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자

찬밥같은 세상
통박만 굴리고
나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되어 준 적이 있나

누군가에
사랑할게 라고
하고 싶을 때
가쁜 숨소리 몰아치는
압력솥의
기름진 찰밥이
되고 싶은 걸
문득 지나온 길
돌아보고 싶을 때
부끄러움으로
구겨지지 않은
정직한 주름살
가지고나 있는지

서로들 엉켜서
끈적이는
바닥을 헤맬 때
모든 걸 다 내려놓은
빈 수레 되어
새로 그려지는
데칼코마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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