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숙 제
옥천민예총 문학동인지
제27집 『그래도 꽃』

부박한 삶이 바이러스의 온상이던가
병마를 위무하는 길은 굽이굽이 깊어져 갈수록
강물 같은 처연함으로 밀려온다

다리에 힘을 줘봐도 허깨비 걸음걸음
부질없이 달려드는 무력감 앞에
굴복했던 아찔함이여

떨어져 뒹구는 꽃이라고
그대의 이름은 분명, 낙화라고 단정 짓는 건
사람들만의 편견

이렇듯 통절한 아픔이 나를 깨우는 건
병든 몸일지라도
하늘은 썩은 고목도
함부로 손대지 않는다는 반증

혼쭐나게 믿었던 놈에게 당하고 보니
본래, 내 것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었나
그런 놈을 붙잡고 풍진사 마디마디
웃고 울고 남의 탓으로 탕진한 게
잘난 이 놈의 자화상이었던가

백 년을 살아본들
부귀영화 뜬구름인 걸, 제대로 읽지 못하면
너나 나나 생생지락(生生至樂)은
혀끝으로만 사단 내고 마는
언어도단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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