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엽 원장의 술이야기(9)
김기엽 (향수을전통주연구원장, 군북면 국원리)

우리술 전통주에 부여된 가치는 단순히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역사성보다는 우리 선조님들의 경험치가 통계가 되고 그 결과를 생활 과학으로 승화시킨 점이라고 생각한다. 술은 당분과 전분이 있어야 알코올이 생성되며, 와인이 당으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술이라면 우리 전통주는 곡물의 전분을 가지고 술을 만드는 발효주이다. 

쌀과 물, 그리고 누룩, 세가지 재료만으로 만들어지는 전통주는 누룩이 품고 있는 효소와 효모로 20도 정도의 알코올을 만들어낸다.

곡물에 들어있는 전분을 잘게 잘라 당을 만들어주는 효소는 살아있는 모든 것에 존재하며 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효소는 필수적이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풀어 이야기하면 당의 집합체인 전분을 효소가 잘라내어 각각의 당으로 만들어 주는 당화의 역할을 한다.

효소는 "기질의 특이성"을 가지고 있어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 등으로 각각의 특이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효소의 작용에 의해 여러 물질이 더 이상 쪼개지지 않을 정도까지 분해시킨다. 따라서 전통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가 많이 필요한데 동양에서는 엿길금과 곰팡이를 이용하는 기술이 발달해 왔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누룩'을 만들어 그 속에 들어있는 효소를 이용하여 전통주를 만들어왔다.

효모는 당분을 이용해 알코올을 만드는 미생물이다. 술을 빚는 과정에서 초기 발효는 매우 중요하다. 초기에 빠른 알코올 생성은 젖산균이나 초산균등의 증식을 억제시켜서 신맛을 예방해주어 결국 술 빚기의 성공여부와 맛과 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술 빚기 법에는 특정한 효모를 배양하여 사용하지 않고 누룩속에 있는 다양한 효모를 이용하기 때문에 술의 품질이 일정하지 않으나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유명한 와인은 포도의 품질에 의해 맛이 결정되나 우리나라의 전통주는 누룩에 의해 그 맛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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