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정지용문학상 제22회 수상작

누더기처럼
함석과 판자를 다닥다닥 기운
낡은 창고 벽으로 그 씨앗은 날려 왔을 것이다
거기서 더 이상 떠나가지 못하고
창고 벽에 부딪쳐
그 억새와 바랭이와
엉겅퀴는 대충 그곳에 마음 정하고 싹을 틔웠을 것이다
사람도 정처 없이
이렇게 이룬 터전 많았으리라
다른 곳은 풀이 없는데
창고 틈새에만 유난히 더부룩 돋았다
말이란 놈들이 그늘 찾아
창고 옆으로 왔다가 그 풀을 보고
맛있게 뜯어먹고 갔다
새 풀을 발견한 기쁨 참지 못하고
연신 발굽을 차며
히히힝 소리 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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