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89살 황재임이 10월24일 3시쯤 운명했다. 기어이 가고 말았다. 영원히 잊지 못할 친구, 잘 가시오, 있을 때 참 좋았는데. 대화도 되고 무엇이든 줘도 아깝지 않던 사람, 옷도 그에게 많이 줬고 전화도 사흘마다 가장 많이 했던 친구다. 좋았던 것, 속상했던 것도, 나빴던 것도 이야기 다 해주던 친구, 동갑이고 세달 먼저 난 친구, 키는 나보다 훨씬 작았지만, 속 넓고 맑고 깨끗한 사람이었다. 며느리와 같이 살면서 편하게 지냈다. 서울에 사촌 여동생이 옷도 다 해줬다고. 돈도 계속 보내주고 유성서 컸다고 했다. 거짓말 같은 사실에 놀랐다. 부주는 10만원 밖에 못했다. 용돈 30만원 받는데 그것 밖에 안 남았으니. 부주를 며느리 주고 힘이 다 빠졌는지 간신히 올라왔다. 저녁은 집에 가서 누룽지에다 찌개물 넣어 불려먹고 고기 삶은 것도 좀 먹었다. 찌개에 손국수도 끓여먹었다. 아들이 잘 먹어서 좋았다. 삶은 고기는 다 못 먹었다. 오늘은 배고프니 억지로 먹은 것이다.
슬픈 마음이 한참 갈 것인데 누가 메워주고 위로해준단 말인가. 그렇더라도 좀 살 줄 알았는데 이렇게 속절없이 떠날 줄은 몰랐네.
잘 가시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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