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영동 매곡면 어촌리에 카페 ‘물한모금’ 개업
최길호 대표, 10년 동안 배운 시공 기술로 혼자서 리모델링
‘40년 계획 중 절반 달성, 이제 시작일 뿐’

편집자 주_영동 매곡면을 돌아다니던 중 전문 바리스타의 카페 물한모금을 발견했다. 카페에 들어서면 진한 커피 향이 진동한다. 직접 볶은 원두로 커피를 내리는 최길호 대표(38, 대전 죽동)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카페 ‘물한모금’은 영동군 물한계곡을 따라 지었다. 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이고 가라는 뜻이 담겨 있다. 카페 이름에서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그냥 카페라고 하기보다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요. 커피도 마시고 고기도 구워 먹고 강아지 데리고 와서 놀기도 하고 밑에 계곡에서 쉴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카페 ‘물한모금’ 대표 최길호 씨는 작년 대전에서 내려와 영동 매곡면에 카페를 차렸다. 

 짙은 녹음 사이로 새하얀 카페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위에 논과 밭을 제외하면 다른 모습은 찾기 힘든 곳이다. 그런 곳에서 카페를 발견하면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카페 앞에 당도하면 한 남자가 물뿌리개로 하트를 뿌리고 있는 벽화가 보인다. 카페 사장님을 그린 것 같다. 따스하고 정감 있는 사장님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벽화가 그려진 외관을 구경하고 작은 계단을 올라 내부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아무도 없었던 밖과 달리 많은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고 그들 사이로 고소한 커피 향이 났다. 자연을 그린 풍경화와 라탄 풍의 조명은 카페의 분위기를 감성적으로 만들었다.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큰 유리창 너머로 여름의 싱그러운 풀들이 보인다. 시끄럽고 쉴 틈 없는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시골 힐링 카페였다.

 

최 대표가 그려진 벽화이다. 이 벽화는 카페에서 유일하게 전문가와 함께 만든 공간이다.
카페 ‘물한모금’을 연 최길호 대표가 카페에 앉아 창밖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다.

 

■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만든 카페

 깔끔하고 정겨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카페 ‘물한모금’은 원래 설씨토정가든이라는 매운탕 집이었다. 붉은 벽돌로 지은 오래된 식당을 멀끔한 카페로 개조하기 위해 최길호 대표는 매일 구슬땀을 흘렸다. 카페 구석구석 어디 하나 손을 안 거친 곳이 없다. 작년 6월, 한 달 동안 낡은 장비와 가구를 버렸다. 꺼내서 버리는 것도 일이었다. 새 단장을 위해 간판도 직접 그리고 카페의 분위기와 어울릴 수 있는 라탄 풍의 조명등과 전기를 설치했다. 그리고 장인어른과 함께 사시사철 바깥 풍경이 다르게 보이는 창문을 만들었다. 덕분에 손님은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창밖에 비친 다양한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인테리어를 위해 벽을 뚫는가 하면 의자를 조립하여 알록달록 색을 칠하기도 했다. 벽화도 그리려 했지만, 이 부분은 도저히 혼자 할 수 없어 전문가를 불렀다. 카페 곳곳 작은 소품조차 허투루 두지 않았다. 벽면에 세워둔 나무판자는 목소리가 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도구였다. 찬장에 무심히 올려진 옛날 물건은 삼성이 최초로 낸 귀한 핸드폰이었다. 또한 크레스티드 개코라는 도마뱀이 카페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녀석들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라고 한다. 

 보일러 회사에 10년간 근무하면서 기술을 배웠기 때문에 모든 걸 혼자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목이 마르다. “지금 구조가 바뀌어야 할 게 많아요. 더 심플하게 하고 싶어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작은 소품에도 기분이 달라지더라고요. 난 예민하지 않은 곰 같은 사람이었는데 예민해졌어요. 이 공간을 만들고 나서는 계속 앉아서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쓸데없는 것도 한번 해보고 좋은 것도 해보고 그래요. 같은 한 공간이라도 정성을 들여야 해요.” 무언가에 몰입한 듯 두 눈이 반짝였다. 그 공간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직접 뚫은 벽 사이로 라탄 풍의 조명과 아기자기한 소품이 보인다.
직접 뚫은 벽 사이로 라탄 풍의 조명과 아기자기한 소품이 보인다.

 

■ 진심 100%의 커피를 내리다.

 카페 공간뿐 아니라 손님이 마시는 커피에도 진심을 가득 담았다. 제대로 된 커피를 배우기 위해 발품을 아끼지 않았다. 일을 그만둔 후 우리나라에서 로스팅을 가장 잘한다는 홍명요리학원 강병호 원장을 1년 동안 따라다녔다. ‘물한계곡’이라는 카페 이름도 원장님의 조언으로 탄생했다. “스승님이 카페 이름을 지을 때 지역에서 유명한 데를 녹여 넣어야 기억 속에 남는다고 하셔서 여기 물한계곡이 유명하니까 이걸 붙이면 되겠다고 해서 만들었죠.” 국내 최고 바리스타에게 배운 블렌딩과 로스팅으로 담백하고 깔끔한 커피 맛을 내는 기술을 익혔다. 여느 프랜차이즈 커피처럼 쓰지 않고 고소한 향이 오래 남는 커피였다. 커피의 맛처럼 원두도 예사롭지 않다. 에티오피아, 브라질, 콜롬비아 등의 원두를 블렌딩 하는데 그 비율은 비밀이다. 커피의 맛이 궁금하다면 카페를 방문하는 수밖에 없다. “이 커피는 달라요. 제가 만드는 커피는 맛있어요. 커피 향이 담긴 후미가 오래 가요.” 이곳은 커피를 마시는 순간과 그 이후까지 생각한다. 진심이 가득 들어간 커피는 내리는 사람도, 마시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든다.


■ 카페에서 뻗어나가는 꿈

 “저의 최종 목표는 큰 커뮤니케이션 센터를 만드는 겁니다. 물한모금 카페 같은 공간을 전국에 여러 군데 만들어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거예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와서 기술을 배우고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힘들게 살았던 과거는 꿈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었다. 집 안에 혼자 있는 청소년에게 꿈을 꾸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물한모금 카페는 무엇이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밖에서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고 맥주도 마실 수 있다. 강아지를 자주 데려오는 손님을 위해 강아지 놀이터를 마당에 짓고 있다. 입소문이 난 카페는 단골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워낙 카페가 없는 지역이고 차를 타고 가야 하니 사람들의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주변 친구나 가족들에게 한 번 들었을 때 ‘카페가 있구나’ 알게 되고, 두 번 들었을 때 호기심이 생긴다. 세 번째 들었을 때 비로소 발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한 번 온 손님은 편안함을 느끼고 자주 발길이 닿아 단골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 5월 봄에 성백기 씨 정원(용천리)에서 열린 음악회 ‘흙, 날아오르다’에 커피와 붕어빵을 지원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마음도 가까워진다고 하던가. 마을 사람을 찾아가고, 카페에 찾아오는 마을 손님을 반기는 일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마을 주민들과 친해졌다. 최길호 대표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최 대표는 마을 사람들의 스타가 되었다.

 물한모금 카페는 원데이클래스도 진행한다. 커피를 볶는 로스팅 과정과 마들렌과 같은 빵을 굽는 베이킹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원데이클래스는 미래 계획을 위한 발판이다. 교육을 통해 후임자를 찾는 과정이다. 후임자를 길러 이곳을 물려준 후 새로운 공간을 찾아 떠날 예정이다.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며 살고 싶은 사람에겐 더없이 기쁜 소식이다. 그렇게 여러 공간을 만든 뒤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사실 이제 시작이죠. 이거 하려고 기술도 배우고 그랬어요. 40년 플랜 중에서 절반 지나왔고, 절반이 남았어요. 미쳤다고들 해요.” 10년 동안 배운 시공 기술과 1년 동안 스승님을 쫓아다니며 배운 커피 만드는 기술은 물한모금 카페를 위한 돌다리였다. 그의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주소: 충북 영동군 매곡면 용촌1안길 3 물한모금
전화번호: 0507-1345-2871
영업시간: 오전9시~오후9시 (화·수·금·토) / 오전9시~오후5시 (목·일)
매주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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