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옥천문단』제20집)

본능적으로 울었다
어미의 극진한 보살핌이 있다 해도
진자리 불편하여 울고, 배고파 울고
뜻대로 되지 않아 울었다
한 순간 웃음으로부터 괴로움이 더 생겨났다
첫 울음으로 첫 쉼을 쉴 때
우주의 일 년이
한꺼번에 내게로 왔기 때문이다
달을 먹고 환해지는 뒷산에서
봄밤 몰려와 괴로움을 끓이고 있다
울음 그친 뒤 생각하면
생은 본능적으로 괴로움이고
괴로움으로부터 온 기쁨인 것을,
젖은 맨발로
무의미한 축제를 살그머니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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