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옥 시인
배정옥 시인

 

 

 

 

 

푸르른 오월
늙을대로 늙은 빈집을 찾았다
반쯤 허물어져가는 헛간채
들고양이들이 터잡았다

매 때마다 밥을 푸던 나무주걱은
부두막에 누워 밥투정 중이다
어머니 손때에 윤이 나던 가마솥은
벌겋게 녹이 슬어 있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안방 문을 열자
고요함이 놀라 술렁이고
윗목에 걸린 액자엔
채색 바랜 사진이 기우뚱하다

마당귀 수령 깊은 라일락 꽃  
텁수룩한 큰 머리를 조아리고
꿀벌들만 제 집인양 드나든다

지붕을  넘어 그늘 넓히기 바쁜 감나무
올망졸망 별꽃 물고 있는 가지사이
눈썹 같은 낮달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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