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열대과일 게욱 재배하는 권태현·채희주 부부
게욱에 패션프루트, 용과까지…농업 환경 변화 속 부부의 도전은 계속된다

10일 오후 이원면 평계리에 있는 권태현·채희주 부부의 비닐하우스를 찾았다. 베트남 대표 열대과일 '게욱'이 비닐하우스 곳곳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그 옆으로는 용과 묘목이 자라고 있다.

[옥천을 살리는 옥천푸드] '게욱'은 베트남에서 많이 재배되는 아열대성 작물로 리코펜과 베타카로틴 성분이 풍부해 '천상의 과일'이라는 별칭이 붙는다. 베트남은 주로 결혼식이나 새해 등 특별한 날 게욱을 넣어 붉은 찹쌀밥을 해 먹는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격이 일반 과일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중요한 기념일이 아니면 만나보기 어렵다.

용과, 패션프루트 등 일반 열대 작물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것과 달리 게욱은 베트남 과일 중에서도 고급 과육에 속하기 때문에 더 생소하다. 그런데 이 게욱을 권태현(65)·채희주(62) 부부가 옥천에서는 유일하게 재배하고 나섰다. 변화하는 농업 환경 속에서 열대 작물들이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베트남 대표 열대과일 '게욱'이 비닐하우스 곳곳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베트남 대표 열대과일 '게욱'이 비닐하우스 곳곳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이들 부부가 게욱을 본격적으로 심게 된 건 베트남에 사는 친구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베트남에 갔을 당시 게욱을 알게 됐고, 친구의 추천으로 심게 됐다. 게욱 뿐 아니라 워낙 용과, 패션프루트 등 열대 과일에 관심이 많았었던 터라 열대작물이 살 수 있는 따뜻한 환경이 우선된다면 재배에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게욱 모종을 심었는데 올해 여름부터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는 거에요. 주황색으로 선명한 빛깔로 비닐하우스 곳곳에 주렁주렁 달리는 데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요. 본격적인 수확기는 12월~1월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아직 군데 군데 초록색으로 다 자라지 않은 것들이 보이지요? 1월 께 되면 수확할 수 있어요." (채희주)

권태현·채희주 부부가 재배한 게욱이 실제 베트남 현지에서 재배하는 게욱보다 훨씬 크고 신선한 형태로 열매를 맺자 실제 베트남에 거주하는 지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부부는 앞으로 이 게욱을 활용해 건강보조 식품 가공까지 생각하고 있다.

"게욱을 생과로 먹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환 등 건강보조 식품으로 가공을 해볼 생각이에요. 토마토와 비교했을 때 리코펜 함량이 70배 가량 높기 때문에 정말 영양덩어리죠." (권태현)

권태현씨가 용과에 대해 설명 중이다. 용과줄기가 한창 자라고 있다.
권태현씨가 용과에 대해 설명 중이다. 용과줄기가 한창 자라고 있다.

게욱 뿐 아니라 이원면 평계리 비닐하우스 한편에는 용과 묘목 역시 한 가득 자리하고 있다. 용의 여의주 모습을 닮은 선인장 열매인 용과는 평균 16~18브릭스로, 사과나 밀감 등과 비교했을 때 더 달다.

"영동 심천에서 일부 용과를 수확하고 있기는 해요. 그런데 저희가 이번에 키운 용과는 심천 용과와 다른 품종이기 때문에 당도가 24브릭스까지 갈 것으로 예상해요. 이는 대추보다 더 달다고 볼 수 있죠." (권태현)

현재 부부는 묘목을 화분에서 50㎝ 정도의 크기로 키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파종하고 10개월 뒤 지나면 줄기가 1m 이상 자라 꽃을 피운다. 그런데 이 꽃이 참 웃기다. 용과의 꽃은 '밤에 피는 꽃'이라는 별명이 붙는다. 이 꽃의 길이는 약 45cm정도로 밤 사이 만개했다가 다음 날에 지는 특징이 있다. 밤에 꽃이 피기 때문에 밤 사이 수정을 완료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수반된다.

"아무래도 용과 특성 상 꽃이 밤에 피기 때문에 이를 키우는 농부 역시 밤에 깨어있어야 하죠. 수정을 일일이 직접 해야하기 때문에 재배하는 사람도 잘 수 없고, 무엇보다 비닐하우스도 밤새 가동되야 하죠." (채희주)

한국 기후 특성 상 열대 과일 재배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님에도 이들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앞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해 살아남을 수 있는 작물이 곧 열대 과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충북농업기술원도 해당 계속해서 아열대 작물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이를 장려하고 있는 실정인 만큼 선두로 나서 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도 그럴것이 권태현씨는 대전 LG 화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18년간 근무했다. 미시간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 코넬대에서 포스트닥터 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권태현씨는 그간 배운 기술들을 활용해 일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 개발에 한창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일조량이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에요. 하지만 햇빛이 부족하게 되면 곧 과일의 맛도 떨어지죠. 요즘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를 개발하고 있어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현재 상용되고 있는 비닐하우스 원재료는 그린 컬러와 오렌지 컬러 두가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죠. 그런데 그린 컬러는 사실상 식물에는 필요 없는 색상이죠. 그래서 저는 식물에 유용한 오렌지 컬러만 투과시키는 비닐하우스 재료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권태현)

권태현·채희주 부부는 헤이즐넛, 매실 뿐 아니라 다양한 작물들을 조금씩 재배해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에 출하하고 있다. 귀농·귀촌인에게 안정적 판로 확보를 위한 대안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밑바탕을 함께 일궈가고 싶다. 

"현재 로컬푸드 생산자회 이원면 회장을 맡고 있어요. 아무래도 로컬푸드 직매장이 개장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곧 옥천에서 로컬푸드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힘 닿는 데 까지 열심히 참여할 예정입니다." (채희주)

10일 오후 이원면 평계리에 있는 권태현·채희주 부부의 비닐하우스를 찾았다. 베트남 대표 열대과일 '게욱'이 비닐하우스 곳곳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10일 오후 이원면 평계리에 있는 권태현·채희주 부부의 비닐하우스를 찾았다. 베트남 대표 열대과일 '게욱'이 비닐하우스 곳곳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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