다’는 한성저축은행 맞은편의 작은 골목에 숨어있다. 오픈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을 뿐더러 달리 홍보를 하지도 않았다. 오죽하면 손님들이 ‘남들은 이전만 해도 광고하는데 오픈해놓고 왜 광고를 안 하냐’고 할 정도. 그래도 이삼결씨는 지금이 참 좋다.

"옥천이 이런 게 좋아요. 사람이나 관계가 끈끈하고 변함없지요."
"옥천이 이런 게 좋아요. 사람이나 관계가 끈끈하고 변함없지요."
가게 안의 화분.
개업하며 선물받은 화분.

돈보다는 사람을 법니다

 “돈 벌려고 하면 이 자리 안 왔죠(웃음). 큰돈 벌기보다는 사람 만나고, 편하게 슬슬 장사하려고 들어온 거예요. 앞으로 10년은 더 해야 할 테니까요.”

 작은 골목인데도 손님들은 어떻게들 알고 다 찾아온다. 방금도 두 명이 나갔고, 뒤에는 한 명이 들어오고... “알던 사람들이 다 와요. 지역에서 생활개선회랑 생활기술연구회 활동을 하니까 거기서도 많이들 와주시고요. 예전에 다른 미용실 할 때 오던 사람들도... 그 중에는 25년 전에 대전에서부터 오던 사람도 있고요.”

 이삼결씨가 대전에서 미용실을 하던 때, 단골 총각 손님이 있었다. 이삼결씨가 결혼해서 옥천에 오고는 못 만나겠거니 했는데 이게 웬걸. 애아빠가 되어 옥천소방서에 근무 중이더란다. 그 뒤로는 다시 단골이 됐다. 대전 옥천이 가깝다, 가깝다 해도 참 신기한 인연이다.

 그렇게 사람으로 만들어진 단골들이 또 손에 손을 잡고 친구들을 데려온다. 그러면 또 단골이 된다. “내가 홍보대사 임명해준다고 그랬어요(웃음). 홍보 안 한다고 막 뭐라고 하면서 자기들이 다 데리고 와주니까. 대전에서도 있어봤지만 옥천이 이런 게 더 좋아요. 사람이나 관계가 끈끈하고 변함없지요. 지역사회가 좋기도 하고요.”

인테리어는 모두 이삼결씨가 직접 했다. 심지어 거울은 이삼결씨가 직접 만든 것!
인테리어는 모두 이삼결씨가 직접 했다. 심지어 거울은 이삼결씨가 직접 만든 것!
작은 가게지만 어쩐지 널찍한 공간이다. 거울에도 '물들이다' 상호명이 쓰여 있다.
작은 가게지만 어쩐지 널찍한 공간이다. 거울에도 '물들이다' 상호명이 쓰여 있다.

직접 만든 그만의 공간

 일단 한번 오고 나면 어쩐지 자꾸 오게 된다.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는’ 느낌. 그도 그럴 것이 미용실은 중년들의 사랑방 같은 역할이다. 좁거나 답답하지 않고 트여있는 공간에 편안한 소파와 친근하게 맞아주는 주인장까지. 그래서 염색방 물들이다에는 단골 여자손님들뿐 아니라 남자손님들도 곧잘 와서 ‘미용실 토크’를 나눈다. 혼자는 머쓱하다며 부부가 같이 오기도 하고, 친구하고도 오고 혼자서도 온다.

 “다들 여기 오면 편하대요. 시내 나올 때 겸사겸사 나와서 차도 한 잔 마시고, 두피관리도 좀 받고... 그러는 거죠. 그거 알아요? 여기 인테리어도 다 내가 했는데.”

 ‘아줌마들은 막 저기한 거 싫어하니까’ 차분하고 소박하게 했단다. 심지어 거울도 이삼결씨가 직접 만들었다! “내가 원하는 딱 그 모양인 게 없더라고요. 나무로 된 거. 그리고 이게 싸기도 했고요(웃음).”

 생활개선회와 생활기술연구회 활동을 하며 익힌 솜씨도 한껏 뽐냈다. 벽 곳곳에 걸린 리스도 모두 이삼결씨의 작품이다. 동네 미용실답지 않게 와이파이까지 갖췄다. “와이파이는 저도 써야 되는데, 있으면 손님도 편하지만 없으면 저도 불편해요.” 이삼결씨의 이모저모가 염색방 요소요소에 다 녹아들어 있다.

"다른 염색방에 비해 저렴한 편이죠?"
"다른 염색방에 비해 저렴한 편이죠?"
"우리는 한방염색약을 써서, 냄새도 없도 안 따가워요."
"저기도 다 사랑방이죠 뭐. 우리는 한방염색약을 써서, 냄새도 없도 안 따가워요."

■‘왜 이거만 받아요?’

 물들이다는 남성 커트와 염색을 주로 하는 염색방이다. 파마는? 안 한다. 이삼결씨 혼자 운영하는데 파마는 한 사람에게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가 내려놨다고. 커트와 염색은 길어야 한 시간이니 회전도 빨라진다. 물들이다의 큰 장점 중 하나다.

 “그리고 우리는 한방염색약을 쓰거든요. 그래서 약이 냄새도 없고, 따갑지도 않아요. 그렇지만 오히려 다른 염색방에 비해 저렴한 편이죠. 요즘 염색방이 많으니까 경쟁력이 모자라잖아요(웃음). 남는 건 없어도 내가 다리만 좀 움직이면 되는걸요. 중년 머리는 대체로 크게 손 가는 머리는 없으니까요.”

 아예 ‘염색방’ 이미지를 굳히려고 가게 이름도 ‘물들이다’로 지었다. 

 “또 우리는 머리 관리 하면 기본으로 스파하고 전동 두피마사지가 들어가요. 그게 또 너무 시원하대요. 두피관리는 1만원인데 2만원씩 주면서 왜 이거만 받냐고 뭐라고 그래요(웃음).”

감사하게도 사진을 찍으라며 얼른 자리에 앉아주었다.
감사하게도 사진을 찍으라며 얼른 자리에 앉아주었다.

 뒤에 온 손님, 카메라를 든 기자를 보고 사진 찍으라며 얼른 의자에 앉아주었다. 기자가 한창 사진을 찍고 이삼결씨가 한창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데 손님 왈, “설정샷인데 꼭 진짜 하는 것 같네.” “앗, 지금 마침 하시는 거 아니었어요?” “응? 지금 염색 하는 거 아냐?”

 “응, 그러려고 했는데 지금 전화 왔잖아. 한번 치자고.” “아이고~ 환장한다. 골프가 중요해, 머리가 중요해? 이거 짰으면 어쩔 뻔했어(웃음).” 다같이 한바탕 깔깔, ‘사랑방이 이런 거구나’ 느끼며 인터뷰를 마쳤다.

기자는 한창 사진을 찍고, 이삼결씨가 한창 머리를 매만지던 중 손님 왈. "설정샷인데 꼭 진짜 하는 것 같네."
기자는 한창 사진을 찍고, 이삼결씨가 한창 머리를 매만지던 중 손님 왈. "설정샷인데 꼭 진짜 하는 것 같네."
"아이고~ 환장한다. 골프가 중요해, 머리가 중요해?"
"아이고~ 환장한다. 골프가 중요해, 머리가 중요해?"
"이거 짰으면 어쩔 뻔했어?" 다같이 한바탕 웃었다.
"이거 짰으면 어쩔 뻔했어?" 다같이 한바탕 웃었다.
염색방 물들이다의 외부 모습. 깔끔하니 새 가게인 티가 난다.
염색방 물들이다의 외부 모습. 깔끔하니 새 가게인 티가 난다.
인터뷰 중, 이삼결씨를 찍었다.
인터뷰 중, 이삼결씨를 찍었다.
"저기 리스나 그런 것들도 다 제가 만든 거예요."
"나무를 놓으니 고풍스럽지 않아요(웃음)? 저기 리스나 그런 것들도 다 제가 만든 거예요."
"아, 이거요? 이것도 직접 골랐죠. 그게 사실 이쪽 스티커를 고른 건데, 저게 세트로 들었더라고요(웃음)." 시종 유쾌하다.
"아, 이거요? 이것도 직접 골랐죠. 그게 사실 이쪽 스티커를 고른 건데, 저게 세트로 들었더라고요(웃음). 괜찮죠?" 시종 유쾌하다.
웃을 때 참 고운 '물들이다' 이삼결씨.
웃을 때 참 고운 '물들이다' 이삼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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