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정지용문학상 제24회 수상작

옥상에 올라가
메밀 베갯속을 널었다
나의 잠들이 좋아라 하고
햇빛 속으로 달아난다
우리나라 붉은 메밀대궁에는
흙의 피가 묻어있다
지구도 흙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는 가을이 더 잘 보이고
나는 늘 높은 데가 좋다
어쨌든 세상의 모든 옥상은
아이들처럼 거미처럼 몰래
혼자서 놀기 좋은 곳이다
이런 걸 누가 알기나 하는지
어머니 같았으면 벌써 달밤에
깨를 터는 가을이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