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재해구호협회•현대엔지니어링 주관 기프트하우스사업 입주식
신기1리 정한기, 이복구 어르신 조립식주택 혜택
[읍면소식-안남면] 언 물로 쌀 씻고 아궁이로 밥 짓고, 한겨울 재래식 화장실은 무릎이 시려웠다. 그런데 이제 전기보일러에 이중창문, 따뜻한 물이 콸콸 나오고 화장실은 집안으로 들어왔다. 11일 정한기(80)‧이복구(78) 어르신이 만난 새 집이다. 이 집을 짓는 데는 전국재난구호협회와 현대엔지니어링, 옥천군을 포함한 11개 지역 단체의 마음이 있었다.
■ 좁은 진입로 등 불리한 여건 속에서 11개 지역 단체 등 십시일반해 사업 진행
사실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현대엔지니어링의 24번째 기프트하우스(재난위기가정주택지원사업)가 옥천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은 수월하지 않았다. 현장실사를 진행한 전국재해구호협회 이광재 과장은 “선정 과정에서 공사가 가능한지 여건을 보려고 실사를 나왔는데 진입로가 좁아서 크레인이 들어올 수 없을 거 같은 거예요. 여긴 안 되겠다 싶었는데, 그때 이장님을 만났어요”라고 말했다.
“집이 재래식 화장실에, 밥도 나무해가지고 불 떼서 영 살 집이 못됐어. 자식들은 돈 줄 형편도 아니었고... 우리 마을에서 제일 어렵게 살던 분들이니까 뭐든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안남면 김경화 복지팀장이 이 사업에 지원해보자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줬고, 이제는 내 차례였지.” (안남면 지수리 이재원 이장)
이재원 이장은 진입로 주변에 있는 두 집을 찾아갔다. “지금 아니면 이분들 평생 집 못 진다(짓는다)”며 읍소했다. 두 집 주인은 잘 된 일이라며 토지승낙서에 서명했다. “선정 결과 기다리는데 한 4,50일 걸렸던 것 같아. 그 시간, 참 길대.”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8월23일 두 어르신의 집을 짓기 위한 공사가 착수됐다. 현대 엔지니어링의 기술과 제작 후원으로 4천400만원 상당 조립식 주택이 제작됐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300만원 상당 가전과 식기를 준비했다.
여기에 지역도 나섰다. △옥천군‧안남면 및 상하수도사업소: 토지 지반 다듬고 진입로 및 담장 원상복구 △한국국토정보공사: 토지측량 무상지원 △새로이건축: 정화조 설치(‘희망복지지원팀 농어촌장애인 주택개조사업’) △대한건축사협회 충청북도건축사회 옥천지역건축사회(회장 윤창환)‧JA건축사사무소(대표 강경구): 건축허가 및 기초설계 △안남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진입로 확보 및 폐기물 분리‧입주청소 △국보환경(대표 이창묵): 건물 철거 및 폐기물 처리 △대한전문건설협회 충청북도회 옥천군운영위원회(운영위원장 박철재)‧세명건설(대표 이용창): 기반공사 △안남면 기관단체협의회: 비가림 지붕 설치 등 여기저기서 지원이 쏟아졌다.
“통상 지역 내 사업을 하면 3, 4개 단체만 참여하는데요. 옥천은 정말 기프트하우스사업 사상 유래가 없는 곳이었어요.” (전국재난재해구호협회 이광재 과장)
■ 11일 열린 입주식서 정한기, 이복구 어르신, “차가운 부엌 벗어난 게 가장 좋아”
11일 입주식은 마을 잔치가 됐다. 새집 골목 어귀부터 60여일 사업 과정에 참여한 관계자들, 지수리 주민 40여명의 소리로 왁자지껄했다.
두 어르신의 새 보금자리는 거실‧주방‧화장실‧방이 있는 12평 아담한 집. 보일러 값 절감과 안전을 위해 전기보일러가 설치됐고 작은 창고도 집 옆에 세워졌다. 캐노피와 데크, 꽃과 경계석도 놓여 괜찮은 마당까지 갖추게 됐다.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현대엔지니어링, 그리고 지역단체의 손길이 구석구석 담긴 따뜻한 집이었다.
두 어르신은 새집이 생긴 게 얼떨떨한 듯했다. 정복기 할머니는 아직 실감이 안 난다 했다. 그러다 창고를 쭉 훑어보더니 “열쇠는 어딨어?”라며 열쇠부터 찾는가하면, 거실에 깔린 카펫을 보곤 “군수님이 사다줬다는데 깨끗하게 잘 써야지”라며 결을 정리했다. 옆에 있던 이재원 이장이 “아주 잘 됐어! 잘 사셔야 돼!”라고 축하를 건넸다. 정 할머니 얼굴에 배시시 웃음이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