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정지용문학상 제10회 수상작]

서리 덮힌 기러기 죽지로
그믐밤을 떠돌던 방황도
오십령伍十嶺 고개부터는
추사체로 뻗친 길이다
천명天命이 일러주는 세한행 그 길이다
누구의 눈물로도 녹지 않는 얼음장길을
닳고 터진 알발로
뜨겁게 녹여 가라신다
매웁고도 아린 향기 자오록한 꽃진 흘려서
자욱자욱 붉게붉게 뒤따르게 하라신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