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장야초 정문 앞에 개업한 ‘오월의 피아노’
한혜경 대표, “지난 10년 동안 삼양초 앞에서 피아노 교습소 운영해”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어른들에게 취미를

초등학생 시절, 학교가 끝나고 컵떡볶이로 간단하게 배를 채운 후 달려가는 곳이 있다. 바로 피아노학원이다. 처음에는 엄마가 악기 하나 배워보라고 해서, 같은 반 짝꿍이 다닌다길래, 하교 중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시작한다. 학원에 가면 선생님이 시범 삼아 보여주는 피아노 연주에 눈과 귀를 떼지 못하고, 나도 언젠가 저렇게 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다. 그리고 하얀 건반 위에 작은 손을 올린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창밖에 나무가 우거져 있어 마치 자연 속에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것 같다.
창밖에 나무가 우거져 있어 마치 자연 속에 그랜드 피아노가 있는 것 같다.

■ ‘오월의 피아노’가 가진 매력
 보통 초등학교 앞에 피아노 교습소가 몰려있는 편이다. 차량 운행 없이 아이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읍에 있는 장야초등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 주변에 피아노학원이 몇 개 있다. 그중 오월의 피아노는 장야초등학교 앞에 있는 클라리넷 레슨실 ‘엘의 음악 생활공간’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덕분에 도로변과 떨어져 조용하고 안락한 공간에서 피아노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교습소에 들어서면 새하얀 공간이 펼쳐지고, 가운데 핀 조명을 받은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가 눈에 띈다. 그랜드 피아노를 보유한 학원이 옥천에 그리 많지 않은데 오월의 피아노는 이를 활용하여 연주회를 열 계획까지 있었다. 그랜드 피아노로 연주하면 소리, 깊이, 느낌이 다르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피아노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그 감각을 느끼도록 하고 싶어 장만했다.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가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다.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가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다.

 또한 피아노 교습소에 살짝 뜬금없을 수 있는 컴퓨터 두 대가 한쪽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아이들이 더욱 즐겁게 피아노 이론을 공부하기 위해 특별히 서울에서 주문한 것이다. 컴퓨터를 켜고 프로그램을 열면 초등 음악, 건반, 리듬, 코드 연습, 피아노 이론 등 여러 가지 메뉴가 나타난다. 아이들이 직접 선택해서 공부할 수 있다. 요즘 컴퓨터를 잘 다루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컴퓨터로 이론을 배우면 좋을 것 같아 결정했다.

아이들이 컴퓨터로 쉽게 피아노 이론을 배울 수 있다. 화면에는 피아노 이론 마스터라고 적혀있다.
아이들이 컴퓨터로 쉽게 피아노 이론을 배울 수 있다. 화면에는 피아노 이론 마스터라고 적혀있다.
한 아이가 컴퓨터로 이론을 배우고 있다. 컴퓨터에 나와있는 것처럼 손을 따라하고 있다.
한 아이가 컴퓨터로 이론을 배우고 있다. 컴퓨터에 나와있는 것처럼 손을 따라하고 있다.

 이외에도 연습 피아노로 야마하 피아노를 준비하고, 실내에 남녀화장실을 따로 마련했다. 어떤 공간에서 피아노를 편안하게 접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오월의 피아노라는 공간은 정말 피아노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지트를 꾸며서 놀러 오라고 초대하는 것 같았다. 과연 이곳은 누가 만들었을까?

공간에 들어서면 널찍하고, 시원하다. 그리고 레슨실이 5개가 있다.
공간에 들어서면 널찍하고, 시원하다. 그리고 레슨실이 5개가 있다.
연습할 수 있는 공간에 야마하 피아노가 준비되어 있고, 창문이 있어 답답하지 않다.
연습할 수 있는 공간에 야마하 피아노가 준비되어 있고, 창문이 있어 답답하지 않다.

■ 한평생 피아노를 사랑한 선생님
 지난 5월에 개업한 오월의 피아노는 무려 10년 동안 삼양초등학교 앞에서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했던 한혜경 대표(43, 읍 금구리)가 다시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피아노 인생은 8살에서 출발한다. 엄마 손을 잡고 도착한 곳은 피아노학원이었다.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재미를 느꼈고, 콩쿠르도 나가 상을 탔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다니다가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그만뒀다. 그러다 앞으로 진로를 생각하니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피아노라 생각해서 입시 피아노를 시작했다. 하지만 재미로 다니던 것과 달랐다. 다시 피아노를 그만두고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또 대학 입학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다가 피아노가 떠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피아노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결국 피아노를 선택했고 여기까지 왔다. 한혜경 대표는 아직도 피아노가 재미있다며 신이 나 웃었다.

 10년 동안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했을 당시, 별다른 홍보가 없었음에도 아이들이 잘 찾아왔고, 잘 되었다. 무대가 있는 공간을 대여해 연주회를 열 정도였다. 하지만 장야초등학교가 생기면서 아이들이 줄고, 딸도 키워야 하고, 차량 운행을 해주시던 아버지도 본업으로 돌아가야 해서 그만 정리하게 되었다. 이후 사무직에 있었지만, 피아노를 손에 놓지 않았다. 퇴근하고 저녁에 개인 강습을 하면서 계속 연주하고 가르쳤다. 단순히 피아노가 좋아서였다.

 그리고 인생 마지막 기회라고 여긴 지금, 다시 피아노 교습소를 열었다. 젊어서 피아노를 가르칠 때는 잘 몰랐다.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것이 이토록 즐겁고 반갑다는 것을.

한혜경 대표가 피아노 앞에 앉아 웃고 있다. 8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살면서 한순간도 피아노를 손에 놓았던 적이 없다.
한혜경 대표가 피아노 앞에 앉아 웃고 있다. 8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살면서 한순간도 피아노를 손에 놓았던 적이 없다.

■ ‘5’월의 피아노
 심기일전해서 차린 피아노 교습소이니, 이름을 지을 때도 신중했다. “한번 정하면 바꾸지 못하고, 제 이미지와도 잘 맞아야 하고, 무엇보다 흔하지 않아야 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생각해 낸 것이 ‘5월’이다. 4월은 아직 춥고, 6월은 덥다. 5월이 따스하고 적당했다. “마침 제 생일도 5월이에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옥천에는 이 이름을 가진 피아노 교습소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이름을 ‘오월의 피아노’로 정했습니다.” 또한 개업 날짜도 5월이다.

오월의 피아노 간판 사진이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공간을 찾을 수 있다.
오월의 피아노 간판 사진이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공간을 찾을 수 있다.

■ 본격 피아노 즐기기
 오월의 피아노를 위해 한혜경 대표는 아끼지 않고 그랜드 피아노와 야마하 피아노를 장만했다. 또한 아이들을 위해 피아노 이론을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컴퓨터도 마련했다. 이러한 장비뿐 아니라 노력과 애정도 듬뿍 들였다.

 그중 하나가 바로 포핸드(four hands) 연주이다. 포핸드란 네 개의 손으로 피아노를 치는 것을 말한다. 두 명이 연주하는 젓가락 행진곡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덕분에 소리가 풍성해지고, 함께 연주하는 기쁨을 알아간다. 또한 선생님이 옆에서 함께 연주해 주기 때문에 내가 피아노를 더 잘 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영상 피드백을 진행한다. 한혜경 대표는 아이들의 피아노 연주를 직접 촬영하여 부모님께 전달하고 그에 따른 피드백을 보내준다. 영상을 통해 손 모양 등 구체적인 피드백이 가능하다. 이로써 아이들은 부모님께 자랑할 수 있고, 부모님은 아이를 칭찬할 수 있다. 또한 피드백을 통해 개선점을 빠르게 찾아 실력을 높일 수도 있다.

 아이들이 많을 때는 아무래도 어렵겠지만, 지금은 한 명 한 명 집중할 수 있는 시기라서 섬세한 지도가 이뤄진다. 아이뿐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도 피아노 교육을 진행한다. 특히 시간이 없는 직장인을 위해 주말에도 문을 열고, 1~2회 원데이클래스도 환영한다.

한혜경 대표가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다.
한혜경 대표가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다.

■ 꼭 이루고픈 두 가지 목표
 오월의 피아노를 통해 한혜경 대표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아이들을 가르쳐서 콩쿠르 대회에 나가는 것이다. 어릴 적 콩쿠르라는 피아노 대회에 나가 상을 탄 경험은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이런 경험이 흔치 않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꼭 무대에 서는 감정과 느낌을 전해주고 싶어 설정한 목표이다.

 두 번째 목표는 연주회를 여는 것이다. 이미 교습소가 무대처럼 아름답기 꾸며져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모아 연주회를 준비하기만 하면 된다. 빠르면 올해 연말에 열 수도 있다. “얼른 콩쿠르도 나가고, 연주회도 열고 싶어요. 재미있잖아요. 이 재미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이 두 가지 목표는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기에 꼭 이루고 싶다.

한혜경 대표가 한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다.

 피아노가 좋아서, 이 좋음을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서 피아노 교습소를 차린 한혜경 대표에게 피아노의 매력을 물었다. 답은 ‘다름’에 있었다. “피아노를 배울수록 오늘 연주와 내일 연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느껴요. 똑같은 곡을 치더라도 다르게 변형해서 연주할 수 있다는 점이 피아노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리고 이런 매력을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이 느꼈으면 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건반을 만져보고, 한 곡을 끝까지 연주해 보고, 피아노를 통해 재미를 느끼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이름만으로 따스함이 느껴지는 오월의 피아노에서 그 기회를 잡길 바란다.

한혜경 대표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한혜경 대표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임채림 기자

주소: 옥천읍 장야리 304-6, 102호
전화: 010-9156-7388
시간: 오전9시~오후10시
인스타그램: hhk7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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