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노인·장애인복지관 홈베이킹 교실 '베이킹에 반하다' 열려
10월23일부터 매주 한 번씩 진행…4명의 참가자들과 다양한 음식 조리해
충북 영동 반하다쿠킹스튜디오 이두희 강사가 강의 맡아

5일 노인·장애인복지관 요리실에서 '베이킹에 반하다' 홈베이킹 교실이 열렸다. 유정하(38, 옥천읍 신기리)씨가 틀에 흑임자마들렌 반죽을 짜고 있다.
순수마들렌에 초콜릿이 입혀진 모습. 검은 초콜릿 광이 더해져 조개 모양의 굴곡을 잘 나타내고 있다.

[다함께 복지] 달콤하고 폭신한 날이었다. 부드러운 바닐라 냄새가 늦가을의 찬 공길 감쌌다.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요리기구들에 웃음소리가 튕겨져 귓가에 울린다. 5일 오전10시 노인·장애인복지관 요리실에서 ‘베이킹에 반하다’ 세 번째 홈베이킹 교실이 열렸다. '베이킹에 반하다'는 노인·장애인복지관의 요리프로그램으로 10월23일부터 매주 한 번씩 진행되고 있다. 강사와 담당 사회복지사, 4명의 학생으로 이뤄진 홈베이킹 교실에서는 요리로 나눈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5일)의 메뉴는 우유와 찰떡궁합인 마들렌. 순수마들렌, 흑임자마들렌, 마스코바도 메이플 피칸 마들렌… 맛도 세 가지나 된다. 초코막대과자 데이를 맞이해 순수마들렌과 흑임자마들렌엔 초콜릿도 한 쪽에 묻혀줄 거란다. 충북 영동 반하다쿠킹스튜디오 이두희 강사가 칠판에 재료와 중량을 적곤 메이플 피칸 마들렌에 들어갈 메이플 시럽을 보여줬다. “조청 냄새나요, 조청 아니에요?” 학생들이 묻는다. 색과 달짝지근한 향이 정말 조청과 닮았다. 요 녀석은 달걀 비린내를 없애준단다.

요리의 생명은 계량! 이두희 강사가 칠판에 재료와 중량을 적었다. 테이블 위엔 전자저울도 준비됐다. 두 명씩 두 팀으로 나뉘어 요리를 시작했다. 한 팀은 흑임자마들렌을, 한 팀은 메이플 피칸 마들렌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자저울로 재료의 중량을 맞춘 뒤 이리저리 휘저어준다. 휘저을 때마다 고소한 냄새가 사르륵 올라왔다. 녹인 버터를 넣으니 고소함이 한층 더해졌다. 홍선우(48, 안남면 화학리)씨가 반죽을 맛보더니 인상을 찡그린다. “맛이 별로예요?” 물으니 “아니 맛있는데… 버터가 들어가서 살찔 것 같아서요” 한다. 다른 학생들이 “괜찮아요 먹고 운동하면 돼”하며 웃는다.

순수마들렌에 초콜릿을 입히고 있는 모습. 달달한 초콜릿 향기에 침이 꿀꺽, 넘어간다.
이두희 강사가 마들렌의 배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 만들어진 반죽은 숙성에 들어갔다. 2시간이라는 수업시간을 알뜰하게 쓰려면 가만히 앉아있으면 안된다. 식탁을 정리한 뒤 이두희 강사가 미리 구워온 순수마들렌에 초콜릿을 묻힐 거다. “다 만들어진 마들렌에 배꼽이 올라와 있죠? 배꼽이 왜 올라왔는지 아는 게 중요해요. 뜨거워진 수증기가 가운데로 모여 갖고 폭발한 거예요” 이두희 강사가 말했다. 요리는 과학이라더니 정말이었다. 아무튼, 배꼽이 올라온 부분을 이쑤시개로 콕 찍은 뒤 한 면에 초콜릿을 묻혀주면 된단다. 검은 옷을 입은 마들렌은 실리콘 틀 위에 놓아주고 굳혀준다. 조개모양 마들렌에 초콜릿 광을 입혀주니 정말 조개껍질 같았다.

참가자들이 미니 스포이드에 메이플 시럽을 담고 있다. 꾹~ 눌러서 쪽! 빨아들인다.
김미숙(44, 옥천읍 신기리)씨가 조개 모양 틀에 순수마들렌 반죽을 짜넣고 있다.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빨리 움직여야 해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죽을 실리콘 틀에 붓고 예열된 오븐에 넣었다. 그리곤 손톱만한 초미니 스포이드에 메이플시럽을 담았다. 꾹 눌러서 쪽 빨아들이면 된다. 마스코바도 메이플 피칸 마들렌이 다 구워지면, 하나씩 꼽아줄 예정이다. 먹을 때 쉽게 뿌려먹을 수 있고, 귀여운 매력도 더해준단다.

사용한 실리콘 틀의 문제로 이날 만든 마들렌의 모양은 다소 투박했다. 하지만 맛은 정말 최고였다. 갓 구워져 나온 따끈따끈한 마들렌을 우유와 함께 먹으니 금상첨화였다. 오늘 만든 마들렌을 누구와 나눌 거냐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유정하(38, 옥천읍 신기리)씨가 “남자친구 줘야죠”한다. 남자친구가 있다는 소식에 “우와, 남자친구 있었어요?” “언제부터요?” 교실 안이 술렁였다. 유정하씨는 “여기서 만든 요리들 다 나눠먹었어요”하며 씨익 웃어보였다. 김미숙(44, 옥천읍 신기리)씨는 가족들과 마들렌을 나눠먹을 거라고 대답했다. 사랑의 형태는 다르지만 표현하겠다는 마음은 동일했다.

다 만들어진 마들렌은 흰 상자에 차곡차곡 담겼다. 흰 상자에 포인트로 분홍색 리본을 둘러주었다. 참가자들은 한 상자씩 꼬옥 품에 안았다. 이두희 강사는 “오늘 저보다 더 잘했어요. 다들 저랑 일할 생각 없어요?”하곤 너스레를 떨었다. 행복한 미소와 달콤한 향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유정하씨는 “사람들과 함께 요리하니 재밌고 즐겁다”라며 “직접 만든 마들렌이 정말 부드럽고 맛있다.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셔서 잘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두희 강사는 “그동안 강의에서 소시지빵, 샤인머스캣 요거트 케이크 등을 만들어왔다”며 “초코막대과자 데이를 맞이해서 초콜릿을 묻힌 마들렌을 준비해봤다. 실리콘 틀에 문제가 있어 모양이 매끄럽게 나오지 않은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관에서 수업을 부탁하셔서 매주 영동에서 오고 있다”며 “참가자들 모두 열심히 해줘서 크게 어려운 점 없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잘 따라와주셔서 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홈베이킹 교실을 담당하고 있는 전소정 사회복지사는 “올해 처음으로 홈베이킹 수업을 열었다. 총 10번 진행하며 5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다양한 요리를 배울 수 있다”며 “참가자들이 다들 수업을 잘 따라주시고 좋아하신다. 내년에도 수업을 진행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정하(38, 옥천읍 신기리)씨와 홍선우(48, 안남면 화학리)씨가 다 만들어진 마들렌을 맛보고 있다. '우유랑 먹으니 꿀맛!'
세 가지 맛 마들렌이 차곡차곡 상자 안에 쌓이고 있다.
유정하(38, 옥천읍 신기리)씨가 마들렌 상자를 들고 웃고 있다. '남자친구랑 나눠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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