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청성초 도서관에서 열린 '사각사각 재밌는 글쓰기' 수업
4·5·6학년 11명 학생들의 '동화 쓰기'

"(작은학교)청성초등학교 수업은 어떠셨나요?"

"제가 오늘 좀 일찍 학교에 도착해서 교직원 조회를 봤어요. 보통은 교장선생님이랑 교감선생님이 이야기하고 평교사들은 듣기만 하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평교사 분들은 더 열심히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분위기가 너무 화기애애해서 제가 지금 교무회의에 온 게 맞나 싶었어요. '와...' 하고, 수업 들어와보니까 역시나. 학생들도 너무 밝아요.  1·2·3학년 저학년 수업시간에는 유치원선생님이 직접 유치원 어린이를 데려와서, '유치원생은 얘 한 명인데, 수업에 같이 참여해도 괜찮을까요?' 하시길래 '그러시라' 했는데, 이건 비밀인데요, 그 친구가 제일 잘했어요(웃음). 수업시간마다 저도 신나서 10분도 설명할 걸 20분 넘게 설명해서 수업시간 부족해 혼났어요. 아이들이 평소 선생님이랑 교감을 많이 하고 사랑을 담뿍 받은 게 느껴져요. 이런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는 건 선생님에게나 학생에게나 다 복인 거 같아요" (청성초 '사각사각 재밌는 글쓰기' 1일 수업 강사 장동미)

[작은학교 이야기] 청성면 산계리에 있는 작은학교 청성초등학교 도서관, 소곤소곤 옛날이야기가 아이들 귓가를 간질거린다.

"옛날에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어. 이 아이는 이야기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이야기판이 벌어진 곳이라면 어디든 다 쫓아다녔어./그런데 아이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 좋아했지, 들은 것을 남에게 이야기해 주지는 않았어. 대신에 이야기를 들으면 잊어버릴까 봐 종이에 적었지. 이야기 한 마디를 들으면 한 마디를 적고, 두 마디를 들으면 두 마디를 적어서 주머니에 넣고 꽁꽁 졸라맸어. 그리고 주머니를 자기 방 벽장에 넣어 두었어./여러 해 동안 이렇게 하다 보니 커다란 주머니에 이야기가 가득 찼어.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이야기를 쌓아 두기만 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도 보여 주지도 않았지. 그러니 벽장 안 이야기 주머니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어..." 이억배 동화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 중

결국 아이는 크게 혼쭐이 날 뻔한 상황을 겪고, 옛날이야기들을 바깥 세상에 활짝 풀어주게 된다.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에서는 '옛날이야기'의 재밌는 특징이 드러난다. 옛날이야기는 모름지기 사람들 입을 타고 전해지고 또 전해져야 한다는 것.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에 따라 이야기가 조금씩 바뀌고, 또 누가 이야기를 전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맛이 바뀐다. 이게 옛날이야기의 묘미다. 

수업을 진행한 장동미 강사(한국그림책연구소 청주지부장)

청성초등학교가 옥천교육도서관 '2019 학교도서관 독서교육 지원사업'을 받아 23일 1·2·3학년 에게는 '나눔 좋아, 행복 좋아' 독서활동을, 4·5·6학년에는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 독서활동을 진행했다. 저학년 대상 수업 '나눔 좋아, 행복 좋아'가 '장갑나무'를 읽고 나눔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이라면, '사각사각 재밌는 글쓰기' 수업은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를 읽고 자기가 아는 옛날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누고 또 직접 이야기를 쓰는 일까지 해본다.

5학년 윤수진 학생, 친구들에게 옛날이야기 '반쪽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옛날옛날에 아이를 너무 가지고 싶었던 한 여자가 있었는데 꿈을 꿨어요. 꿈에서 누가 말해주길, 생선 세 마리를 먹으면 아이 세 명을 낳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생선 세 마리를 구해 먹으려고 하는데, 글쎄, 지나가던 고양이가 생선 반쪽을 먹어버린 거 있죠. 나중에 여자가 아이를 낳았는데 첫째랑 둘째는 멀쩡한데 둘째는 얼굴이랑 몸이 반쪽만 있었어요. 그래서 이름을 '반쪽이'라고 지었죠..." (5학년 윤수진)

장동미 강사(한국그림책연구소 청주지부장)가 '이야기 주머니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준 뒤 '누구 자기가 아는 옛날이야기 들려줄 사람 있을까요?' 묻자 수진이가 손을 들고 일어나 조곤조곤 자기가 아는 옛날이야기를 전해준다.

"요새는 책이 참 많은데, 오히려 그래서 그럴까요?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책만 읽어서 '독서편식'이 심하거든요.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다양하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잔소리처럼 느껴지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서로 조금씩 흥미를 돋구는 방법은 어떨까? 생각했어요. '옛날이야기'를 떠올린 거지요. 옛날이야기의 기본 속성이 '말하기'잖아요.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면서 점점 '내가 보던 책' 밖에 '네가 보는 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어요." (장동미 강사)

이번에는 쓰기 차례다. 학생들은 옆에 짝꿍과 함께 둘이 한 팀이 돼서 최근에 자기가 읽은 책 이름을 두 개씩 생각한다. 그렇게 책 네 권을 모으고, 둘이 머리 모아 이 네 개 책의 제목이나 각각의 이야기가 조금씩 들어가게 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든다. 평소 한 글자 쓰기도 막막하던 글쓰기지만 이미 동화책 이야기로 몸을 한 번 풀었고, 또 친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서로 아는 이야기를 잘 엮어보는 일이니 즐겁다. 11명 학생들이 5개 팀이 됐다. 글 쓰는 약 30여분간 아이들은 쏙닥쏙닥, 깔깔 웃고, 선생님께 달려와 ‘선생님 종이가 더 없을까요!’ 묻는다.

왼쪽부터 박선아(5학년), 이은이(5학년) 학생

“옛날옛날에 ‘신데렐라’와 ‘백설공주’가 살았습니다. 그 둘은 너무너무 친했어요. 그런데 둘은 물건을 잘 잃어버렸어요. 그래서 절대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소중한 물건을 하나씩 가져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밑에’ 묻어두기로 했답니다. 일종의 타임캡슐이었죠...” (5학년 박선아·이은이, '신비한 보물', 엮은 책 △신데렐라 △백설공주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알사탕) 

장동미 강사. 한국그림책연구소 청주지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크고 작고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큰 도시 학교 수업에 들어가면 당황스러울 때가 많아요. 요새 애들 사춘기가 빨리와서요. 내가 지금 초등학교 교실에 있는 게 맞는데, 이야기를 만들어보라고 하면 불륜부터 시작해서 요새 말하는 온갖 ‘막장’ 이야기란 이야기는 다 나오는 거예요. 처음에는 얼굴이 정말 화끈거렸는데, 그래도 지금은 학생들이 평소 속에 있는 성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속에 앓고만 있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런데 오늘은 정말 즐겁네요. 청성초등학교 학생들은 눈이 반짝거려요. 평소 궁금한 게 있으면 선생님들과 충분히 교감하고 또 사랑받고 있구나 싶어요. 수업에 집중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는 게 느껴지거든요. 선생님을 신나게 하는 학생들이에요(웃음).” (장동미 강사)

왼쪽 앞부터 반시계방향으로 김태진(5학년), 한은석(5학년), 박선아(5학년), 이은이(5학년), 신영근(4학년), 신은지(6학년), 이한나(6학년), 김유진(6학년), 박천관(6학년), 박서연(4학년), 김명준(6학년), 윤수진(5학년), 박진병(6학년) 학생.

수업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 4·5·6학년 학생들 모두 모여 학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구름이 걷히고 슬슬 해가 반짝이고, 학생들 얼굴에 웃음도 반짝인다. 선생님에게도 학생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하루다.

 

작은학교 청성초등학교

청성초등학교(교장 김욱현)는 1932년 개교해 올해 학생이 24명(남자 9명, 여자 15명)명, 선생님은 8명인 '작은학교'입니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