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숙 시니어기자

 

43년 전 네덜란드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1890) 미술관을 찾은 적이 있다. 그 때는 아직 이 화가가 우리나라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다. 물론 나도 그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았다. 유난히 해바라기 그림에 눈이 갔다. 그는 왜 해바라기를 그렸을까? 흔하게 많이 본 것을 그린 것일 수도 있다. 많은 미술사가들은 고흐는 삶과 죽음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하고 그렸다고 한다. 해바라기는 생성에서 소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바라기 씨앗은 놀라운 생명력, 즉 영원히 지지 않는 생명. 노란색은 ‘생명의 잠재력’으로 보고 있다. 

고흐는 꽃병에 꽂아 놓은 해바라기를 비롯, 해바라기가 핀 넓은 들판을 그린 것도 있다. 그는 자기 동생 태오(Theo)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편지 글과 함께 해바라기 꽃을 그려 넣기도 하고 또 다른 편지에는 우체부의 롤랭 부인을 그려 넣기도 하였다. 그 부인은 요람의 끈을 쥐고 있는데 이것 역시 생명력으로 보고 있다. 꽃병 속에 해바라기는 작은 송이에서부터 거의 시들어 가는 꽃 그리고 많은 씨앗을 품고 있는 모양까지 그렸다. 이 씨앗들은 생명의 연속성을 나타낸 것, 새로 피어 낸 작은 꽃송이와 시든 꽃들은 각기 새로운 탄생과 소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개신교적인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를 그렸다. 바니타스란 라틴어로 ‘허무’라는 뜻이다. 이것은 중세 흑사병과 종교전쟁 등 비극적인 경험으로 탄생된 16~17세기 네덜란드 플랑드르 지방을 중심으로 일어난 정물화의 한 장르이다. 고흐 그림의 정신세계도 이와 같은 사상에 따른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그가 자주 쓴 노란색은 그의 정신 상태가 몹시 우울할 때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노란 해바라기 뿐만 아니라 유난히 다른 화가들에 비해 노란색을 많이 썼다. 그래서 이를 ‘고흐의 노란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흐는 ‘임파스토(Impasto)기법’으로 즐겨 그렸다. 임파스토란 ‘반죽된’이란 뜻의 이탈리아어다. 유화기법 중 하나로 물감을 거칠고 두텁게 바르는 방식으로 입체감을 주는 기법이다. 

이런 시대적인 분위기 탓이었을까. 네덜란드의 튤립꽃은 가격이 폭등한 데 비해 허무함을 그린 해바라기 꽃의 가격은 폭락을 가져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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