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서울서 정년퇴직 후 군서면으로 터전 옮긴 부부
1천200평 노지에 고구마·깨·복숭아 등 다양한 작물 재배
"옥천푸드 인증·직매장 납품도 섭렵, 힘 닿는 데 까지 농사 짓고 싶다"

군서면 금산리에서 농사를 짓는 박흥순(78)·성남용(73) 부부를 지난달 30일 만났다.

[옥천을 살리는 옥천푸드] 2001년 서울 명동에서 군서면 금산리로 터전을 옮겼으니 벌써 1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때만해도 '귀농'이나 '귀촌'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주변 이웃들이 '혹시 땅 투기하려고 온 것 아니냐'는 눈총 어린 시선을 보냈을까. 

그래도 박흥순(78)씨와 성남용(73)씨는 주변 이웃들과 융화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했다. 당시만해도 금산리에 펜션이나 민박촌이 형성되기 전이였다. 허허벌판 속에 이들 부부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래서 직접 과일, 부침개 등을 싸서 옆 마을로 향했다. 귀농·귀촌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이웃과의 유대라고 생각했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지금은 명동 예술극장이지만, 옛날에는 그쪽이 다 금융계통 회사가 있던 곳이에요. 저는 거기서 관리직으로 26년간 일했어요. 그러다 IMF 터졌고 정년퇴직을 했죠. 원래 고향이 세종시 전의면인데, 이쪽이나 제주도로 귀촌을 하자고 마음먹었죠. 그러다가 아내 동생이 살고 있는 옥천으로 오기로 결정했어요." (박흥순씨)

"이 양반이 정말 부단히 노력했죠. 음식을 바리바리 싸고 가서 이웃들이랑 나눴어요. 귀농·귀촌하는 분들은 다 느낄테지만 연고가 없으니까 모든 게 낯설고 어렵죠. 그래도 열심히 어울리려고 했어요. 그때만 해도 저희 땅에 농사지으러 오시는 할머니들이 계셨어요. 이 분들이랑도 같이 음식을 나눠 먹곤 했죠. 지금은 연로하셔서 돌아가시고 새로운 세대가 자리잡았어요." (성남용씨)

군서면 금산리에서 농사를 짓는 박흥순(78)·성남용(73) 부부. 농장 한 편에 난을 키우고 있다.

박흥순·성남용 부부는 현재 1천200평 남짓한 밭에 다양한 작물들을 키우고 있다. 지금이야 농한기라 휑하지만 이번연도만 해도 고구마, 깨, 콩은 물론 복숭아, 감, 대추 등 다양한 과수까지 재배했다. 올해는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까지 개장했기 때문에 옥천푸드 인증을 받은 다양한 농산물을 출하했다.

"직매장이 없을 때는 대전역 주변 새벽시장에 나가서 대량으로 도매업자한테 넘기곤 했어요. 옥천에 직매장이 생기고 나서는 여기로 농산물들을 내고 있죠. 올 여름에 복숭아를 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성남용씨) 

귀농 초기만 해도 농기센터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래서 눈대중으로 농사를 익혔다. 처음으로 심은 작목이 옥수수와 고추인데 꽂아 놓으니 신기하게도 자랐다.

"처음에는 잘 모르니까 밭일 하러 왔다갔다 하는 할머니들을 따라했어요. 그렇게 한창 남들 보고 따라하다가 농기센터를 알게 됐죠. 그 길로 복숭아 대학, 귀농귀촌대학, 산업곤충 대학 등을 수강했죠." (박흥순씨)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겼으니 그 김에 가공교육도 받고 있어요. 복숭아를 수확하고 남은 걸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많이 배우고 있어요." (성남용씨)

군서면 금산리에서 농사를 짓는 박흥순(78)·성남용(73) 부부가 최근 지은 3중 비닐하우스.
군서면 금산리에서 농사를 짓는 박흥순(78)·성남용(73) 부부를 지난달 30일 만났다.

최근 100평 규모로 3중 비닐하우스를 새로 지었다. 그간 노지에만 농사를 지어왔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이다.

"자부담 30%, 군 지원 70%로 비닐하우스를 지었어요. 이제 막 공사가 끝났죠. 뭘 심을까는 아직 고민 중이에요. 아무래도 로컬푸드 관련 지원이다 보니 직매장에 없는 품목을 주로 재배하지 않을까 해요." (박흥순씨)

박흥순·성남용 부부는 농사를 지으며 석산농원이라는 민박집도 운영하고 있다. 1천200평 남짓한 밭을 돌보랴, 민박집을 관리하랴 여간 바쁜 게 아니다. 

"원래 저희 부부가 살려고 집을 지었는데 둘이서 살기는 너무 커서 아예 민박집을 운영하게 됐어요. 농번기 철에는 민박 손님도 받고 농사도 짓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성남용씨)

군서면 금산리에서 농사를 짓는 박흥순(78)·성남용(73) 부부는 '석산 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한산한 석산 민박의 모습. 여름이면 들마루가 손님들로 가득 찬다.
군서면 금산리에서 농사를 짓는 박흥순(78)·성남용(73) 부부를 지난달 30일 만났다.

집 근처에 심어진 상수리 나무에서 떨어지는 도토리를 주어다 묵을 쑤는 일도 한다. 10월 열린 로컬푸드 직매장 가을걷이 행사 때 군서면 생산자회가 가지고 나온 묵 역시 성남용씨의 작품이다.

"저희가 따로 심은 건 아니고, 상수리 나무가 군데 군데 있어서 도토리가 떨어져요. 밭일 하다 와보면 우수수 떨어져 있으니 주어다 묵을 쑤기 시작했죠. 가을걷이 행사 때 면별 생산자회 대표 음식으로 내보자고 해서 가져가게 됐죠." (성남용씨)

성남용(73)씨는 도토리를 주어 묵을 만들기도 한다.

군서면 생산자회 활동은 여러 농민들이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친목을 쌓을 수 있어 늘 재밌다.

"군서면에 정착한지 꽤 됐기 때문에 여러 지역 활동을 하고 있어요. 생산자회 뿐 아니라 저는 서화천모니터링단, 하천감시단 활동도 하고 있어요. 물을 깨끗하게 하고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죠. 군서면도 예전만큼 쾌적한 환경은 아니기에 늘 관심을 가져야 해요." (박흥순씨)

부부는 앞으로도 힘 닿는 데 까지 농사를 지을 예정이다.

"아내를 설득해서 귀농하는데 3년이나 걸렸는데, 이제는 저보다 아내가 더 농사꾼이 다 됐죠. 아내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아직까지 건강하기 때문에 힘 닿는 데 까지 농사를 함께 지었으면 해요." (박흥순씨)

"긴 체크남방에 몸빼바지, 얼굴을 가리는 긴 챙 모자만 있으면 농사 지을 때 무서울 게 없죠. 환경이 달라지니까 저절로 농사꾼이 돼 가는 것 같아요. 몸을 계속 움직이며 땀 흘리는 농사가 재밌어요. 재밌으니까 이렇게 오랜시간 할 수 있는 거겠죠? 앞으로도 남편과 함께 농사꾼으로 오래 오래 행복하고 싶어요." (성남용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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