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대 학생들이 만든 '크리스마스 이브의 어떤 멋진 선물'
도립대 학생들이 만든 '크리스마스 이브의 어떤 멋진 선물'
  • 오정빈
  • 승인 2020.01.0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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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과 학회장 장지용씨 인터뷰

지난달 24일 크리스마스이브,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충북도립대 전병석 학생회장의 문자였다. 

“잘 지내셨어요?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도립대 사회복지과 학생들이 애육원에 봉사활동을 왔다갔어요. 혹시 취재 가능할까요? 조용히 다녀가려 했던 학생들인데, 제가 못 봤으면 이런 제보도 없었을 거예요. 애육원 아이들이 학생들 덕분에 멋진 성탄절을 보내게 됐거든요.” 

7일 오후 5시, 사회복지과 학회장 장지용씨를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에서 만났다. 

조곤조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봉사를 가게 됐어요? 사회복지과는 왜 입학했나요? 옥천에 연고가 있어요? 

어떤 이야기부터 하는 게 좋을까. 봉사활동 이야기는 조금 미뤄두자. 다른 이야기로 먼저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여러분에게 조금 긴 이야기를 전하게 될 것 같다. 

사회복지과 학회장 장지용씨.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다.

[도립대 이야기] 안산공고 2학년, 2014년 4월16일. 교실 앞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와서 ‘너네 들었어? 단원고 배가 침몰했다는데.’ 불쑥 이야기를 꺼냈다. 무슨 말인가 했다. 더 길게 이야기를 안하시는 거 보니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겠지, 생각했다. 아니었다. 뉴스를 보니 사실이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계속 전화했어요. 아무도 전화를 안 받았어요. 마음이 어땠냐구요? 힘들었어요. 나는 지금 학교에 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요. 열 몇 번 장례식장에 갔던 거 같아요. 사건이 터지고 몇 달간은 누가 옆에서 조금만 건들여도 펑펑 울었어요. 그 때 깨달았어요. ‘우리가 영원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꿈이 생겼다. 지금 이 순간 청소년들이 행복해지도록 돕는 것. 대학 입학을 결정했다.

“처음부터 바로 대학가야지 생각했던 건 아니에요. 제가 그 때 교회에서 고등부 교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 시기 애들이 좀 많이 먹잖아요. 처음에는 일 해서 돈 벌어서 동생들 맛있는 걸 사줘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공장다니면서 돈도 꽤 벌어봤는데, 돈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 그만두고 곰곰이 생각했어요. 사람이 무엇으로 행복해질까. 권력? 명예?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모두 아닌 거 같더라고요. 제가 모태신앙인데, 결국 신앙에서 답을 찾았어요.”

도둑이 오는 것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 (요한복음 10:10)

신앙에서 답은 분명했다. 마음이 불안할 일이 없었다. 다른 어떤 가치보다 오로지 청소년을 도울 수 있는 일, 지용씨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충북도립대 사회복지과에 입학했다. 

사회복지과 학회장 장지용씨.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다.

스물두살에 입학. 처음에는 학교에서 거창하게 무엇인가 할 계획은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대학에 온 것도 아니니 나이도 좀 있고, 혼자 조용히 학교 생활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저처럼 혼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어? 혼자야? 우리 같이 다니자’ 말을 걸게 됐다. 한 명 한 명 친구가 늘었다.

“그렇게 모이다 보니 숫자가 축구를 해도 괜찮을 정도더라고요. 여자인 친구들도 있었는데 정말 같이 축구하고 놀았어요(웃음). 보드게임도 하고 같이 산책 다니고 밥 먹고... 그러다 문득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요. 학교에서 축제는 삼삼오오 운동장에서 술 마시다 끝나고, 체육대회도 친한 사람끼리 치킨 먹고 술 먹고 끝나고... 학교 문화를 조금 바꿔보고 싶었어요. 학회장 선거에 나가기로 결정했어요. 학과 재정을 모두 공개해 투명하게 운영하고, 체육대회와 축제는 물론 게임대회도 열어서 학교생활을 즐겁게 만들어드리겠다고 공약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진짜 될 줄이야. 함께 학회장 선거에 나온 누나가 있었는데 총학생회 활동에 공부도 잘하고, 당연히 교수님들이나 주변 학우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누나였다. 반면 ‘인싸’보다는 주변부에 가깝고, 술도 안 마셔서 교수님들과 어울릴 자리도 많지 않았는데, ‘제가 어떻게 된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지용씨는 지금도 갸우뚱 한다. 

믿어준 친구들이 고마웠다. 물론 공약은 지켰다. 학생회비 사용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다. 이전에는 엠티·체육대회·축제·종강파티가 학과 행사의 전부였다면 이번에는 신입생 환영회부터 게임대회·아이디어 경진대회 ‘너가 하고 싶은 게 뭔데’·마니또 등등 다채로운 행사를 만들었다.

“학교가 2년제라 시간이 짧기도 하지만, 원래 대학생활이라는 게 ‘함께’보다 ‘혼자’의 느낌이 강한 공간이잖아요. 요새 더 그런 추세이기도 하고. 친구 사이, 선후배 사이, 교수님과의 관계도요. 행사를 꾸미면서 혼자가 아니라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던 거 같아요.” 

학과 엠티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정말 많이 만들었다. 오전에는 1학년 대 2학년으로 나눠 피구와 족구를 하고, 오후에는 요리대회를 열었다. 도립대에는 만학도가 많았다.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요리가 딱이었다. 요리대회로 밥까지 먹고, 그 다음에는 교수님들도 같이 할 수 있는 레크레이션을 했다. 이어 장기자랑도 하고... 

“다 하고 보니까 교회 수련회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제 정체는 숨길 수가 없나...(웃음) 레크리에이션 끝나고 밤 어둑어둑해지고 식당 이용 시간도 끝났는데 그때까지 다들 술 한 모금 안 마시고 정신이 말똥말똥했어요(웃음). 정말 술 안 마셔도 정말 친해질 수 있다니까요. 물론 전혀 안 마시고 가면 아쉬울 친구도 있을 테니까 큰방 내어주고 마시고 놀 사람은 놀 수 있게 했지요.”

체육대회 때는 물총 쏘고 노는 것도 좋지만 사회복지과인만큼 뭔가 함께 하고 나눌 수 있는 일을 기획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일청을 만들어 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기도 했다. 

물론 ‘아니, 행사들이 왜 이래’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2학년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저희가 1학년 때는 학교 생활하면서 이해 가지 않는 대학 문화를 요구하는 선배들도 만났던 터라... ‘우리가 선배가 되면 후배들과 함께 하고 공감해줘야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지금도 정말 친구들에게 고마워요.” 

물론 어려웠던 일도 있었다. 학기말 많은 행사를 새로 기획하고, 또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에 무리를 많이 했다. 몸도 마음도 지쳤다. 게다가 일부 친구들 사이에서 문제도 있었다. 모두가 모여 행복하고, 충분히 학과 안에 좋은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 사이에 문제가 생겨 파벌이 갈라지는 일이 있었다.

“결국 종강행사는 차기 학회장에게 부탁했어요. 그런데 제가 어려워하는 모습이 다른 친구들에게도 보였나봐요. 친구들이 찾아와서 일도 도와주고 위로도 해주고... 문득 원래 내 꿈이 뭐였지? 생각했어요. 청소년을, 친구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요. 제가 제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면 그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에게 가서 행복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믿음. 그런데 친구들이 제게 와서 위로해주니까. 아, 내가 지금까지 의미 없는 일을 한 건 아니구나. 내 꿈이 원래 이거였었지, 싶었어요.”

영실애육원 봉사는 대학 마지막 크리스마스, 함께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을 찾아 기획한 일이었다. 전에 교수님과 연탄봉사와 비누 만들기 봉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가 비누를 만들 줄 알게 됐으니 비누를 만들어볼까, 이야기했다. 

사실 예산이 많지는 않았다. 학과 안에는 봉사 동아리가 두 개가 있었는데 이 두 곳 동아리 지원금 예산을 사용했다. 본래 동아리에 필요한 물품도 사고 동아리 활동 열심히 한 친구들 밥을 사주기도 하며 써왔던 돈이었는데, ‘우리가 봉사단인데 봉사로 사용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겠지’ 생각했단다.  

비누를 만드는 데 비누 틀이 없어 학교들을 돌아다니며 버리는 우유팩을 찾아왔다. 씻고 건조시키고, 비누 베이스를 녹이고 향 좋은 분말과 오일을 더했다. 잘 굳어진 비누는 랩으로 포장했다. 가만 보니 포장한 모양이 예쁘지는 않다. 한지로 다시 한번 포장했다. 어린이들이 받을 텐데 비누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중앙동아리와 연합해 예산을 더하고, 과자도 샀다. 지퍼백에 하나하나 과자와 비누를 함께 넣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마태복음 7:12)

크리스마스 이브, 영실 애육원에 멋진 선물을 조용히 전달했다.

이제 졸업이 코앞이다. ‘이제 어디로 가나요?’ 물었다. 군입대를 앞두고 있단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걱정되지는 않은지 물으니 지용씨가 웃는다.

“아녜요. 기대돼요. 정말요. 스무살 때 군대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처럼 느껴지긴 했는데, 지금은 또 어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제가 뭘 더 배울 수 있을까, 정말 기대돼요. 부조리한 문제도 물론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해결하고 배우고, 위로하고 위로받을 일이 있을 거예요. 분명 제가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지용씨 말에 함께 웃었다. 지용씨가 가는 곳에 멋진 크리스마스가 찾아오겠구나, 부러워졌다.

영실애육원에 선물할 비누를 만들고 있는 도립대 사회복지과 학생들의 모습
영실애육원에 선물할 비누를 만들고 있는 도립대 사회복지과 학생들의 모습
영실애육원에 선물할 비누를 만들고 있는 도립대 사회복지과 학생들의 모습
영실애육원에 선물할 비누를 만들고 있는 도립대 사회복지과 학생들의 모습
영실애육원에 선물할 비누를 만들고 있는 도립대 사회복지과 학생들의 모습
영실애육원에 선물할 비누를 만들고 있는 도립대 사회복지과 학생들의 모습
영실애육원에 선물할 비누를 만들고 있는 도립대 사회복지과 학생들의 모습
영실애육원에 보낼 선물을 준비하는 도립대 사회복지과 학생들의 모습
영실애육원 크리스마스이브 봉사에 함께 한 사회복지과 학생들. 왼쪽 아래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장지용, 박상준, 이경태, 송찬수, 이희찬, 윤지수, 심하은, 양경모, 최주아, 이은영, 천재옥, 김하현 학생. 사진에는 없지만 서정현, 임효정, 한혜린 학생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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