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조성한 연못에는 붕어와 잉어도, 연꽃도 곧 심을 예정
메타세쿼이아 1만주와 편백나무 향이 은은한 산림욕장
넉넉잡아 두시간 산책 코스, 사시사철 무료 개방

화인산림욕장 정홍용 대표가 손님들을 위해 세심하게 돌의자를 배치했다.
화인산림욕장 정홍용 대표가 손님들을 위해 세심하게 돌의자를 배치했다.

풍경 보고 오려다가 사람구경만 하고 만 곳, 유명 관광지를 가보면 인증샷 찍고 돌아오기 바쁘지만, 조용히 사색하면서 걷기 좋은 곳, 둘이 산책하면서 깊이 있는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인상적인 곳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나만이 아는 명소, 유명하지 않지만, 가보면 인상이 많이 남는 그런 곳이 바로 화인산림욕장(대표 정홍용)이다. 옥천에 감히 두 곳을 꼽으라면 군북면 방아실의 수생식물학습원 천상의 정원과 안남면 화학리의 화인산림욕장을 꼽을 수 있겠다. 

천상의 정원이 옥천의 상징인 대청호를 바다같이 줄곧 보면서 걷는 '눈이 호강하는' 길이라면, 화인산림욕장은 하늘을 콕콕 찌를듯이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어 숲으로 난 오솔길을 조용히 걷는 사색의 길이다. 천상의 정원이 호수를 보느라 눈을 뗄 수 없다면, 화인산림욕장은 나무를 보느라 눈을 뗄 수 없다. 두개 다 개인의 정성이 오랫동안 들어간 정원이자 숲이다. 화인수목원은 많이 바뀌었다. 

당대의 무역인이자, 나무와 숲, 그리고 고향을 지독하게 사랑하는 정홍용(78)씨는 오늘도 숲을 혼자서 가꾼다. 그의 안내를 따라 바뀐 화인산림욕장에 13일 다녀왔다. 

2년 전에 없던 버스정류장이 만들어졌고, 진입로도 비교적 넓어졌으며 40여 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만들어졌다. 큰 연못 두개가 만들어진 것도 볼거리다.  연못에는 친구 민춘식씨의 도움을 얻어 잉어와 붕어를 잔뜩 넣었고 연꽃을 심어 또 다른 볼거리를 만들 예정이다.  주차장 입구에 내장재를 편백나무로 만든 산주 정홍용씨가 거주하는 산막도 지어졌다. 나무의자를 설치했더니 멧돼지가 하도 들이박아서 돌 의자를 군데군데 설치했다. 조그만한 둠벙도 산 생태계를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두꺼비와 개구리가 서식하며 생태계의 건강성을 담보한다. 

함께 취재를 간 인턴기자가 정횽용 대표의 안내를 받아 설명을 듣고 있다.
화인산림욕장에 가면 가장 먼저 이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눈에 띈다.
함께 취재를 간 인턴기자가 정횽용 대표의 안내를 받아 설명을 듣고 있다.
함께 취재를 간 인턴기자가 정횽용 대표의 안내를 받아 설명을 듣고 있다.
함께 취재를 간 인턴기자가 정횽용 대표의 안내를 받아 설명을 듣고 있다.
화인산림욕장에 연못이 새로 생겼다.

화인산림욕장은 말 그대로 같이 걷다보면 싸운 사람들도 화합하게 만드는, 영어 발음 그대로 괜찮은 숲이다. 'Fine forest', 얼마전 잔잔한 흥행을 했던 리틀 포레스트가 생각난다. 

폭 2.5미터 4.2km를 천천히 걷다보면 2시간 정도, 몸과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방부목 하나 없고 계단 하나 없이 설계된 숲길은 그 자체로 자연이다. 휴대폰은 잠시 꺼두셔도 좋을만큼 걷는 길은 아름다운데, 휴대폰을 끄지 않아도 연결될 듯 말듯 아슬아슬함을 유지하는 것도 묘미다. 에스케이 통신사만 전화가 가능하고 다른 통신사는 구간마다 끊기는 곳이 많다. 

오르막이 가파르지도 않고 메타세쿼이아 잎들이 떨어져 푹신한 완충재로 천연 카펫 역할을 한다. 심심치 않게 보이는 조선솔의 자태도 기가 막히다. 

메타세쿼이아 3만5천주를 심었는데 그 중 3분의2는 간벌하고 1만주가 심겨져 있고, 그 사이로 은은한 향을 자랑하는 편백나무 6천주가 보일듯 안 보일 듯 심어져 있다. 메타세쿼이아나무가 빠른 성장속도를 자랑한다면 편백나무는 70년을 자라야 둘레가 70cm에서 1m밖에 안 되는 성장이 느린 수종이다. 그렇게 1천500년까지 자란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수종이다. 편백나무는 그 독특한 향으로 모기 등 벌레들이 꼬이지 않고 사람의 긴장을 완화하고 피로를 풀어주는 피톤치드 함량이 가장 높은 나무 중 하나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잘 썪지 않는 삼나무를 외장재로 하고, 편백나무를 꼭 내장재로 한다고 한다. 

그가 운영하는 홍일상사(용인시 모현면)는 후지히노끼(편백나무)를 독점 수입 판매하는 무역회사이다. 지금은 아들한테 물려줘 고문으로 있지만, 한달에 열흘 정도는 회사 일과 친목으로 일본과 싱가포르를 다녀온다. 

안남초와 부산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희대 상학과를 나와 와세다 국제통상학 대학원을 나온 나름 명문대 졸업생인 그는 영어와 일본어가 유창하다. 특히 일본어는 사투리까지 구별할 정도로 현지인 수준이다.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나무에 대한 상식과 숲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방부목이 얼마나 해로운지, 무분별하게 설치되는 데크들이 얼마나 나쁜지, 별다른 인공적인 구조물없이 계단조차 만들지 않고 완만하게 구성된 숲길이 주는 이로움에 대해 같이 나누고 싶죠."

그래서 그는 연못 상단 150여 평에 나무 박물관 겸 카페를 구상하고 있다. 차도 마시고 나무에 대한 지식도 쌓는 그런 카페를 말이다. 카페가 생기면 화인수목원의 가치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인근 화학산성과의 연계로를 만든다면 볼거리가 더 많아지겠다는 생각도 언뜻 든다. 

사유림 15만평 중 그가 가꾸고 다듬은 숲길은 5만평 정도 더 하고 싶지만, 아직은 여력이 안 돼 5만평만 개방하고 있다. 

"사람인 변에 뫼산을 붙이면 바로 신선산이 됩니다. 신선이 되는 거죠. 사람인 변에 나무목을 붙이면 쉴 휴가 되고요. 그처럼 산과 나무는 사람을 선의 경지에 이르게 하고 쉼을 주지요. 옥천은 산이 많은 곳인데 제대로 된 수종을 심고 가꾸면서 사람과 자연 모두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화인수목원에 와서 제대로 된 숲길이 어떤 건지 같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화인산림욕장을 40년 가까이 혼자 가꾸었다.

그를 소개한 간이 책자에는 '가구재와 피아노 부자재를 찾아 대만, 필리핀의 루손, 민다나오섬,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보르네오 칼리만탄, 자바, 셀레베스섬, 파푸아뉴기니, 말레이시아 반도 및 시라와크, 타일랜드,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중국, 본토와 해남도, 스리랑카 오지의 정글을 내 튼튼한 다리를 밑천삼아 누볐고, 호주, 뉴질랜드, 유럽, 북미대륙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선진국일수록 나무를 아끼고 잘 가꿔진 인공조림이 많다는 사실이다'고 쓰여 있다. 국제선 항공기만 1천300회 가까이 탔다고 하니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들은 귀동냥만 해도 밤을 세울만큼 이야깃 거리가 풍성하다. 그의 산막에 가면 이미 정리된 사진파일과 잔잔한 배경음악으로 다양한 해외 견학 이야기를 테마로 들을 수 있다. 

그는 장 지오노의 전쟁 중에 폐허가 된 산하를 복원시키는 내용인 '나무를 심은 사람'이란 책을 인생 책으로 정하고 감명과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화인산림욕장의 입장료는 무료다. 언제든 와서 만끽하고 즐기라고 그는 말한다. 

"대부분 메타세쿼이아가 웅장하게 도열되어 있는 초입부분만 보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걷다보면 매력에 빠지는 길들이 참 많은데 빠른 걸음으로 한 시간, 느린 걸음으로 두시간 정도 천천히 완주하면 기운이 달라질 겁니다. 언제든 놀러오세요. 사시사철 개방입니다." 
 

 문의)010-5227-0308, http://fineforest.co.kr/

화인산림욕장 정홍용 대표.
의자와 식탁을 연상케하는 바위는 오순도순 모여 삼겹살을 구워 먹기 제격이다.
함께 취재를 간 인턴기자가 정횽용 대표의 안내를 받아 설명을 듣고 있다.
함께 취재를 간 인턴기자가 정횽용 대표의 안내를 받아 설명을 듣고 있다.
천천히 두 시간 정도 오르면 정상에 다다른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생태계를 보존하는 역할을 하는 둠벙.
화인산림욕장 입구.
이 연못에 잉어와 붕어, 연꽃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 예정이다.
화인산림욕장 정홍용 대표.
정홍용씨가 거주하는 산막.
화인산림욕장 정홍용 대표.
정홍용 대표가 화인산림욕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오른 메타세쿼이아 나무.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오른 메타세쿼이아 나무.
화인산림욕장에 가면 향이 좋은 편백나무도 볼 수 있다.
화인산림욕장에 가면 향이 좋은 편백나무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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