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벙에 빠진 날 27탄, 김도현 작가 북콘서트
지난달 18일 오후 7시 둠벙에서 '장애학의 도전' 열려
"다양한 변방에서 본다면 세상의 빈틈 줄어들거라 생각"

둠벙에 빠진 날 27탄, ‘장애학의 도전’ 북콘서트가 18일 오후 7시 둠벙에서 열렸다. 사진은 '장애학의 도전' 김도현 작가가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
둠벙에 빠진 날 27탄, ‘장애학의 도전’ 북콘서트가 18일 오후 7시 둠벙에서 열렸다. 

어째서 사람들에게 장애는 어떤 행동을 못하는 것, 동정받는 요소 등으로 우리 사회에서 규정됐는가. 상황에 따라 할 수 있고, 못하는 것이 나뉜다면 문제는 몸의 손상이 아닌 제도가 아닐까.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겸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김도현씨가 ‘장애학 함께 읽기’ 이후 10년 만에 책을 발간했다. 지난해 11월 출판사 오월의봄에서 ‘장애학의 도전’을 선보인 것. 둠벙에 빠진 날 27탄, ‘장애학의 도전’ 북콘서트가 18일 오후 7시 둠벙에서 열렸다. 

김도현씨는 자신이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중심으로 ‘장애학의 도전’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모든 것이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맞춰져 있는 사회 시스템은 장애인을 철저히 배제시키고, 그들이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게끔 만든다. 작가는 변방의 시좌에서 인류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러나 반드시 도달해야만 하는 세상을 얘기한다. 

“이 책은 양자적이라고 생각해요. 장애에 관한 문제를 다루기는 하지만 ‘장애문제를 잘 이해해달라’ 이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우리가 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싶다는 바람과 지향이 있잖아요. ‘장애인이 선 자리에서 봤을 때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야하는지를 말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둠벙에 빠진 날 27탄, ‘장애학의 도전’ 북콘서트가 18일 오후 7시 둠벙에서 열렸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라는 구별이 생겼는가. 김도현씨는 우생주의, 인간중심주의 등 만연히 퍼져있는 사상들에 주목한다. 인간을 우월하게 개량하겠다는 우생학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뿌리로, 손상을 하등한 것으로 분류한다. 또한 모든 인간을 이성적 존재라고 주장하는 인간중심주의도 넘어야 할 벽 중 하나다. 이성적이지 않은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는 명제를 만들기 때문.

“흔히 진화론하면 다윈을 떠올리잖아요. 저는 썩 다윈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대부분 다윈밖에 모르시더라고요. ‘공생자 행성’이라는 책을 쓴 린 마굴리스라는 분이 있는데 진화론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라 생각해요. 다윈과 다르게 적자생존이 아니라 인간은 공생에서 진화한 것이라고 말하거든요.”

자립과 의존의 이분화도 꼬집는다. 흔히 자립과 의존은 서로 대치되는 말로 이해되고 있지만, 이 둘은 뗄 레야 뗄 수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자립이라는 단어를 운동가뿐만 아니라 모두가 쓰는 말이 됐죠. 재활, 통합 등에 대한 저항언어였는데, 이제는 시설에서도 자립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요. 그런데 시설을 이용하던 사람이 나가려고 하면 ‘때가 아냐’라는 답이 돌아오죠. 사람들이 말하는 자립은 의존과는 대립되는 언어인 거예요. 그런데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A와 NOT A로 나뉘지 않아요. 구체적으로 보면 절대 그럴 수 없어요. 자립은 의존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무엇에 의존할 수 있는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는 그동안의 장애인운동에 대한 논쟁과 대립을 성찰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꿈을 꾼다. 당사자주의를 넘어 횡단의 정치를. 이분화 된 자립을 넘어 연립의 세상이 오는 것을. 손상이 장애로 이어지지 않고 손상일 뿐인 사회를 말이다.

“우린 중심에 서려고 하지만 변방에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요. 다양한 변방에서 세상을 본다면 빈틈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김도현 작가와의 만남은 강의와 질의응답으로 구성됐으며 오후 9시까지 이어졌다. 이날 북콘서트에 참석한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임경미 소장은 “책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서 콘서트에 왔다. 책을 다 읽진 못했지만 작가가 말하는 것에 상당부분 공감한다”며 “불편함은 신체적 요건에서 비롯된 게 아닌 비장애인에 맞춰져있는 사회에서 오는 것이다. 예컨대 생애주기별 건강검진같은 경우 모든 것이 비장애인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이 동정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대신 장애인들이 활동하지 못하는 것들이 어떤 문제로 비롯됐는지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북콘서트를 기획한 월간 옥이네 박누리 편집국장은 “장애학이나 장애인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 비주류로 분류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지역에서 함께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 평소 장애와 거리가 다소 있는 비장애인 주민들도 함께해주셔서 뜻 깊은 자리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용이 다소 어려웠을 수는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과 듣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분명 있을 것”이라며 “작은 차이가 쌓이고 쌓여서 지역사회를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은 매달 ‘둠벙에 빠진 날’을 통해 주민들에게 다양한 강연, 전시, 공연 등을 제공하고 있다. 1월3일 오후 7시에는 이후연구소와 고래실이 함께 주최하는 ‘기후학교’가 열린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소장이 기후위기, 탄소예산, 기후정의, 에너지 전환 등에 대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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