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듣고 있나요.
청포도 익어가는 칠월이 오면
가신님들의 파랗게 질려 허공에 얼어버린 비명소리를,
그 누구 듣고 있나요.

누구 보고 있나요
사슴도 숨어 산다는 노근리 쌍굴다리에 서서
주검을 뒤집어쓰고 총알을 피하며 
흘러드는 핏물 마시며 나흘을 버텼다는 아수라장을,
그 누구 보고 있나요.

누가 알고 있나요.
난데없이 쌕쌕이와 포틴과 기관총의 표적이 되어 
철도 레일이 휘고 소가 공중 분해되는 학살의 현장에서
등골이 오뉴월 서릿발로 오싹하다 혼절하여
백척간두에서 떨어지던 목숨의 꽃을,
그 누가 알고 있나요.

누가 알고 있나요.
난데없이 쌕쌕이와 포탄과 기관총의 표적이 되어
철도 레일이 휘고 소가 공중 분해되는 학살의 현장에서
등골이 오뉴월 서릿발로 오삭하가 혼절하여 
백척간두에서 떨어지던 목숨의 꽃을,
그 누가 알고 있나요.

누가 말하고 있나요
아버지 등에 엎혀 피란하던 아들이 쓰러지고
시어머니 등에 엎혀 살리려던 어린 딸이 쓰러지고
총알받이로 아들을 안고 있던 어머니가 쓰러지고

포탄이 날아와 할머니 시신조차 날아가고
눈앞에서 오빠와 남동생은 즉사하고
한 쪽 눈이 빠져나와 덜렁거려 빼버렸다는 무서운 역사를,
누구에게 전하고 있나요.

주곡리, 임계리 하기리의 우리 이웃들이
세월의 지층 속에 가매장되어 있습니다.
전쟁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적군인지 친구인지도 모르던 
하얀 옷을 입은 민초들의 이유 없는 죽음이
망초꽃으로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역사는 누더기처럼 기워지고 있는
이 망각할 수 없는 헛헛한 현실 앞에서
우리의 기억은 푸르게 성장할 것입니다.
진실은 말하고 전하여
학살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게 할 것입니다.

영문을 모르고 시름하는 300여 영혼들이시여
새파랗게 맺힌 한 푸시옵소서.
망초꽃 꽃상여 삼아 쌍무지개 굴다리 너머로 보내드리오니
칠월 때마다 강림하시어 흠향하사옵고
이 땅 위의 신화를 지켜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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