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균 (정지용문학상 제2회 수상작)

 

꽃 하나 풀 하나 없는 황량荒涼한 모래밭에
묘목墓木도 없는 무덤 하나
바람에 불리우고 있다.
가난한 어부漁夫의 무덤 너머
파도는 아득한 곳에서 몰려와
허무한 자태로 바위에 부서진다.

언젠가는 초라한 목선木船을 타고
바다 멀리 저어가던 어부의 모습을
바다는 때때로 생각나기에
저렇게 서러운 소리를 내고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일까.

오랜 세월에 절반은 무너진 채
어부의 무덤은 잡초雜草가 우거지고
솔밭에서 떠오르는 갈매기 두어 마리
그 위를 날고 있다.

갈매기는 생전에 바다를 달리던
어부의 소망所望을 대신하여
무덤가를 맴돌며 우짖고 있나 보다.

누구의 무덤인지 아무도 모르나
오랜 조상때부터 이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태어나
끝내는 한줌 흙이 되어 여기 누워 있다.

내 어느날 지나가던 발길을 멈추고
이 황토黃土 무덤 위에 한잔 술을 뿌리니
해가 저물고 바다가 어두워 오면

밀려오고 또 떠나가는 파도를 따라
어부의 소망일랑
먼- 바다 깊이 잠들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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